국외문화재, 무조건적인 환수만이 답인가
국외문화재, 무조건적인 환수만이 답인가
  • 윤성환 기자
  • 승인 2016.10.29
  • 호수 1448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수 이후의 관리·활용 방안도 재고해야…
지난 17일 한 기업가에 의해 기증된 '수월관음도'

지난 17일 국내의 한 기업인이 재일교포 2세가 소장하고 있던 ‘수월관음도’를 25억 원에 구매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수월관음도’는 고려 시대 불화의 백미로 꼽히는 것으로서 국내외에 총 46점이 있다. 이전까지는 국내에 5점이 소장돼 있었지만, 이번 기증을 통해 6점으로 늘어났다.
문화재청의 통계에 따르면 해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재가 약 17만 점에 이른다. 지금까지 국가 혹은 민간 차원에서 환수에 성공한 문화재는 약 1만 점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에서 반환한 ‘조선왕조실록 47책(2006)’과 ‘조선왕조 의궤(2011)’, 프랑스에서 영구임대 형식으로 받은 ‘외규장각 의궤(2011)’ 등이 있다. 그런데 올해 초,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수장고에 있는 문화재 목록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일제에 수탈당한 것으로 알려졌던 국보 제101호 ‘지광국사 현묘탑’의 사자상이 이미 60년간 일본이 아닌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있었음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문화재 관리 실태에 대한 의문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환수문화재, 관리의 실태
우리 문화재를 환수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그러나 환수된 것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관리·활용도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나라에 환수된 문화재는 어떻게 관리·활용되고 있을까.
지난 9월 국립중앙박물관의 국정감사 제출 자료를 통해, 전반적으로 문화재의 관리가 잘 안 되고 있음이 밝혀졌다. 먼저 국립박물관 수장고 포화상태로 인해 국가귀속문화재 10만여 점이 대학박물관 등에 위탁관리 받고 있었다. 작은 박물관을 통한 위탁관리는 국가적인 지원을 받는 국립박물관에 비해 문화재 분실 및 훼손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문제점으로 이어진다.
다음으로 소장 유물 미등록의 문제가 있다. 현재 39만여 점의 유물들이 문화재로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이다. 중요 문화재를 유네스코 혹은 보물·국보 등에 지정되도록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문화재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승격되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규장각 의궤’의 경우 영구임대 형식으로 받았기 때문에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어려움이 없음에도 시행이 늦는 경우가 있다. 2006년 도쿄대에서 반환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 본 47책’은 마땅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추가 등재돼야 하는데도 지금껏 아무런 소식이 없다. 또 2011년 일본 궁내청에서 반환한 ‘조선왕조 의궤’는 이미 2007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환수 이후 5년이 지난 2016년이 돼서야 보물로 지정됐다. ‘조선왕조 의궤’는 조선 시대의 대표적인 기록문화유산으로 환수 당시 대대적인 환영행사까지 했지만, 이후의 관심은 너무도 급속히 식어갔다. 

사후관리는 왜 중요한가
환수한 문화재의 관리·전시가 중요한 이유는 대내적‧대외적 측면에서 볼 수 있다. 그 이유를 대내적 측면에서 본다면, 문화재의 관리와 전시가 그것의 가치 계승 및 보존과 관련돼 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문화재는 한 국가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대표하는 유·무형적 상징이다. 그런 문화재를 소홀히 하는 것은 문화재가 계승되고 보존돼야 하는 국가적 전통을 홀대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한편 대외적인 측면에서도 그 의의를 따져볼 수 있다. 문화재 반환협상에서는 상대국이 그 문화재를 반환받을 만한 위상이 있는지와 같은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전에 환수 받은 문화재가 충실하게 관리·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상대국에 증명해야 추후 상대국과의 문화재 환수 관련 협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문화재를 무작정 돌려달라고 요구하기 전에, 문화재가 잘 보존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좀 더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국외문화재의 또 다른 활용 방식
현재 국내의 문화재 환수 방식은 △민간의 노력 △민관협력 △소장자 기증 △정부협상 등의 방식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런 방식 외에도 새로운 방식으로 문화재를 활용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현지에서의 활용인데, 이는 상대적으로 가치나 관심도가 낮은 문화재에 대해서도 해당 국가의 박물관 등 유물 소유자에게 다양한 지원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방식은 문화재 환수와 관련된 문화재청 산하의 국가기관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서 주도하고 있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한 관계자는 문화재의 현지 활용 방법에 대해 “한국에 대한 홍보 및 이해를 넓히기 위한 차원으로 문화재 현지 활용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어떤 문화재가 훼손으로 인해 적절히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면, 보존 및 전시를 위한 예산을 현지 박물관에 지원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경우 △약탈당한 문화재인 경우 △희귀한 문화재인 경우 등에 대해서는 환수를 추진한다는 것이 재단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국외 소재 문화재를 대하는 자세
“문화재는 제자리에 있어야 빛을 발한다”는 말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유구한 한국문화유산을 통해 우리 역사를 산책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을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 이전에 문화재가 빛을 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문화재를 기껏 환수해놓고도 방치한다면 문화재의 가치가 퇴색될 것이다. 따라서 문화재청은 미등록 문화재와 환수문화재에 대한 조속한 관리·조사뿐만 아니라 문화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어떻게 이끌어낼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환수문화재에 대한 국민의 태도 역시 제고돼야 한다. 올림픽처럼 환수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한순간으로 끝낸다면 문화재의 가치를 낭비하는 꼴이다. 그렇기 때문에 환수된 문화재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황예도 2023-07-30 18:48:16
국내 기업이 재일교포 2세의 '수월관음도'를 구매해 기증한 일은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번 일로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재 관리 실태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안타깝다. 문화재 환수뿐만 아니라 적절한 관리와 전시가 필요하며, 문화재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존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문화재가 우리 역사를 밝혀내는 중요한 증거이므로, 민간과 정부의 노력이 함께하여 환수된 문화재를 대중에게 소중히 다가가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