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우리의 K리그
너와 나, 우리의 K리그
  • 오현아 기자
  • 승인 2016.10.29
  • 호수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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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축구리그 명과 암, 그리고 발전 방안은?

K리그는 최근 우승 경쟁이 매우 뜨겁다. 오는 6일 FC서울과 전북 현대가 우승팀을 가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지만, 대부분 국민들의 관심은 K리그보다 같은 날 영국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 선수의 경기에 집중돼 있다. 국내의 축구팬들은 때로 “K리그는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보는 거지”라며 자국 리그를 무시하기까지 한다. 정말 K리그는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재미가 없을까? 일단 K리그를 알아보고 판단해보자.

재미있는 리그 ‘K리그’
흔히들 K리그라고 하면 재미없다는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골이 많이 터지지 않는 수비적인 축구를 지향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난을 받은 이유는 최근 K리그의 ‘골 가뭄’에 있다. K리그는 2014시즌에 경기당 2.22골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2015시즌에는 경기당 2.39골을 기록해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2016시즌은 사정이 다르다. 정규 라운드에서 경기당 약 2.71골을 기록하며 지난해에 비해 대폭 상승했으며, K리그에서 가장 골이 많이 터졌던 2010년 경기당 2.88골에도 가까워지고 있다.  

이 변화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정책 변경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지난 1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승점 동일시 순위 산정 기준을 골득실차*에서 다득점으로 변경했다. 그 전에는 작은 점수차로 지는 것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지더라도 누가 더 골을 많이 넣느냐가 중요하게 된 것이다. 즉 수비보다는 공격이 중요한 축구가 돼 과감한 승부수를 던질 수 있는 경기 운영이 가능해졌다.

또한 팀에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가 많아졌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김태석<베스트일레븐> 기자는 “골이 많이 터지는 팀은 공격력에 걸맞는 공격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며 단순히 정책의 변화에서만 일어난 변화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FC서울의 아드리아노와 데얀, 성남FC의 티아고, 전북 현대의 레오나르도와 로페즈, 제주 유나이티드의 마르셀로 등 다양한 용병 선수들과 정조국, 이동국, 박주영 등 국내 스타플레이어들의 활약이 리그의 골 가뭄을 해소했다는 것이다.

K리그 내에 존재하는 라이벌전 또한 흥미를 높이는 요소다. 라이벌전에는 동해안 더비(울산 현대vs포항 스틸러스), 깃발 라이벌(수원FCvs성남FC) 등이 있으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라이벌전은 슈퍼매치다. 슈퍼매치는 FC서울과 수원 삼성 간의 경기를 부르는 말이다. 이 라이벌전의 역사는 안양 LG 치타스와 수원 삼성의 미묘한 관계에서 시작되는데, 안양 LG 치타스가 연고 이전을 통해 FC서울로 변경된 후 두 팀 간의 라이벌 감정이 격화돼 생겨난 매치라고 할 수 있다. 슈퍼매치의 인기는 관중 수에서 볼 수 있다. 리그의 평균 관중은 8천여 명이지만 지난 6월 19일 열린 슈퍼매치에는 약 4만 8천여 명의 관중이 모여 국내 스포츠 경기 중 가장 주목받는 경기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허혜지<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4> 양은 “결과와는 상관 없이 매번 짜릿함을 느낄 수 있는 경기라 항상 관람한다”며 “축구를 잘 모르는 대학생들에게도 흥미로운 요소가 많다”라고 말했다.
 

슈퍼매치 때 상암 월드컵 경기장을 가득 채운 4만 8천여명의 관객들

 

격동의 K리그, 끝날 때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
현재 1부 리그인 K리그 클래식의 진행상황에서도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K리그는 스플릿 제도*를 적용하고 있어 이미 정규 라운드는 끝나고 이달 15일부터 스플릿 라운드 시작됐다.

상위 6팀이 있는 A그룹에서는 우승을 향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스플릿 라운드가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당시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전북 현대의 무난한 우승을 예상했다. 특히 이번 시즌 정규 라운드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으면서 ‘무패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하는 듯했다. 하지만 스플릿 라운드의 시작과 동시에 전북 현대가 제주 유나이티드에게 패배를 당하며 무패 우승은 물거품이 돼 버렸다. 그와 동시에 2위 팀인 FC서울이 울산 현대에게 승리를 거두며 전북 현대와 승점이 같아졌고, 지난 28일을 기준으로 두 팀의 승점*과 득점까지 같아졌다. 누가 우승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강등할 팀을 가리는 하위 6팀, 즉 B그룹의 경기는 A그룹의 상황보다 더욱 혼란스럽다. 스플릿 라운드가 끝난 후, B그룹 중 최하위 두 팀은 2부 리그인 K리그 챌린지로 강등되지만, 현재 8위 성남FC부터 12위인 수원FC까지 승점이 단 6점 차이로 모두 강등권에 있다. 특히 리그에서 우승경험이 있으며, 강팀이라 여겨지던 수원 삼성과 포항 스틸러스, 그리고 2부 리그에서 승격한 수원 FC가 과연 강등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등 관전 포인트가 다양하다.
 

4:1로 경기에서 대승한 후 팬들과 승리를 즐기는 전북 현대 선수들의 모습

 


K리그를 위협하는 존재들
하지만 K리그는 새로운 팬들을 유입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예전부터 한국 축구를 재미없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 것은 바로 ‘중계’이다. 현재는 네이버스포츠, 지역방송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중계 방송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중계기술의 부족으로 인해 경기가 역동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새로운 사람들이 중계를 보고 경기를 직접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김정용<풋볼리스트> 기자는 “국내 축구 촬영 스태프의 경우, 축구만 전문적으로 촬영하고 그들만의 스타일이 만들어져 있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중계의 스타일이 따로 없어 경기의 흥미로운 요소들을 잘 짚어주지는 못한다”고 중계가 갖는 한계의 이유를 말했다. 이에 덧붙여 김태석 기자는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의 축구 전문 구장의 경우 중계 카메라가 많이 놓일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어 역동적인 중계가 힘들다”며 단순히 촬영 스태프의 기술적인 문제만이 중계를 재미없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슈퍼리그, 즉 중국리그의 성장도 K리그의 흥행을 위협하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슈퍼리그는 거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각국의 스타 선수를 영입하고 있다. 거기에는 K리그에서 활약했던 선수도 포함된다. 김정용 기자는 “이전에 K리그가 흥행했던 당시, 안정환, 고종수, 이동국 등 팬들을 이끌만한 선수들이 K리그에서 뛰고 있었다”며 “때문에 국내 축구팬의 입장에서는 대표팀에서 뛰는 선수가 슈퍼리그로 유출되면 경기장에 갈 이유를 잃게 되는 것”이라며 선수의 중국행이 축구팬들의 K리그 유입을 막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외부적 요인 외에, 프로축구연맹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 새로운 팬들의 유입을 막기도 한다. 2013년 전북 현대의 스카우트(전반적으로 선수를 살피고 영입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 개인이 심판을 매수한 사건이 최근 드러나 유죄판결을 받으며 화제가 됐다. 이에 연맹은 승부조작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경남FC의 승부조작 사건의 판례를 근거로 승점 9점 삭감과 1억 원의 벌금이라는 가벼운 처벌을 내렸다. 이에 많은 구단의 팬들은 ‘솜방망이 처벌’이라며 반발했다. 연맹이 강경하게 처리하지 못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축구팬들이 K리그에서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수원 삼성과 수원FC의 라이벌전 '수원더비'에서 골을 넣고 코치진과 기뻐하는 염기훈 선수

 



정말 ‘우리’를 위한 K리그가 되기 위해선
K리그에 존재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일단 관객을 더 동원해야한다. 관객이 많아지면 광고가 따라붙고 티켓의 판매가 원활하게 일어나 구단이 스스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가 돼 모기업의 지원에만 기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선 경기 내용 외에서도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서브콘텐츠의 개발이 필요하다. 김태석 기자는 “축구가 단순히 다른 스포츠와의 비교를 통해서만은 발전할 수 없다”며 “영화와 같이 아예 다른 여가생활 및 콘텐츠와 비교해도 재미있는 경기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경기의 질만을 가지고 흥미를 결정하는 것이 아닌, 경기장에서 충분히 즐길 거리가 많은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단 내에서도 이런 서브콘텐츠 개발에 신경을 쓰고 있다. 많은 구단이 경기 전에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푸드트럭을 설치하거나, 하프타임과 경기 후에도 지루하지 않게 할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FC서울의 경우 하프타임에 관객들이 모두 함께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르는 이벤트를 진행해 많은 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또한 경기가 끝난 후에도 팬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팬파크를 만들고, 경기장에서 디제잉 파티를 하는 등 구단 측이 경기 외적인 면에서도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리그의 수준은 아시아 최고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도 2000년부터 2014년까지 K리그가 6회 우승, 4회 준우승을 이뤄냈으며 이번년도 결승전에도 전북 현대가 진출한 상황이다. 유럽에 진출한 K리거들도 기술면에서만큼은 K리그가 유럽의 팀에 비해서 뒤쳐지지 않는다고 증언한다. 이런 리그를 보지도 않고 실력으로 폄하하는 것은 옳지 않다. 김태석 기자는  “진정한 축구팬이라면 집에서 치맥하면서 보는 축구만 즐기지 말고 실제로 가까운 구단에 가서 팬들과 함께 응원을 하며 축구를 즐기는 것이 나을 것”이라며 대학생들의 직접 관람을 제안한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구장에 가서 선수들, 그리고 팬들과 호흡하며 뜨거운 함성을 함께하는 것이 어떨까?  

김정용<풋볼리스트> 기자
김태석<베스트 일레븐> 기자
사진 출처: ① 풋볼리스트 ② 아시아 경제
③ 연합뉴스 제목 이미지: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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