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정보처리기능과 인공두뇌
뇌정보처리기능과 인공두뇌
  • 한대신문
  • 승인 2006.05.21
  • 호수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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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민<공학대·컴퓨터공학>교수

일러스트 송예나
인간처럼 똑똑한 기계를 만들겠다는 인공지능 연구가 시작된 지 올해로 50년이다.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려는 꿈, 인공지능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주>

우리의 뇌는 매우 복잡하고 아직 완벽하게 기능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는 유일한 신체 부분이다. 뇌를 구성하는 하드웨어에 대한 연구는 주로 분자 및 세포신경과학 분야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동안 신경세포인 뉴런 간의 연결 부위의 변화와 발달, 신경전달 물질과 수용체 단백질 등에 집중하여 왔으나 최근에는 특정 유전자의 과다 표현 등을 통해 일어나는 인지 기능과 행동의 변화 등의 연구에까지 확장되고 있다. 하지만 뇌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연구, 즉 뇌의 정보처리에 대한 연구는 매우 미약한 편이다. 뇌의 소프트웨어라 함은 뉴런들이 일정한 법칙에 따라 연결망을 구성하고 이 연결망의 활성화를 통해 복잡한 기능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말한다. 인공지능은 바로 이러한 뇌의 정보처리 기능을 분석하여 컴퓨터로 구현해보고자 하는 시도이며 궁극적으로 컴퓨터를 보다 지능적으로 만들려는 컴퓨터공학의 한 분야이다.

인공지능의 꽃, 학습과 추론
뇌정보처리와 관련된 인공지능의 기술 중 가장 핵심 기술은 학습과 추론이다. 학습과 추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식의 표현과 저장 등 실세계 모델 정립에 대한 기초적인 작업이 요구된다. 인공지능 시스템은 작업이 복잡해지는 정도에 따라 더 많은 지식들이 시스템 내부에서 표현되어야 한다. 그런 지식들은 특정 영역에 고유한 사실과 규칙, 상식적 휴리스틱, 제약 사항, 실세계에 대한 개념과 이론들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지식 기반의 시스템은 자신에게 주어진 지식의 범위 내에서는 잘 수행되는데 반해 조금만 범위를 벗어나면 성능이 급속히 저하된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시스템이 스스로 지식을 늘려가도록 하는 학습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 병렬분산식 정보처리
현재 가장 활발한 연구가 수행되고 있는 학습 패러다임은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는 귀납적 학습으로 정례와 반례로부터 개념을 습득하는 방법을 다룬다. 둘째는 분석적 학습으로 설명기반 학습과 분석적인 사례기반 학습이 여기에 속한다. 셋째는 신경망 학습으로서 다층퍼셉트론, 자기조직 신경망 모델 등이 여기에 속한다. 넷째는 진화 학습으로서 유전자 알고리즘, 유전자 프로그래밍, 진화전략, 진화 프로그래밍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학습 패러다임 중에서 인간의 뇌의 구조를 가장 잘 모방한 모델이 신경망(neural network) 모델이다.

뇌의 각의 뉴런은 아주 단순한 일을 하지만 약 1011개의 뉴런이 1014개의 연결선으로 상호 연결되어 있고 병렬분산 방식으로 정보처리를 하기 때문에 인간의 뇌가 매우 강력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신경망은 여러 사례들로부터 입출력간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사상 관계를 잘 학습하는 능력을 지닌다. 이 과정은 보통 주어진 신경망 구조상에서 신경 유닛들 간의 연결강도를 재조정함으로써 수행되는데 대표적으로 오류 역전파(error backpropagation) 방법이 가장 널리 사용된다. 기본적으로 이런 알고리즘들은 입력패턴이 주어지면 뉴런들이 활성화되어 출력값을 계산하고 원하는 출력값과의 비교를 통해 에러를 계산한 후 이 에러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뉴런들의 연결 가중치를 변경함으로써 학습이 이루어진다.

신경망은 원리적으로 아날로그 방식의 연산에 가깝고 병렬처리를 하며 지식이 어떤 특정 주소에 기억되기 보다는 여러 장소에 분산 저장되어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많은 데이터로부터 일반적인 특성을 추출해내는 학습 능력이 강하고, 또한 데이터에 잡음이 있거나 몇 개의 뉴런유닛이 고장나도 원래의 기능을 수행하는 능력이 있으며, 일단 학습이 되면 아주 빠른 속도로 추론할 수 있어 실시간 응용에 적합하다.

대표적인 신경망 응용 예를 보면, 무인 자동차 제어, 패턴 인식, 음성 인식, 공장 생산라인 감시, 주가 변동 예측, 항공사 좌석예약 관리, 고객의 은행 신용도 판별 등이 있다.

미래의 인공지능은 유기체
초기의 인공지능 연구는 다양한 지능형 행동을 나타낼 수 있는 몇 가지 단순한 원리를 찾아내고자 하였다. 하지만 연구가 진행되고 산업적으로 응용하려는 시도를 함에 따라 이러한 일반적 지능의 실현은 애초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 방법은 전문지식을 외부에서 임의로 주입하여 그 지식을 바탕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시스템이 가능하면 스스로 습득하도록 하는 학습방법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이것은 인간이 태어나서 전문인이 될 때까지 많은 교육과 경험을 통해 지식과 상식을 쌓아온 것에 비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지식을 컴퓨터에 단순히 주입만 한다면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인간의 뇌는 오랜 세월에 걸친 진화의 산물이다.

최근에  이러한 유기체의 진화나 자연의 정보처리 원리를 모사함으로써 지능형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도 이러한 맥락일 것이다. 더 나아가 미래의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에 의해 지능적 행동을 흉내 내려는 시도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상에서 직접 학습이나 진화가 일어나거나 더 나아가 유기체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이용한 바이오웨어 기반의 인공지능의 실현을 시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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