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의 갈등, 대화가 필요하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의 갈등, 대화가 필요하다
  • 맹은수 기자
  • 승인 2016.10.29
  • 호수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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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숙한 흡연문화의 정착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힘써야…

백남학술정보관 옆에 설치된 흡연 부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은 부스 안이 아닌 부스 주변에서 흡연을 한다.
사진은 오후 1시에 국제관 앞에서 단 5분 동안 쓸어 담은 담배꽁초다.
















재점화되는 갈등

한양대 대나무숲에는 교내 흡연금지구역에서 흡연하는 학생들에 대한 불만이 꾸준히 게시되고 있다. 사실 비흡연, 흡연 학생 사이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본지에서도 이미 관련 기사를 최소 8년 전부터 10회 이상 다뤘음에도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학생들은 특히 가장 문제가 되는 장소로 백남학술정보관(이하 중도) 앞을 꼽았다. 지난 3월 흡연 부스가 설치된 이후 기존의 흡연구역이었던 중도 앞이 흡연금지구역으로 변경되고, 이를 알리는 표지판이 설치됐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도서관 주변은 여전히 흡연자가 끊이지 않고 있어 도서관 주변을 지나는 비흡연 학생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허예은<생활대 의류학과 14> 양은 “생활대 건물과 중도를 자주 오가는데, 흡연 부스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 때문에 지나다닐 때마다 고통받는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도서관 주변을 정리하던 교내 환경미화원 J씨 역시 “흡연금지 표지판 설치 이후 도서관 주변에서 흡연하는 학생이 조금 줄긴 했지만 여전히 신경 쓰지 않고 흡연하는 학생도 많다”며 “특히 시험기간에는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가 너무 많아 ‘담배밭’ 수준”이라고 업무상의 어려움을 전했다. 이 외에도 △백남음악관 입구 △법학정보학술관 앞 △정책대학원 입구 △제2공학관 앞 △한양대역 2번 출구 주변 △행원파크 편의점 앞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흡연금지구역에서의 흡연행위가 계속되고 있다.

현행 흡연구역에 대한 문제

물론 흡연금지구역에서 흡연하는 학생은 도덕적 규탄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모든 흡연자를 비난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흡연구역 안내 부족 △흡연구역 위치의 부적절함 △흡연 부스의 기술적 한계 등 흡연을 위한 여건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 비흡연자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캠퍼스 부지 내 흡연구역은 흡연 부스 3개와 야외 흡연구역 23개소이며, 그 외에는 전부 흡연금지구역이다. 하지만 제대로 표시되지 않은 곳이 많아 흡연구역과 흡연금지구역에 대한 정확한 안내가 필요한 상황이다. 흡연이 가능한지 아닌지 명시되지 않은 장소는 확실한 기준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흡연을 하는 일부 학생이 생기게 되고, 그 모습을 본 다른 학생들 역시 그곳이 흡연 가능한 구역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또한 바닥에 담배꽁초가 한두 개만 버려져 있어도 흡연자들 사이에서는 그 장소가 암묵적으로 ‘흡연을 해도 되는 장소’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일례로 사회대 3층 출구 앞은 흡연금지구역임에도 금지 표지판이 놓여있지 않아 흡연구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법학정보학술관 △중도 앞 △한양대역 2번 출구 주변 등 주요 흡연금지구역에 50여 개의 흡연금지 표지판이 놓여있지만 여전히 그 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흡연구역 위치의 부적절함으로 인한 불만도 있다. 현재 흡연구역으로 설정된 경영대 뒤편 계단은 기숙사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지나다니는 길목 중간에 위치한다. 때문에 이 길을 통해 다니는 비흡연 학생의 경우 고스란히 피해를 보게 되고 흡연 학생은 의도치 않게 간접흡연의 가해자가 된다. 기숙사에 거주하는 강혜진<인문대 중어중문학과 13> 양은 “수업을 듣기 위해선 경영대 뒤편 계단을 지나가야 하는데, 지나갈 때마다 담배 냄새를 맡아야한다”며 “흡연구역을 다른 곳으로 옮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적절하지 않은 흡연구역은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에 불필요한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3월 도입된 흡연 부스에도 문제가 많다. 익명을 요구한 A군은 “흡연 부스에서 담배를 피우면 환기가 잘 되지 않아 옷에 담배냄새가 평소보다 더 심하게 밴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B군 역시 “나도 흡연자지만 여러 명이 동시에 부스 안에서 흡연하면 버티기 힘들다”며 흡연 부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본지에서 교내에 설치된 흡연 부스 3곳을 돌아다녀본 결과, 실제로 흡연 부스를 이용하는 학생은 10명 중 2명에 불과했고, 나머지 8명은 부스 주변에서 흡연했다. 흡연 부스는 설치 이전부터 수용인원과 공기정화시설의 한계에 대한 비판적 의견이 있었지만 무시됐고, 설치된 이후에도 결국 문제가 지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흡연 부스의 설치는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서 비흡연자에게도, 흡연자에게도 적절한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강압적 제재보다 자정적 해결책이 우선
흡연구역 갈등에 대해 추복진<관리처 관재팀> 차장은 “현재로서는 흡연금지구역에서 흡연하는 학생을 제재할 학칙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학칙 개정을 통한 해결책에 대해서는 “학칙으로 강제하는 것은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한다”며 “학칙을 개정해 위반하는 학생을 징계하는 방법보다는 캠페인 등을 이용한 자율적인 문화로 해결해나가는 것을 중점으로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학교 측은 현재 학교 내 흡연 문제에 대해 흡연금지구역의 표지판 수를 늘리고 흡연구역의 적절성에 대한 자체적 논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흡연구역의 갈등이 문화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학칙을 만들어 제재를 가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음을 알렸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 오규민<인문대 사학과 12> 군 역시 학칙 개정에 앞서 학생 간의 자율적인 문화 개선을 위해서 캠페인을 기획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학교 측에 지정된 흡연구역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며 “관재팀과 공동캠페인을 하자고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공동캠페인의 주요 내용은 현재 설치된 흡연금지구역 표지판을 더 큰 크기로 만들어 주요 구역에 설치하는 것이다. 디자인, 흡연구역 안내 표시 등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해묵은 갈등을 끝내기 위해 학교 측의 행정적 지원 역시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문화다. 결국 흡연에 관한 갈등의 당사자는 모두 학생이기 때문이다. 지성을 갖춘 성인인 만큼 강압적 제재에 기대기보다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상호 간의 대화가 필요하다.


글 사진 맹은수 기자 aoddmst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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