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가 죽었다”
“민주주의가 죽었다”
  • 김채연 기자
  • 승인 2016.10.29
  • 호수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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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 주도하에 애국한양 시국선언 열려…

지난 27일 서울캠퍼스 본관 사자상 앞에서 총학생회 주도로 열린 '비선실세 국정개입 규탄 시국선언'에 애국한양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모습
최근 대학가에선 비선실세 국정개입 관련 시국선언이 잇따라 열리고 있다. 지난 27일에는 총학생회의 주도로 ‘근조(謹弔) 민주주의, 비선실세 국정개입 규탄 애국한양 시국선언’이 열려 최근 문제가 된 ‘최순실 게이트’, ‘정유라 특혜 논란’과 관련해 목소리를 냈다. 총학생회장 오규민<인문대 사학과 12> 군은 시국선언의 경위에 대해 “해당 건이 긴급한 사안인 만큼, 총학생회 내부 논의를 거쳐 입장을 밝혔고 다양한 의견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오늘(27일) 개인 연설문을 진행하게 됐다”고 답했다.

캠퍼스에 울린 민주주의
시국선언의 사회를 맡은 한양대 총학생회 교육국장 이경은<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3> 양은 “2016년 10월 27일 애국한양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위해 지금까지 피 흘려 싸웠던 선배님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오늘 이 정권에게 요구한다”며 시국선언을 열었다. 이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비선실세 국정개입에 대해 학생들의 규탄 발언이 이어졌다.
최근 크게 화제가 된 ‘최순실 게이트’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 씨의 국정개입 사건이다. 이전부터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은 꾸준히 제기돼왔으나 확실한 물증이 없어 의혹으로만 남아 있었다. 하지만 지난 24일, JTBC가 최씨의 PC에 저장돼 있던 파일을 공개하면서 의혹은 사실이 됐다. 최씨는 청와대로부터 군사기밀을 비롯해 독도, 위안부 관련 외교 문서를 사전에 받아봤다. 또한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에도 최씨의 관여가 이뤄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지난 26일 검찰은 두 재단을 압수수색한다고 밝혔지만 많은 국민은 늑장 대응이라며 실망한 기색을 표했다.
애국한양 시국선언의 첫 발언자인 공대 학생회장 박창근<공대 기계공학부 10> 군은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입을 떼며 최씨가 국정농단을 중단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도 국민 앞에 진지하게 사과하고 국정을 한 개인에게 맡긴 벌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정말 부모를 원망해야 하는가?
지난 7월 28일부터 이달 21일까지 이대에서는 90일간의 시위가 열렸다. 최씨의 자녀 정유라 양의 특혜와 미래라이프사업이 시위의 주된 이유였다. 정 양은 14년도 9월에 시행된 15학년도 수시 특별전형에 체육특기자로 지원했다. 당시 지원자 116명 중 서류심사와 면접을 합산해 최종 합격자 6명이 선정됐는데, 이 중 정 양만이 승마 특기생에 합격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승마 특기생 전형은 정 양의 입학년도인 15학년도 입시부터 시행돼, 해당 전형이 ‘정 양을 위해 만들어진 전형이 아니냐’는 특혜 의혹이 더욱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입학 후에도 정 양은 출석 면제, 학점 취득에 있어 특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한편 정 양은 개인 SNS에 ‘능력 없으면 네 부모를 원망해’라는 글을 올렸던 것으로 밝혀져 많은 네티즌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국어국문학과 부학생회장인 오채운<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5> 양은 “우리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 학교에 들어왔고, 지금도 많은 학생이 밤새 과제와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곧이어 오 양은 “그런데 누구는 이화여대의 학칙까지 바꿔가며 쉽게 입학했을 뿐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레포트를 써놓고도 쉽게 학점을 얻어갔다”고 정 양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또한 “이제 분노와 좌절을 넘어서 최씨와 정 양을 포함한 모든 부패세력을 비판하고 행동에 나서야할 때”라며 “대학생의 손으로 상식을 되찾아 내자”고 말했다.

변화는 대학에서부터 시작된다
최씨와 그녀의 측근이 만들어낸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는 많은 국민에게 분노와 실망감을 안겼다. 혹자는 이러한 최순실 게이트가 이대의 미래라이프사업으로 인한 학내갈등에서부터 드러난 것이라고 말한다. 이대의 미래라이프사업이 문제시되자 그와 관련된 정부 지원금이 조사 대상에 올랐고, 그로부터 최순실 게이트 수사의 막이 열렸다는 것이다. 한 대학에서 시작된 변화가 우리나라를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로 바뀌었다.
이제 대학가엔 더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총학생회는 다음달 3일 오후 5시에 2차 시국선언이 열릴 것을 예고했다. 2차 시국선언은 1차와 다르게, △교수 △교직원 △동문의 연대발언 또한 이뤄질 예정이다. 또한 총학생회장 오 군은 시국선언에 관해 “다른 학교 총학생회와 연대해 전국대학생시국선언 또한 진행할 계획”이라며 “계속해서 해당 사건에 관심을 가져 학생들과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나갈지 고민해보겠다”라고 밝혔다.
흔히 ‘대학생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역사 속에서 대학생은 항상 부당함에 대항하며 앞장서왔다. 수많은 의혹으로 둘러싸인 최순실 게이트가 하나둘 표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현재에도 대학생들은 가장 앞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제는 먼발치에서 그들의 행보를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닌 그들과 함께 부당함에 용기있게 대항해야 하는 시점이다.



사진 김도엽 기자 j52590@hanyang.ac.kr
도움 손채영 수습기자 scyeong0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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