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고통의 의미
[취재일기] 고통의 의미
  • 한소연 기자
  • 승인 2016.10.09
  • 호수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소,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 찼으며 고통을 느끼지 않을 방법은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끔찍이도 싫다는 마음을 빈번히 품곤 했다. 고통을 경멸하는 마음이 강할 때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인연을 거부할 정도였다. 그저 주어진 인연만으로도 충분한 스트레스이고 위안 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어차피 이 사회 속에 있는 이상 고통을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니, 최대한 부딪혀서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경우의 수를 늘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한번 부딪혀 보자는 마음으로 한대신문에 들어왔고, 어느덧 일 년이 지났다.
활동을 오래하다 보니 과분하게도 누군가를 관리하는 자리에 앉게 됐다. 직책을 가졌다는 것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다. 조금 더 오래 일했다는 이유로 조언자의 역할을 감당해야하기 때문이다. 그 행동이 반복될수록 과연 스스로가 그럴 능력이 되는 사람인지 의구심이 든다. 그리고 의구심은 고통의 수치를 증가시킨다. 필자는 지금, 부풀어진 고통에 젖어 있다.
그러나 정말 이상하다. 삶이 고통스러 울수록 더욱 심각한 염세주의자가 돼야 보통의 나인데, 고통 속에서 일말의 희열을 느낀다. 고통 속에서 성장하고 있는 스스로와 직면한 덕분이겠다. 요즘은 그토록 경멸하던 고통이 나쁘지 않은 나를 만들어낼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고통의 수치가 높아질수록 온몸에 뜨겁고 새빨간 피가 도는 느낌인데, 그것이 즐겁기까지 하다.
수많은 풀무질과 두드림을 견뎌내야 단단한 칼이 완성된다. 필자에게 밀려오는 고통의 파도를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올라타서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