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다양성을 지킬 수 있게 HELP 해주세요
[장산곶매]다양성을 지킬 수 있게 HELP 해주세요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6.10.09
  • 호수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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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편집국장>
지난 6일, 본관 앞에서 HELP 성토대회가 있었다. HELP가 만들어진지 10년째인 올해까지도 수많은 논란이 있어왔지만, 여전히 HELP는 서울캠퍼스 학생들에게 4년간 필수로 들어야하는 강의로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더 이상 참기를 거부했다. 학생들의 다양성을 무시하고 기업가적 리더십만을 강요하는 강의 내용에 대해 의문을 표하며 HELP의 필수과목 해제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3학년에 재학 중인 필자는 HELP3 를 수강 중이다. 그나마 학생의 인문학적 소양을 길러주고 진로탐색에 주력하던 HELP1, 2는 모든 학생들이 들을만 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HELP 강의에서 과제로 내어주는 것들을 하다보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가 되곤 했으니 말이다. 하지 만 HELP3에 들어서자 지나치게 노골적인 ‘기업가적 리더십’의 강요가 시작됐다. 지난 강의에서는 재무제표에 대해 설명했는 데, 사실 언론인을 꿈꾸는 필자를 비롯해 특정한 기업에서의 업무수행을 목표로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너무도 지루하고 무의미한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물론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 진로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불확실한 것이다. 그래서 재무제표를 포함해 자본주의, 시장 경제 및 기업 운영과 관련된 지식들을 배워두는 것이 나쁜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일체의 선택권조차 주지 않은 채 모두가 필수적으로 ‘기업가적 리더십’에 대해 듣기를 강요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닌가.
이에 대해 예술·체육 혹은 언론 계열을 비롯해 기업체에 대한 지식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은 소수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래서 소수를 위해 다수가 필요로 하는 기업가적 자질 교육을 하지 않을 이유가 있는 것이냐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상 따지고 보면 일반 기업체로의 취업이 학생들 진로의 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작 그런 진로를 생각 중인 학생들도 HELP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HELP4는 이미 지난 학기에 강의 콘텐츠로 한 번 논란이 됐다. 여성 혐오를 비롯해 외모지상주의 등의 편견을 조장한다는 비판 앞에 한차례 소동을 겪었다. 이에 리더십센터는 논란이 된 부분을 삭제 하고 강의 전반적인 부분에서 재검토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상 HELP는 아직도 논란이 될 부분이 도처에 깔린 듯하 다. 2007년에 만들어졌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 여전히 그 당시에 제작된 영상으로 학생들에게 강의를 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사회 상황 속에서 거의 10년 전에 제작된 강의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 이런 강의 내용을 학생들이 반드시 들어야할 필요성은 있는 것인가. 아직도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다양성을 강조하는 사회를 살아가면서도 정작 학생들은 다양성을 존중받지 못 하고 있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진로를 생각해 기업가적 자질을 가르치고 싶다면, 강의 콘텐츠부터 새롭게 개편해야한다. 사회의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기업인만큼, 사회에 변화가 생기면 강의 콘텐츠에도 개편이 이뤄져야 마땅 하다. 그래야 학생들도 사회로 나갔을 때 새로운 사회적 트렌드가 적용된 강의 내용에서 무언가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지 않겠는가. 반대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HELP의 필수과목을 해제할 것이라면,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탐색의 기회를 보장하고 이에 대한 강의도 제작해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취업률이 높은 학교도 좋지만, 4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본인의 진로를 탐색하고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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