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설]정부는 기초과학을 살려야 한다
[기자사설]정부는 기초과학을 살려야 한다
  • 한대신문
  • 승인 2016.10.09
  • 호수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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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과학계에서는 정부 주도 연구·개발(이하 정부 R&D)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말 정부 R&D개혁을 요구하는 과학자들의 공개 청원이 있었다. 처음에는 40명의 과학자들이 생물학연구정보센터 홈페이지에 청원서를 올렸고, 나흘 뒤 무려 250명의 과학자들이 이에 동참했다. 나아가 이들은 국회에 정식 청원서를 제출하겠다며 R&D개혁에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자 개인의 기초과학 연구에 대해 정부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정부는 알파고, 포켓몬 고 등의 해외 기술개발의 성공사례를 보며 AI(인공지능),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같이 실용적인 기술의 시류에 편승해 단기적인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기초과학을 소홀히 한 채 응용기술과학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수학 공식의 원리도 이해하지 않고 단순 암기 후에 문제풀이에만 집중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GPS 시스템의 원리가 상대성 이론에 기반한 것처럼 기초과학은 산업에 응용되는 모든 기술의 근원이다.
올해 일본은 오스미 교수가 노벨 생의학상을 수상하면서 과학 분야에서만 22명의 노벨 수상자를 배출했다. 과거 1868년 메이지 유신 때부터 서양 문물을 받아들여 현대물리학, 세균학 등에 집중적인 투자를 해왔고, 정부의 주도로 1996년부터 5년 단위의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꾸준히 수행해 온 성과물인 셈이다. 이처럼 일본은 애초부터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의 ‘깊이’가 달랐다. 반면 우리나라는 당장의 실적만을 요 구하는 조급한 정부에 의해 아직까지도 기초과학의 기반을 다지지 못했다.
현재 정부는 당장 상용화할 수 있는 응용기술과학에만 초점을 맞추며 개인이 주도하는 기초과학 연구에는 제대로된 투자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런 근시안적인 태도는 버리고 연구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그들의 연구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해당 연구가 훗날 어떤 기술로 발전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닐스 보어의 원자 모형이 100년이 지난 지금, 그의 기초과학 연구를 토대로 반도체 레이저 등의 새로운 산업분야에서 쓰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는 기술력에 의존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기초과학의 기 반을 튼튼하게 다져 진정한 의미의 국가기술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모든 기술은 해당 이론에 대한 탐구와 이해로부터 시작하며 끊임없는 고민과 실패가 쌓여 비로소 실용화된다. 이것이 바로 정부가 기초과학에 투자해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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