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해진 바람, 따뜻한 햇살, 나무들이 알록달록 색채 옷을 입는 가을이 왔다. 그러나 가을에 독서만 떠올린다면 섭섭하다. 가을꽃이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길 기다리며 당신을 부르고 있다. 밖으로 나가 꽃을 보자. 여기서는 대표적인 가을꽃 세 가지를 소개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애인이나 친구와 함께 꽃구경을 간다면 아는 척 좀 해보는 건 어떨까.
억새
능선에 핀 억새를 제대로 즐기려면 노을 질 때가 가장 좋다. 익어가는 벼의 색깔처럼 노란빛과 주황 그리고 붉은색으로 변하는 하늘, 그 아래에서 은빛에서 금빛으로 옷을 갈아입은 억새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금빛으로 변한 억새를 보면 마음까지 풍요로워진다. 아 참! 가끔 억새를 갈대라고 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억새는 산이나 들에서 피고 갈대는 바닷가나 물가에 피는 것을 말한다. 헷갈리지 마시길.
코스모스
우리나라에는 해방 직후 도입되어 새마을운동 당시 대규모로 심어졌다. 코스모스의 우리말 이름은 살살이꽃이다. '살살이'란 '가냘프면서도 고움'을 나타내는 말로 가늘고 약한 몸이 실바람에도 부드럽게 살랑거리는 모양을 말한다. 가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모습을 꽤 잘 표현한 이름이다. 한편, 코스모스는 관상용 말고도 한방약재로도 쓰인다. 눈이 충혈되고 따가울 때 뿌리를 제외한 부분을 추영이라는 약재로 사용한다.
국화
국화는 동양에서 재배하는 관상식물 중 가장 역사가 오랜 꽃이며, 매화·난초·대나무와 더불어 사군자의 하나로 귀히 여겨왔다. 그래서인지 국화의 꽃말은 고결, 청초함이다. 따뜻한 봄·여름에 피지 않고 가을에 차가운 서리를 맞으면서 홀로 피는 국화의 모습에서 우리 조상들은 고고한 기품과 절개를 지키는 군자의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다. 국화의 생명력과 강인함 그리고 절개를 시인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가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시를 읽으며 국화를 좀 더 느껴보길 바란다.
국화 옆에서
서정주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박다함 기자 ojree@hanyang.ac.kr
이미지 출처: 억새 http://cfs14.tistory.com
코스모스 http://yeoncheon.org
국화 http://cc0pho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