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택배함, 누구를 위한 도입인가
무인택배함, 누구를 위한 도입인가
  • 윤성환 기자
  • 승인 2016.10.08
  • 호수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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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도입 과정에서 학생들과의 논의 부재해…

지난달 12일, ERICA캠퍼스의 기숙사인 창의인재원과 제3생활관에 거주하는 학생들은 유료 무인택배함 설치에 대해 기숙사 측으로부터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그 다음주인 21일부터 무인택배함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며, 택배가 도착한 뒤 2시간이 경과하면 그 이후로 매 2시간 마다 3백 원씩, 최대 3,000원까지 추가요금이 부과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행정팀이 본격적으로 제도를 시행하기 이전에 학생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시도가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추가요금 자체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반발이 있었다. 행정팀은 결국 무인택배함 사용을 원치 않는 학생들은 경비실에 택배를 맡길 수 있도록 했으며, 원하는 학생에 한해서만 무인택배함을 사용하도록 했다. 앞으로 행정팀은 6개월의 무인택배함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한달 전부터 학생들의 의견을 조사해 제도 존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창의인재원 1층 로비에 위치한 무인택배함

무인택배함, 왜 도입해야만 했나
기숙사 측이 갑작스럽게 무인택배함을 설치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내년 3월부터 학생들이 입주하게 될 행복기숙사의 운영과 관련이 있다. 행복기숙사에 설치될 무인택배함을 시범 운영함으로써 그 결과를 추후에 적절하게 사용할 계획이었다. 다른 하나는 경비인력의 업무해소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창의인재원에는 경비인력이 3명이었지만, 기숙사비 동결을 위해 감축된 상태다. 현재 창의인재원은 경비인력을 12시간씩 3교대로 운영 중이다. 경비원의 본 역할은 건물경비와 보안업무인데, 과중한 택배업무로 인해 기존의 경비인력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경비원들은 학생들의 택배 보관과 전달까지 수행해야 해 업무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무인택배함을 도입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발하는 기숙사 학생들
창의인재원 학생자치회에 따르면, 기숙사 측은 지난 8월부터 무인택배함 업체와 이 사안에 대해 논의해 왔다. 그러나 2016학년도 2학기 기숙사 입주 예정 학생들에겐 미리 알리지 않았다. 이를 기숙사 거주 학생들은 일방적인 통보라고 생각하고 있다. 기숙사 측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창의인재원에 거주하는 노동욱<언정대 신문방송학과 15> 군은 “이 제도가 택배분실 및 경비업무량 감소에 도움이 되는 등 여러 이점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학생들은 기숙사 측이 일방적으로 과금을 요구하고 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며 “기숙사 측에서 학생들에게 더 빨리 이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고 알렸더라면 받아들이기 쉬웠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창의인재원 학생자치회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서 학생들이 제기한 ‘수업이 연강이거나 주말에 집에 갔을 때는 별 수 없이 추가요금을 내야하나’와 같은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도 부재한 상황이다. 그렇게 논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일방적인 통보를 한 결과, 현재 무인택배함을 이용하는 학생들의 수는 매우 적다.

이해하기 힘든 기숙사 측 해명
학생들의 반발로 인해 기숙사 측은 무인택배함 제도 시행을 일주일가량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희망 학생에 한해서만 무인택배함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원래 기숙사 측은 학생들이 무인택배함을 사용하길 원치 않는다면, 기존처럼 경비실에도 보관할 수 있게 할 계획이었다. 창의인재원 행정팀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기부터 무인택배함 이용을 원하지 않는 학생에 대한 고려가 있었으며 이 제도를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무인택배함 활성화를 고려해 경비실 수령에 대한 공지는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행정팀의 입장이다. 그러나 이는 기숙사 거주 학생들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은 모습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    
또한 경비인력 재확충에 대해서는 “단순히 택배업무만을 위해 경비인력을 고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며 “경비인력은 보안업무 및 기숙사 건물 관리 등 본래의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 사이에서 무인택배함 자체의 문제 외에도 학생들에게 사전조사를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에 행정팀은 “창의인재원 학생자치회와 방학 중에 논의를 했었지만, 학생자치회가 아닌 일반 학생들과는 소통하지 못해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 부분은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여 보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문제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 필요
이번 기숙사 무인택배함을 둘러싼 갈등의 원인은 기숙사 측의 일방적인 통보다. 무인택배함 자체에 여러 장점이 존재한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생들에게 이 제도를 알리는 노력이 미흡했다. 기숙사 측은 학생 의견을 단순히 추측했을 뿐만 아니라 학생에게 닥칠 불이익에 대한 배려가 역시 부족했다. 시간을 들여 학생들에게 제도의 이점을 설명하면서 학생들의 의견을 고려했었다면 학생들이 받아들이기 수월했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 학생자치회도 학생들을 대변해주는 입장으로서, 기숙사 측 의견 중 추후 문제가 될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문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 기숙사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기숙사 학생들과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김승선 기자 sunsune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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