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 왜? 진짜 왜?
[교수칼럼] 왜? 진짜 왜?
  • 류근<공학대 기계공학과> 교수
  • 승인 2016.09.25
  • 호수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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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근<공학대 기계공학과> 교수
“OO 회사에 취직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OO처럼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OO일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거나 조언을 듣고 싶어서 나를 찾아오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다. “교수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되나요”라는 돌직구 질문을 하는 학생들도 종종 있다. 그런데 대부분 나와 이야기를 하고 돌아가는 학생들의 표정을 보면 마음이 불편해 보인다. 그 이유는 내가 나름 열심히 이야기를 풀어가는 첫 번째 질문이 “왜 그런 일을 하고 싶은데? 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데? 아니, 진짜 왜?” 이기 때문이다. 사실 나의 이 질문은 질문자의 질문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다른 것을 묻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우리가 느끼는 “행복”은, 사실 우리가 정의하고 생각하는 “성공”과 무관하지 않다. 어떤 직업을 가지고,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위치에 오르고, 어떤 명성을 가지고, 그리고 어떤 연봉을 받는 자리에 있느냐는 우리가 “성공”한 청춘을 보냈느냐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여긴다. 이것은 다른 사람이 나를 성공했다고 바라보는 기준일 수도 있지만, 사실 솔직히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성공을 위한 기준을 충족시켰느냐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여기고 있음을 대부분의 우리는 부인 할 수 없다. 이를 통해 우리는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었다고 느낀다. 우리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육체와 마음의 ‘피’와 ‘상처’를 감내하며 청춘의 시절을 보낼지 모른다.
많은 우리 학생들이 놓치는 것 중에 하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왜 원하는지, 나 자신은 무엇으로 정의될 수 있으며 나의 정체성은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다.  2014년 2학기에 학부 2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전공수업을 담당하며 수강생 110여 명을 대상으로 나의 강의에 대한 진행방법과 개선방향을 알기 위해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 때 마지막 질문으로 “나는 무엇을 위해 왜 공부하는지 안다/모른다”라는 항목을 넣었다. 이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모른다”를 선택한 학생이 놀랍게도 60% 정도였다! (나는 여기서 사회적 구조와 시스템이나 개인적 환경에 대한 비판과 평가를 할 수 있지만, 나의 질문과 궁극적으로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논하지 않으려 한다.)
무엇이 여러분 각자를 정의하고, 무엇이 여러분 각자의 진짜 정체성인가? 직장과 직위, 연봉, 명성, 꿈의 성취는 여러분을 정의할 수 없다. 이런 것으로 행복의 “충만함”을 얻을 수 없다.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나 혼자 있을 때, 내가 이런 것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 나의 이런 사회적 성취와 관계없는 것, 이것이 바로 지금 존재하고 살아있는 여러분 자신이다. 여러분은 이미 여러분 자체로 충분하며 여러분 자체로 여러분 각자의 삶의 이유이다.
삶의 높낮이를 살아가고 “살아내는” 과정이 여러분이 살아가는 이유이다. 한 살 전후의 어린 아기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중에 네모, 세모, 동그라미 같은 모양의 블록을 그 모양과 똑같이 생긴 빈 공간에 찾아 넣는 것이 있다. 많은 우리 학생들이 “사회적으로 인식되는 성공”이라는 블록을 결코 맞춰 넣을 수 없는 “행복”이라는 모양의 빈 공간에 억지로 넣으려고 한다. 대부분 20대인 우리 학생들은 선택할 것, 결정할 것, 해야 할 것이 참 많다. 이런 것들 속에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하는 강박 때문에 여러분의 가치와 존재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인생의 가장 큰 축복 중 하나는, 태어나면서 시작한 우리 인생의 열차에서, 언제 어 느 역에서 어떻게 내릴지 아무도 모른다 는 것이다. 이 열차에 오른 것만으로도 이미 여러분은 충분히 아름답고 소중하다. 여러분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과 관계 없이 내 인생의 ‘한양대학교’역에서 만난 여러분께 감사하고, 여러분을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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