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뭐시 중헌디? 서로 동등하다는 게 중허지!
[장산곶매] 뭐시 중헌디? 서로 동등하다는 게 중허지!
  • 정진영 편집국장
  • 승인 2016.09.25
  • 호수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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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영<편집국장>
지난 추석 연휴에 ‘훈훈하다’고 불릴만 한 일이 있었다. 추석 귀향 버스 티켓을 구하지 못한 한 군인을 버스 기사가 무료로 태워준 것이다. 이는 삭막한 우리 사회에도 아직은 정(情)이 남아있음을 보여주며 각종 SNS에서 이슈가 됐다. 이 일에 대해 대체적으로는 ‘보기 좋다’ 혹은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더 큰 이슈가 된 것은 일이 있고 조금 시간이 흐른 뒤였다.
최근 들어 남성과 여성이 편 갈라 서로를 혐오하는 것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만큼 ‘혐오 문제’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이는 지난 5월에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크게 타올랐으며 현재는 지나친 ‘혐오몰이’에까지 이른 상황이다. 그냥 보고 넘길 수 있는 일인데도 상황의 주체가 여성이냐 남성이냐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일례로, 여성 범인이 잡히면 ‘왜 남자가 범인일 때는 늑장 수사 하더니 여자가 범인이니까 빠르게 수사를 진행해서 잡아넣냐, 이건 명백히 여성 혐오에서 비롯된 현상이다’라고 확대해석하고 막무가내로 주장하는 상황까지도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추석 연휴 동안 있었던 버스 기사의 선행도 ‘군인이 었으니까 무료로 태워줬지, 여자였으면 안 태워줬을 것 아니냐’라는 의문이 제기되며 어느새 ‘여성 혐오’ 사건으로 뒤바뀌어 있었다. 이에 SNS를 비롯한 인터넷에 서 논란이 된 것을 확인한 버스 기사는 자신의 ‘선행’을 사과하는 글을 올렸다.
앞서 제기됐다는 의문에 대한 대부분의 반응은 ‘너무 지나친 해석’이라는 것이 주를 이뤘다. 그저 아들 같아서 안타까운 마음에 선행을 베풀었을 뿐인데 그것이 여성 혐오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해 분노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아마 잘못된 방식으로 그들만의 ‘페미니즘’을 실현중인 사람들을 제외한 모두는 당연히 ‘지나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여성 인권의 향상을 위한 정당한 의문 제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삐뚤어진 페미니스트들로 인해 우리 모두는 선행을 베풀 때도, 어떤 제안을 거절할 때도 상대방이 남성인지 여성인지 따져보고 행동해야만 옳은 상황에 놓여 버렸다. 사실 여성 인권이 남성 인권에 비해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고, 양성평등을 이루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여전히 사각 지대에 놓인 여성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개선해야 마땅하다. 하지만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 내고 있는 지나친 ‘여성 혐오몰이’는 진정 여성의 인권 향상을 위해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맞는가.
우리는 모두 진정한 양성평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또한 여성 인권의 향상을 위해 힘쓰는 페미니스트들도 사회에서 비난받아서는 안 된다. 하지만 삐뚤어진 페미니스트들은 지금 당장에라도 그들의 행태를 멈춰야 한다. 여성 인권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본인들의 행태는 사회에서 남녀 간 분란만을 일으킬 뿐이라는 것을 깨닫고 정말 여성의 인권을 향상시키려면 어떤 것부터 차근차근 바꿔나가야 하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또 자신들의 경거망동이 많은 공부를 통해 제대로 된 방식으로 여성 인권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격이라는 것도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다.
남과 여는 성별을 구분하기에 앞서 ‘인간’이라는 동일한 근원에서 출발한다. 정말 양성평등을 이루려면 남과 여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인간이라는 생각에서 접근하고 서로를 대해야 한다. 물론 선천적으로 존재하는 ‘차이’는 서로 존중해야 하지만, 동등하게 인간으로서 가져야 하는 인권을 서로 보장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기저에 두고 행동해야 한다.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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