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성범죄 근절,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교내 성범죄 근절, 실질적 대책이 필요하다
  • 맹은수 기자
  • 승인 2016.09.24
  • 호수 14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흡한 성범죄 예방책, 곳곳에 도사린 위험

지난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신원미상의 남성이 한양플라자 여자화장실과 여자샤워실을 출입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또한 지난 6월 9일에는 교내 도서관 열람실에서 맞은편에 앉은 여학생을 몰래 촬영하던 남학생이 피해 여학생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올해뿐만이 아니라 작년 9월과 10월에도 일부 단과대에서 여자화장실에 남학생이 출입했다는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됐다.
이런 상황에서 교내 성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학교 측은 △교육 △시설 △처벌 제도 등 여러 가지 예방책을 마련해두고 있다. 하지만 그런 예방책에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성범죄 예방교육, 실효성 떨어져
성범죄 예방을 위해 김은경<학생처 양성평등센터> 수석연구원은 “현재 학교 측에서는 신입생, 교직원을 대상으로 성범죄 예방교육을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양성평등센터가 제공한 2015년도 성범죄 예방교육 실적에 따르면 2월 한 달 동안 대학교 및 대학원 신입생 총 4,680명에게 성범죄 예방교육을 했으나 각 단과대 당 한 번, 평균 30분 정도의 강의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동일 자료에 따르면, 필수강의 속에도 성범죄 예방교육은 있다. 기초필수 과목 HELP1강의다. 이 강의는 작년 3,671명이 수강했는데, 문제는 전체 강의 중 성범죄 예방교육은 한 주차 강의에서만 다뤘다는 점이다. 또한 HELP강의는 이미 교육효과의 실효성에 많은 의문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본지 제1440호 ‘HELP가 정말 우리 삶에 도움이 되나요?’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65.6%에 달하는 학생이 ‘HELP강의에 제대로 참여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결과는 HELP1강의에 포함된 성범죄 예방교육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고질적인 시설 문제와 학교 측의 늑장 대처
현재 서울캠퍼스 여자화장실에는 전부 비상벨이 설치돼 있지만 비상벨의 위치가 화장실 각 부스 안이 아닌 출입구 주변에 있다. 즉, 화장실 부스를 이용하는 도중 성범죄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비상벨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지난 21일 서울대 화장실에서 발생한 성폭행 미수 사건은 부스 안에 비상벨이 설치돼 있었기에 범죄를 막을 수 있었다. 피의자 이 씨는 옆 부스에 숨어있다가 피해자가 부스 안으로 들어갈 때를 노려 안으로 들이 닥쳤으나, 여학생이 부스 내 비상벨을 눌러 범행에 실패했다. 비상벨이 출입구 주변에 있었다면 미수에서 그치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또한 여자화장실에 대한 남성의 출입에 대해 학칙상의 제재가 있다고는 하지만 직접적으로 남성의 출입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은 미비하다. 따라서 잠재적 성범죄자가 열린 공간으로 쉽게 출입하거나 카메라 등의 촬영기기가 쉽게 설치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 우측에 보이는 것은 서울캠퍼스 학생회관의 여자화장실 출입문 근처에 설치된 비상벨이다. 이는 부스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범죄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편 건물 밖의 경우, 학교 부지 내 범죄에 대한 위협상황에서 통합보안상황실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비상호출기가 △대운동장 △인문대 158계단 △제1생활관 △진사로(정문 내리막길) 등 12곳에 각각 설치돼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비상호출기가 설치된 장소들은 대체로 개방적인 공간이다. 이를 감안했을 때, 이것이 실제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또한 홍보 부족으로 인해 학생들이 비상호출기의 위치와 역할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도 하나의 문제다.
시설 문제와 더불어 학교 측의 늑장 대처도 문제가 됐다. 지난 4, 5월에는 신원미상의 남성이 여자화장실에 출입한 사건이 발생했지만, 7월 말이 돼서야 학교는 성동경찰서와 협력해 교내 여자화장실과 탈의실 및 샤워실을 순찰하며 불법 무인 몰래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했다. 최초 사건 발생 후 세 달이나 지난 뒤의 공식 조치였다.
현재 학교 측은 성범죄 사건이 교내에서 접수될 경우, 1차 사건상담 및 조사 후 사안의 중대성과 피해 학생의 의견을 고려해 △비공식 처리(가장 원만한 처리 방식으로 사실 확인 후 당사자 간 합의 중재를 하는 방식) △조정 처리(사건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학교 측이 중재하는 처리 방식) △공식 심의처리(중대한 사건이거나 피해 학생의 강력한 처벌 의지가 있을 때 사용되는 방식)의 세 가지 과정 중 한 가지 방식으로 사건을 처리한다. 하지만 이번 도서관 몰카 사건을 비롯한 교내 성범죄 사건의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에 대해서는 학교 측이 밝히지 않고 있다. 때문에 관련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학생들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학생들은 제대로 된 공지를 원한다
처분이 제대로 시행됐는지에 대한 여부나 성범죄가 일어났다는 것에 대해 공지를 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학생들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고, 예방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어떤 공지나 주의사항도 학생들에게 전달하지 않았다. 몰카 사건이 발생한 열람실에서도 사건에 대한 주의사항을 담은 어떤 게시물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해당 도서관의 열람실 자율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모든 공지사항의 게시 권한은 학생으로 이뤄진 자율위원회가 아닌 학교 측에 있으며, 학교 측에서 따로 지시받은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교내 성범죄 보고체계에 따르면, 우선 성범죄에 대한 신고처리 과정은 피해자 및 최초발견자의 신고에서 시작한다. 단과대학 행정팀 혹은 112, 119에 신고가 접수되면, 양성평등센터에 통보되거나 직접 양성평등센터에 신고가 들어온다. 그 이후 성희롱고충심의위원장인 부총장뿐만 아니라 총장에게도 보고된다. 이런 보고체계가 있음에도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 어떠한 사실도 알리지 않은 점은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의 소통공간인 페이스북 페이지 ‘한양대학교 대나무숲’과 서울캠퍼스 온라인 커뮤니티 ‘위한’에 따르면, 많은 학생이 도서관 몰카 사건에 대한 학교 측의 침묵에 대해 불만을 표현했다. 도서관 몰카 사건에 대해 본교 여학생 50명을 인터뷰한 결과, 대다수인 42명은 “사건에 대해 안다”고 답변했다. 또한 사건에 대해 알게 된 경로로 대부분이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기성 언론의 보도,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고 답변했다. 사건을 아는 학생이나 모르는 학생 모두 “학교 측이 위와 같은 사건을 학생에게 공개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 역시 필요하다”고 했다. 사건 결과에 대해 궁금해하는 여학생 역시 다수였다. 하지만 김 수석연구원은 “외부에 지속해서 알려지는 것이 피해 학생에게 상처가 될 가능성을 우려해 공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피의 학생의 처벌에 관해서 현재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현재 몰카 범죄가 전국적으로 극성이라는 점과 대학 캠퍼스의 개방성을 고려했을 때, 교내에서 벌어진 일련의 성범죄 사건을 학교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물론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은 전체 중 극소수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 극소수로 인해 수많은 여학생이 불안함을 겪는 만큼, 학교 측에서는 교육 프로그램 정비와 적극적인 사건 공지를 통해 학생 스스로 경각심을 갖고 대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힘써야 한다. 또한, 여자화장실의 출입이 자유롭다는 시설상의 문제는 학생증을 통해 출입을 제한하는 방안으로도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으며, 공지에 대해서는 현재 운영 중인 한양대학교 앱을 활용해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기성 언론에서 우리 학교의 소식을 마주하는 민망함보다 학교 측이 먼저 학생들에게 공지하고 더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도 차원에서 여러모로 더 바람직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