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신문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빨간 줄’
[취재일기] 신문의 본질을 지키기 위한 ‘빨간 줄’
  • 오현아 기자
  • 승인 2016.09.24
  • 호수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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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신문에 들어온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기자의 직급도 정기자에서 차장으로 바뀌었다. 차장과 정기자가 맡은 일은 꽤나 다르다. 정기자는 취재와 기사 작성이 주된 업무라면 차장은 기자들의 글을 교정하는 것이 주 업무다. 처음에는 직급이 바뀌면 편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마감날을 제외하면 신문사에 얽매일 일이 없을 것이라 말이다. 하지만 차장으로 일해본 결과,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타인의 글을 고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문법의 교정은 간단하지만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이 안 되는 경우는 난감하다. 특히 긴 글을 쓰다 보면 글의 연결이 끊기기도 하고 말하고자 하는 논지가 흐려지기도 한다. 이는 필자가 기사를 쓸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사는 글에 담긴 메시지가 독자에게 명확히 전달돼야 한다. 해당 기사의 제1의 독자인 내가 이해를 못하는 글은 다른 독자도 이해시키지 못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신문사의 데스크는 기자의 글을 바탕으로 문장을 재구성해 최대한 의미가 뚜렷해지도록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 과정에서 문장이 달라지기도 하고 글을 쓴 기자와 이야기를 나눠 문단을 통째로 교체하기도 한다. 이런 수많은 고민 끝에 글을 교정하고 나면 오후 7시에 시작한 작업은 보통 새벽 4-5시를 넘기기 마련이다. 그 때쯤이면 처음 기자들이 써온 글은 빨간 줄로 가득해지고 필자의 머리도 피곤으로 가득 찬다.
빨간 줄을 받아본 기자들도 이것이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한 고민의 결과이지, 개인적인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님을 알고 있을 것이다. 신문이 개인의 일기장이었다면 교정을 볼 필요가 없다. 그러나 신문은 언론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읽을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신문의 본질을 지키는 것이 내 몸이 피곤하더라도 계속 다른 기자들의 글에 빨간 줄을 그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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