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제품 사서 증말 죄송합니다
새 제품 사서 증말 죄송합니다
  • 이승진 기자
  • 승인 2016.09.24
  • 호수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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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가는 중고시장에 대한 분석과 전망


현재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으로 이용되는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의 방문자 수는 올 3월을 기준으로 1억 4,70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00만 명이나 늘었으며, 현재 회원 수는 약 1,500만 명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국민 네 명 가운데 최소 한 명 이상은 중고나라의 회원이라는 뜻이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볼 때도 중고거래 시장이 점점 더 커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중고거래가 증가하는 것일까? 단순히 우리의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서 그런 걸까? 성장하는 중고시장을 다양한 측면으로 나눠 분석해보고 앞으로의 전망도 함께 알아보자.

‘거인’이 된 중고시장
2009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온라인을 제외한 중고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10% 성장한 4조 1,272억 원 수준이었다. 이후 중고시장 규모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는 않지만, 최근에는 오픈마켓을 비롯한 스마트폰 앱을 통한 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업계에서는 국내 중고거래 시장이 약 1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매년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중고거래가 꾸준히 성장하는 이유로는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불황’이 중고시장을 키우는 자양분이 됐다. 소득은 늘지 않고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불황 시기에서 대부분의 가정은 지출, 즉 소비를 줄이게 된다. 그로 인해, 사람들은 가격이 저렴하고 새 제품과 품질도 크게 다르지 않은 중고 물품을 소비하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자녀 양육으로 인한 육아용품이나 휴가를 떠날 때 필요한 여행용품 등 단기적으로 사용하는 제품 같은 경우 새 제품보단 중고 제품으로 타협하게 되는데, 해당 제품들은 사용하고 난 뒤에 곧바로 다시 판매할 수도 있어 보다 합리적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들 수 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공간을 제공하는 ‘에어비엔비(AirBnB)’와 같이 물건을 ‘공유’ 또는 ‘차용’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사용하는 공유경제의 인식이 강해졌다. 자동차를 예로 들면, 리스나 장기 렌트를 하는 추세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또한 이성호<공학대 건축공학과 14> 군은 “최근에는 중고 자체의 품질도 좋아지고 주변에서 많이 구매하기 때문에 중고 제품의 사용이 꺼림칙하지 않아요”라고 말해 학생들이 중고 제품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거래의 효율성 증가도 소비자를 중고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한 몫 했다. 예전에는 벼룩시장과 같이 직접 거래만 가능했다면 요즘엔 스마트폰의 보급과 온라인 거래, 택배 서비스 등 IT기술의 발달로 소비자가 중고거래를 보다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또한 최근 업계는 이를 넘어 더 큰 효율성을 꾀하고 있다. ‘번개 장터’, ‘헬로 마켓’, ‘당근 마켓’ 등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의 등장으로 더욱 쉽고 간단한 방법으로 중고거래가 가능해진 것이다. 이렇듯 기술의 발전은 거래를 넘어 다양한 서비스로 소비자에 소구하고 있다.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는 제품 분야는?
그렇다면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중고 품목은 무엇일까? 이에 중고나라를 운영하는 이승우<(주)큐딜리온> 대표는 각종 서적과 의류, 그리고 IT제품을 꼽았다. 책이라는 재화의 특성상 물건 그 자체보단 내용에 가치가 있기 때문에 중고로 많이 이용된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대표적인 온라인 중고서점인 알라딘, 예스24는 지난해 약 1,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기록했다. 하물며 매 학기마다 새로 구매해야 하는 대학교재는 비쌀 뿐더러 해당 강의가 끝나면 잘 읽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중고 교재를 많이 이용한다는 것이다.

한편 의류는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서 중고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옷은 유행의 주기에 맞춰 소비되기 때문에 품질에 문제가 없어도 빠르게 상품가치가 하락하고 새로운 제품으로 대체되는 특징이 있다. 사람들은 그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의류를 중고시장에서 사고팔았고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이 활발해 지면서 이 경향은 더욱 짙어졌다. 이를 증명하듯 2015년 옥션의 중고거래 장터 분석에 따르면 전체 거래 중 패션 의류 잡화가 40%의 비중을 차지했다. 한편 기능성 의류의 경우 기존 제품과 신제품의 기술력은 비슷하나 가격에서 큰 차이가 벌어져 저렴한 중고를 찾는 손길이 많다. 11번가의 중고제품 거래 사이트인 ‘중고스트리트’의 기능성 의류가 포함돼 있는 ‘스포츠·레저’  항목도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증가해 의류 중고거래의 활성화 정도를 수치상으로 보여줬다.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IT제품도 중고거래가 많이 이뤄진다. 최근에는 중고폰을 이용하는 학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지난 6월 7일 SK텔레콤의 개통 고객 가운데 약 10%는 중고폰으로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 초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아울러 이 대표는 “중고폰 이외에도 학생들이 어학 공부와 취업 준비 등 학습 활동에 필요한 IT제품을 중고거래를 통해 번번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중고품, 뚜렷한 명암과 전망
중고거래의 최대 장점은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또한 새 제품으로는 구하기 힘든 희귀한 물건, 또는 절판된 물건도 구할 수 있다. 사회적으로 봤을 때는 자원의 선순환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고거래는 이 같은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중고거래는 개인 간 거래가 많기 때문에 사기위험이 높다. 지난 22일 김광진<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공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발생한 인터넷 사기는 8만 1,849건으로 5만 6,667건이 발생한 재작년에 비해 44.4%나 증가했다.

이 대표는 중고거래 사기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중고거래 기업들이 앞으로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이 같은 문제는 점차 해결될 것”이라며 희망적인 대답을 했다. 아울러 “중고시장이 더욱 커짐에 따라 골프 용품처럼 특정 카테고리의 중고거래 품목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부띠끄 기업’이 나올 것”으로 예측하며 중고시장의 전문화를 전망했다.

이처럼 중고거래는 이미 경기 상황과 관계없이 커다란 소비 패턴으로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그 영향력은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한 사기위험만 조심한다면 중고거래는 보다 합리적인 소비의 대안이 될 것이다.


도움: 이승우<(주)큐딜리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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