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로]나 혼자 사는 사회
[진사로]나 혼자 사는 사회
  • 김수철<평화연구소> 연구조교수
  • 승인 2016.09.11
  • 호수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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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철<평화연구소> 연구조교수

나 혼자 사는 사회가 유행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매일 혼밥(혼자 먹는 밥), 혼술(혼자 먹는 술), 혼휴(혼자 하는 휴식) 등 다양한 이유로 혼자 마시고 먹고 휴식하는 일반인들, 스타들을 보여주고 있다. 혼자 사는 이들을 위한 마케팅도 활발하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대학로, 강남역, 신촌, 건대, 홍대 등의 대학가 거리에서 이런 나 홀로 족을 겨냥한 식당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보통 식당에도 혼밥을 위한 1인석이 한 편에 마련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편의점 도시락은 이미 최근 몇 년간 엄청난 매출을 늘리며 집밥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된 지 오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 사회의 1인 가구는 500만이 넘는다고 한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지난 10여 년간 인구 통계에서 가장 눈에 띠는 현상이다. 2000년에 16%였던 1인 가구 비중이 2005년에는 20%, 2010년에는 24%로 늘었으며 2025년에는 약 30%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국사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어떤 보고에 따르면, 가까운 일본의 경우 31%, 미국의 경우 28% 정도, 그리고 스웨덴의 경우 47%까지 된다고 한다. 어찌 보면 ‘나 혼자’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고, 영화나 뮤지컬을 보고, 여행을 떠나고, 쇼핑하는 일상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의 삶의 방식과 정서를 관통하고 있는 트렌드일지도 모르겠다.

미국 뉴욕대학의 에릭 클라이넨버그라는 사회학자는 ‘고잉 솔로, 싱글턴이 온다’라는 저서에서 1인 가구 증가의 이유를 네 가지로 든다. 여성의 지위 상승, 통신혁명, 대도시의 형성, 고령화이다. 우리 주변을 살펴볼 수도 있겠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까지의 학교 교육을 마치고 직장, 결혼과 같이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사회 진출이나 가족 구성을 위한 과정을 (자의에 의해서건 타의에 의해서건) 늦추거나 아예 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급격하게 늘어난 수명으로 노인이 된 뒤에도 배우자나 주변에 가족 없이 오랜 기간 혼자 살게 되었다.

클라이넨버그 교수가 보여주고 있듯이 1인 가구의 증대가 반드시 공동체의 쇠퇴, 사회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 듯이 보인다. 오히려 1인 가구를 향한 과거의 부정적 선입견과는 달리 나 홀로 사는 삶의 방식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과 교류할 방법들을 찾아가는 또 다른 과정 내지는 실험일지도 모른다. 또한 나 홀로 사는 삶의 방식은 어쩌면 전통적인 공동체에서와는 다른 방식으로 타인과 관계를 맺고 자아성찰과 개인적 성장을 위한 공간을 창조하는 과정과도 연관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로운 삶의 실험으로서 ‘나 홀로’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우리 주변의 소비 환경들은 증가하는 나 홀로 족을 위한 다양한 편의를 제공해주고 이들의 외로움을 달래줄 다양한 힐링의 달콤한 소리들을 들려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다른 사회 구성원들과 소통하고 연대하는 데 필요한 근육과 감각이 마비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도 있다. 문제를 늘 혼자서, 개인적 차원에서 대면하고 경쟁하고 해결하다보니 그 과정에서의 실패는 모두 개인의 부족함, 과오로 그리고 자신에 대한 자책으로 귀결되기 십상이다. 자기반성도 좋지만 공동체, 사회적 차원에서의 해결책 찾기를 위한 우리의 상상력도 키워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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