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추석을 즐기자, 현명하게
[장산곶매] 추석을 즐기자, 현명하게
  • 정진영 편집국장
  • 승인 2016.09.11
  • 호수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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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편집국장>

올해도 어느새 절반 이상이 지나고 선선한 가을에 접어들며 민족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왔다. 모두가 알다시피 추석은 그간 만나지 못했던 친척들을 만나고 서로 안부도 물으며 가족의 정을 나누는 날이다. 물론 요새는 차례도 지내지 않고 긴 휴일을 이용해 가족끼리 여행을 가거나 그저 평범한 휴일처럼 못했던 일을 처리하기도 하고, 그냥 집에서 쉬기도 한다. 사회가 변하면서 명절을 보내는 사람들의 방식도 다양해졌다. 뭐든지 간소화된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을 달려서 추석날 아침 일찍 큰 집으로 모이는 상황은 여전하다. 그래서 귀향길 KTX 티켓은 금세 매진되고, 추석의 도로는 어딜 가도 항상 막힌다. 다들 명절을 계기로 못 본 얼굴들 한 번씩이라도 보려는 동일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요새는 젊은이들이 이 자리를 피하거나 불편해한다. 어른들로부터 쏟아지는 질문세례를 받고 취업, 결혼 등등 걱정거리들만 산더미처럼 안고 돌아오는 것이 일쑤이기 때문이다. 물론 어른들은 궁금해서, 걱정이 돼서 하는 질문들이겠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정말 스트레스다. 다 잘하고 있으면 스트레스일 것도 없는데, 다 잘하고 있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서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어른들과의 자리를 좋아하고 즐기는 젊은이는 그리 많지 않다. 아무래도 어른들보다는 친구들이나 또래가 당연히 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른바 ‘꼰대질’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그런 자리를 기피하는 데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꼰대’라는 말, 낯설지 않을 것이다. 국어사전에 꼰대는 은어로 ‘늙은이’ 혹은 ‘선생님’을 지칭한다고 정의돼있다. 그런데 요즘의 ‘꼰대’는 은어를 넘어서서 언론이나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보고 들을 수 있는 말이 됐다. 위키백과는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남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것’을 꼰대질의 정의로 소개한다. 자신의 경험을 들면서 젊은이의 고생이나 경험을 ‘뭘 그 정도로 힘들어하고 그래~ 나 때는 그것보다 더 힘든 것도 많았어!’라는 투의 말로 평가절하하는 경우가 많아 젊은이들은 일단 ‘꼰대’들의 말에는 귀를 닫고 싶어 한다.

젊은이들의 입장은 필자도 백 번 공감한다. 당신의 시대와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너무나도 다른데, 어찌 그렇게 쉽게 말하는 것인지 야속하기도 하고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싶어진다. 그럼에도 우리는 피할 수 없기에 즐겨야 한다. 어쨌든 그들의 이야기에 경험이 녹아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어투에서 당신에 대한 자랑이 묻어나고 나의 노력을 가볍게 보는 것 같아 듣기 거북하다면 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보는 건 어떨까. 진지하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이런 일은 어떻게 해결하셨냐고 여쭤봄으로써 필요한 경험도 얻고 친척 어른과의 관계도 원활하게 유지하고, 일석이조가 되지 않을까.

지난 1444호의 교수 사설에는 이런 내용이 실렸다. “우리는 남을 변화시킬 수는 없으며 나 스스로만을 바꿀 수 있다.” 내가 변하면 상대방도 바뀐다는 사실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명제나 다름이 없다. 어른들을 ‘꼰대’라 부르며 일단 귀를 막아버리기보다는 먼저 마음을 열고 존중의 시선을 담아 바라본다면, ‘꼰대’가 나에게 해결책을 줄 수 있는 ‘기대’로 바뀌는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을까. 조금만 시선을 유(柔)하게 가지자. 추석 며칠만 유하게 지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은데, 대응하기 피곤하다는 이유로 포기하기에는 아쉽지 않은가. 기왕에 맞이하는 추석, 좀 더 현명하게 지내고 오자. 어차피 휴일은 기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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