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설] 소통의 부재가 만들어낸 잔해
[기자사설] 소통의 부재가 만들어낸 잔해
  • 한대신문
  • 승인 2016.09.11
  • 호수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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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이하 이대) 사태의 열기가 식은 자리에 잔해가 새까맣다. 소통의 부재가 만들어낸 참상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미래라이프대학은 ‘30세 이상 무직자와 실업계 출신 재작자’ 등 기회가 없었던 이들에게 평생교육을 제공한다는 취지로 설립될 예정이었다. 대학 안에서 평생교육을 실현하려는 시도였다고 볼 수 있다. 교육 대상의 범위는 좁지만 평생교육원과 대학 사이의 사회적 벽을 허물어 통합하려는 긍정적 측면도 예상할 수 있는 사업이었다.
하지만 교육부와 학교 측의 일방적인 태도는 이런 본질을 흐려놓았다. 단과대학을 신설하는 것은 학교의 모든 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다. 교육부로부터 예산을 어느 정도 지원 받더라도 기존 구성원에게 배분될 수 있었던 예산이 다른 곳에서 쓰인다면 ‘교육 서비스의 사용자’인 학생 입장에선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우려하고 있는 예산 부족의 위기와 긍정적인 사업의 취지를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학생들에게 납득시키고 설명했어야 했다. 하지만 학교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경찰력 투입’이라는 폭력이었다.

대학의 본질은 무엇인가. 학생들에게 배움의 자유를 보장하고 다양한 의견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대학의 진정한 존재 이유인데, 이대의 행태는 이같은 사실을 잊은 것에서 나온 것이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소통’은 결여됐을 때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중요하고도 민감한 사안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근간 위에 설립된 ‘대학’이라는 공간이 선택한 것은 ‘불통’이라는 구시대적 행태였다. 왜 이대는 학생들의 소리를 묵살했는가. 과연 이대가 소통을 선택했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까지 진행됐을까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질문일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누구도 함께 가기를 거부하고 있다. 애초부터 소통의 창구가 열려있었더라면 학교와 학생이 함께 손을 잡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새각에 안타까움이 앞선다. 소통이 아닌 불통으로 지켜낸 지금의 자리는 미래에 누구 목을 향하는 칼이 될까. 소통의 부재가 남긴 잔해는 이대뿐만이 아닌 같은 입장의 대학 및 대학생들에게 많은 잔상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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