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를 부르는 이륜차 면허제도
사고를 부르는 이륜차 면허제도
  • 맹은수 기자
  • 승인 2016.09.10
  • 호수 144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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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마주치고 싶지 않은 허술한 면허제도의 결과물

‘과부제조기’는 흔히 오토바이를 일컫는 별명이다. 그만큼 오토바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죽음과 맞닿아있다. 그런데 ‘과부제조기’라는 인식이 형성되는 과정에는 쉽고 간편하게 딸 수 있는 허술한 면허제도가 크게 기여했다.

국내 이륜차 면허제도
우선 국내 이륜차 관련 면허는 두 가지로 나뉜다. 배기량 125cc 미만의 이륜차인 원동기장치자전거(이하 원동기)를 운전할 수 있는 원동기면허와 125cc 이상의 이륜차를 운전할 수 있는 2종 소형면허다. 또한 수동으로 기어를 조작하는 1종 보통, 2종 보통(수동) 등의 면허를 소지한 경우 원동기를 별다른 면허 없이 운전할 수 있다.
오토바이 관련 면허시험에는 학과시험과 기능시험이 있고, 다른 차종의 면허(1종 보통 등)를 소지하고 있을 시 학과시험이 면제된다. 기능시험에서 원동기면허와 2종 소형면허의 코스는 같다. 기능 시험은 △굴절 코스 △곡선 코스 △좁은 길 코스 △연속진로전환 코스 순으로 구성되며 100점 만점에 90점 이상 받아야 합격이다. 실격 기준은 △운전미숙으로 20초 이내에 출발하지 못한 때 △시험과제를 하나라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시험 중 안전사고를 일으키거나 코스를 벗어난 때다. 감점 기준으로는 △장애물을 접촉할 때 △바퀴가 검지선에 접촉할 때 △코스 중간에 발이 땅에 닿을 때이며, 한 번 당 10점씩 감점이다.

현행 면허제도의 문제점
국내 이륜차 면허시험은 곡예주행이라 불리는 굴절코스만 통과하면 간단하게 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대부분의 면허학원에서도 이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굴절 코스만 집중적으로 강습해 6시간 초단기 코스처럼 단기간에 시험 준비를 끝내는 과정이 많다. 또한 이륜차 면허시험에는 자동차면허시험에 있는 도로주행시험도 없을뿐더러 기능시험에서조차 실제 도로주행과 관련된 기어변속과 전자계통에 대한 조작이 시험항목에 없다. 때문에 시험이 실제 도로에서 필요한 능력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다. 결국 면허를 취득해도 운전미숙, 부주의 등으로 인한 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고, 이는 실제 우측 하단의 통계로도 확인된다.
현재 국내 제도는 1종 보통면허나 1종 대형면허, 2종 보통면허 등 수동으로 기어를 조작하는 차량의 면허를 취득한 경우 원동기를 운전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조작 방법은 서로 다르기 때문에 오토바이에 대한 면허를 따로 분리해 취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과거에 자동차 면허만으로는 원동기를 운전하지 못 하게 하는 시도가 있었으나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은 채 무산됐다.
마지막으로 125cc의 배기량을 경계로 단 두 개의 운전면허만 존재한다는 문제가 있다. 실제 운전자들이 배기량 별로 체감하는 조작감이 크게 달라 쿼터급(250cc급), 미들급(500cc급), 리터급(1,000cc급) 등의 명칭을 붙여가며 오토바이를 구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면허제도가 이처럼 단순한 것은 오토바이에 대한 관련 부처의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 사진은 일본의 면허시험 응시자가 '쓰러진 오토바이 세우기'라는 기본적인 체력 시험을 보고 있는 모습이다.

답은 가까이 또 멀리, 어디에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초보 운전자의 운전미숙으로 인한 사고를 줄일 수 있을까? 참고할만한 모범답안은 이웃 나라 일본에도 있고 남반구의 먼 나라 호주에도 있다. 우선 일본의 이륜차 분류는 △원동기(~50cc) △소형자동이륜차(50~125cc) △보통자동이륜차(126~400cc) △대형자동이륜차(401cc~)로 나뉘며, 면허제도 또한 7단계로 세분화된다. 면허 취득 과정도 우리나라와 확연히 다른데, 특히 첫 기능시험 전에 쓰러진 오토바이 세우기, 시동 없이 오토바이 끌고 가기 등 비상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체력을 검증받아야 기능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본격적인 기능시험은 △슬라럼(장애물 피하기) △좁은 다리 건너기 △급제동 △언덕출발 등 주행능력에 대한 항목과 교차로 및 건널목이나 좌우 안전 확인 등 법규 준수 및 안전 운전에 대한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법규 준수 및 안전 운전에 대한 시험에 감점 항목이 많고 까다롭다.
호주의 경우 이륜차면허는 L면허(학습면허), P1면허(임시면허), P2면허(임시면허), F면허(정식면허)로 나뉘어 있다. 면허 취득의 시작인 L면허를 따기 위해서는 RTA(호주의 도로교통공단)에 강습을 신청해야한다. 교육내용은 실제 주행에 꼭 필요한 것들로, L단계에서 배우는 내용은 △기어 1단에서 2단으로 변속 △넘어진 오토바이 세우는 법 △사고 발생 예상 시 대처법 △사고 후 대처법 △시동 없이 오토바이를 옮기는 법  △시속 40km에서 급브레이크로 최단 거리 정차하기 △장내 주행(가상 신호등, 기어 변속, 코너 돌기) 등이 있다. 각 면허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까지는 시험을 보거나 벌점 없이 면허를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한다. 모든 배기량의 오토바이를 몰 수 있는 F면허를 따기까지는 최소 39개월이 걸린다.
이처럼 일본과 호주의 면허제도는 주행 능력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를 운전하면서 알아야 할 지식과 지켜야 할 법규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검증을 요구한다. 특히 두 나라의 시험은 무엇보다 안전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된 이륜차는 217만 대다. 2,098만 대인 사륜차에 비해 적은 수지만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이 무책임한 면허제도가 200만 명이 넘는 운전자를 도로로 내보냈다. 우리나라의 이륜차 면허가 따기에 간편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면허가 결국 준비된 운전자를 도로로 내보내는 ‘운전면허’가 아닌 미숙한 운전자를 만들어 사회 전체의 손실을 증가시키는 ‘사고면허’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자료 출처: http://www.koroad.or.kr

사진 출처: http://www.bikersla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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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7-30 18:52:47
이 글은 국내 이륜차 면허제도의 문제점과 해외 사례를 비교하여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어 유익했습니다. 오토바이에 대한 관련 부처의 이해도가 낮은 점과 쉽게 따는 면허가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를 증가시킨다는 내용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안전을 우선시하는 교육과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