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드라마, 다른 느낌
같은 드라마, 다른 느낌
  • 오현아 기자
  • 승인 2016.09.10
  • 호수 14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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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영 각국 드라마 비교 분석
인간미 넘치는 이야기를 원한다면, 한국 드라마

▲ 사진 출처: JTBC <청춘시대> 공식홈페이지
한국 드라마(이하 한드)는 주로 사람들이 함께 사는 이야기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한국의 가장 보편적 정서인 ‘정(情)’을 내세워 사람들이 사는 다양한 양상을 그리는 것이다. 드라마에서 사람 간 관계를 다루다보면 개인의 감정에 집중하게 되고, 그런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서정적이고 공감가는 대사들이 주를 이루게 된다. tvN에서 방영된 ‘또! 오해영’의 경우 2-30대의 공감을 얻어, 각종 SNS에 대사 모음집이 올라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가 주요 소재거리가 되다 보니 문제 또한 생겼다. 하루에도 한 방송사에서 5-6개 이상의 드라마가 나오는 만큼 소재가 고갈돼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플롯이 반복되며 시청률이 하락하는 와중에 방송사가 선택한 방법은 자극적인 소재의 투입이었다. 출생의 비밀이나 악인의 등장과 같은 소재는 뻔해도 추가적인 투자비용 없이 시청자를 자극해 드라마를 보게 만드는 요소였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으로 인해 한때 한드는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지상파 외의 채널에서 드라마를 제작하기 시작하면서 막장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종편과 케이블 채널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다른 프로그램에 비해 파급력이 큰 드라마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지상파와 비교했을 때 초기에 투입할 수 있는 비용이 적었다.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참신한 스토리를 제작하는 것에 집중했고, 이 시도는 정확히 시청자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그 중 ‘응답하라’ 시리즈는 이미 대한민국 명실상부 최고의 시리즈로 자리 잡았으며 시청률 또한 20%에 육박했다. 최근에는 미국드라마를 우리나라의 스타일로 각색한 ‘굿 와이프’가 탄탄한 작품성과 배우들의 호연에 의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결국 이런 흐름을 통해 현재 한드의 스펙트럼은 ‘시그널’ 같은 장르물부터 ‘W’같은 판타지물까지 다양해졌다.

그럼에도 한드는 기저에 ‘인간미’를 지향점으로 두고 있어 많은 이들이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남다른 스케일을 경험하고 싶다면, 미국 드라마

▲ 사진 출처: hellogiggles.com
미국 드라마(이하 미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한드가 통상 한 회당 약 1~2억 원의 제작비를 책정하는 반면, 미드는 한 회당 평균적으로 24억 원을 투자한다. 미드 중에서도 가장 많은 제작비가 투자된 ‘더 퍼시픽’은 총 10부작인 한 시즌을 만드는 데 3,078억 원이 들어갔다. 이런 뛰어난 자본력을 앞세워 미드는 남다른 스케일을 자랑한다. 드라마 ‘로스트’의 경우 촬영을 위해 하와이의 섬을 통째로 빌려 촬영했을 정도다.

이렇게 거대한 자본력의 투입이 가능한 것은 드라마의 제작이 외주 제작사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미국 드라마 산업의 수익 구조 자체가 우리나라와 달라 방송사는 오직 독점 방영권만을 가진다. 반면 DVD판매, 스트리밍, 드라마 관련 상품, 해외 판매 등에서 얻는 수익은 제작사가 가지고 간다. 그렇기 때문에 제작사는 드라마가 성공할 수 있도록 더 많은 투자를 한다. 이를 통해 미드는 엄청난 볼거리를 가진 콘텐츠로 성장할 수 있었다.

또한 미국은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 제작사의 입장에서는 성공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그 드라마의 다른 시즌을 만들기를 원한다. 하지만 이 때 억지로 줄거리를 늘리거나 작품 후반부의 흐름이 갑자기 느려지면서 맥 빠지는 결말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높은 자본 의존도에서 나오는 단점으로 볼 수 있다.

미드의 다른 특징은 전문적인 직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룬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과학수사물인 ‘CSI’, 법정을 다룬 ‘로앤오더’, 그리고 의학물인 ‘그레이 아나토미’ 등이 있다. 미드는 특정 직업에 관해 매우 심도 있는 접근을 보여주며, 이런 접근은 시청자들을 해당 직종의 세계로 끌어들여 감동보다는 오감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또한 전문성이 높은 드라마는 보통 옴니버스식(영화·드라마 등에서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만든 것)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각 에피소드 별로 연관성이 크게 없다. 이 때문에 시청자들의 미드에 대한 접근이 용이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수준 높은 작품성을 원한다면, 영국 드라마

▲ 사진 출처: ITV <다운튼애비> 공식홈페이지
영국 드라마(이하 영드)의 매력은 영국문학에서 출발한다. 예부터 영국은 문학으로 유명한 나라였다. 셰익스피어, 제인오스틴, 찰스 디킨스와 같이 유명한 고전작가 중에도 영국인이 많았으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 「해리포터」도 영국인 작가 조앤 롤링의 손에서 탄생했다. 이런 문학의 영향으로, 영국의 드라마 산업에서 작가의 위치는 매우 중요하다. 드라마 연출 과정에 있어서 작가의 개입이 강력하며, 때에 따라서는 작가가 프로듀서와 총책임자를 함께 맡는 경우도 있다.

그 덕에 영드는 하나의 단순한 오락거리라기보다는 문학 작품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다. 작가들은 작품의 소재와 장르, 그리고 주제 의식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다양화하는 데 힘쓴다. 하지만 뚜렷한 기승전결과 선악구도가 드물다는 점, 드라마의 주인공이 사색적이고 음울한 분위기를 띤다는 점, 이야기를 순화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그려낸다는 점으로 인해 영드는 많은 드라마 팬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강력하게 나뉜다.

영드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배우’다. 영국배우들은 극에 대한 이해와 연기가 뛰어나다. 영국은 옛날부터 셰익스피어의 연극을 바탕에 두고 극 연구가 발달해 전통 있는 연기 교육 기관이 잘 갖춰져 있다.
영국의 배우들은 이러한 교육기관에서 훈련을 받아 실력을 키운 이들이 많다. 우리에게는 영화 ‘토르’의 로키 역으로 잘 알려진 톰 히들스턴은 왕립연극학교출신이며, 잘생김을 연기한다고 유명한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도 런던 음악예술아카데미에서 고전연극 전공 학사 학위를 받았다. 이렇게 훌륭한 교육을 받은 배우들이 극에 투입됨으로써 영드의 작품성은 정점을 찍을 수 있게 된다.

한편 영드 팬들은 인내심이 필요하다. 가끔 한 작가가 여러 작품을 맡는 경우가 생기면서 제작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 시즌당 10회 내외의 에피소드밖에 없으나 제작하는 데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이에 영드 팬들은 불만을 가지면서도 작품성을 기대하며 기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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