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해(災害)는 이익(利益)이 될 수 있는가?
재해(災害)는 이익(利益)이 될 수 있는가?
  • 박영빈 기자
  • 승인 2016.09.04
  • 호수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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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인류의 역사는 항상 자연과의 투쟁이었다. 태풍, 폭우, 가뭄 등의 기상학적 재해를 극복하기 위해 인류는 일찍부터 저수지 같은 관개시설, 배수로 등의 배수시설을 발명했다. 뿐만 아니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기우제라는 문화도 발달했다. 서양에서는 그리스·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제우스가 비를 다스린다고 믿어 제우스의 신목인 떡갈나무에 물을 적셔 기도했으며, 중국의 경우 비를 다스린다고 믿는 용신에게 지렁이를 바쳤다. 우리나라에서도 삼국시대부터 기우제의 기원을 찾을 수 있는 것으로 보아, 기상현상은 인류에게 공포의 대상이자 숭배의 대상이었다.

지진, 화산, 쓰나미 등의 지리학적 재해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진으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한반도에서도 삼국사기부터 지진이 최초로 언급됐고  현재까지 약 2,500번의 지진이 관측됐다. 이 때문에 고려시대부터 지진이 발생한 지역에서는 ‘지진해괴제’를 지내 민심을 달래고 재해를 극복하려 했다.

자연재해가 인류에게 공포의 대상이자 숭배의 대상이 된 이유는 인명피해, 경제적 손실 등 피해 규모가 막대하고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규모 6.2의 지진이 발생해 290명의 인명피해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에는 약 2만여 명의 사망자와 2,100억 달러의 피해를 입었는데, 이는 일본 전체 GDP의 3.9%를 차지하는 비율이었다.

재해가 발생한 직후에는 발생국의 지역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는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어떨까? 피해 지역에는 복구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이 투입될 것이다. 그러면 이로 인해 일자리가 늘어나며 경제 활성화가 촉진되는 경우도 상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자연재해의 경제성에 대한 연구
몇몇 경제학자들도 자연재해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알바라-버트랜드(1993)는 최초로 자연재해의 경제적 영향력을 연구했다. 그는 재해 발생 전후의 통계분석을 통해 연구를 진행했고, 기존의 통념과는 달리 자연재해가 경제에 중립적이거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한편 노이(2009)는 소규모, 개발도상국일수록 큰 피해를 입는다고 이야기하며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이 외에도 스트로블(2011), 호크라이너(2009) 등 많은 경제학자들이 연구를 실시했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재해 발생 이후 5년 이내의 단기적 영향만을 다뤘다. 이러한 연구들은 학자들을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 사람들과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 사람들, 그리고 둘 사이에서 중립을 취한 사람들로 나눴다.

한편 국가경제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을 연구한 학자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고 그 분석결과가 일관되지 못했다. 그러나 대표적으로 스키드모어 & 토야(2002)는 이에 대한 연구를 통해 기상학적 재해는 성장에 도움을 주고, 지리학적 재해가 성장을 저해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앞서 언급한대로 피해로부터 경제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인적자원의 질이 높아지고, 재해 대비를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 등을 통해 경제가 성장한다고 이야기했다.

▲ 지난 7월 타이완을 강타한 태풍 '네파탁'의 영향으로 파도가 들이치고 있다. (사진 출처: http://www.aljazeera.com )

사례를 통해 본 경제회복
2005년 미국 동남부 지역에 덮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뉴올리언스를 물바다로 만들었고 사망자의 숫자는 약 1,800명, 1,250억 달러 경제 규모의 피해를 입혔다. 이는 미국 재난 역사상 최대의 피해규모로 남아있다. (표 2-6 참고)

▲ 표 2-6


카트리나 허리케인이 발생한 직후에는 미국의 경제성장이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졌다. 실제 멕시코 만에 밀집해 있는 천연가스와 석유 생산시설이 피해를 입어 그 우려감이 더욱 컸었다. 그러나 카트리나 허리케인이 미친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이는 미국 정부가 이재민 지원과 피해복구를 위해 948억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했고, 당시 미국 경제가 성장세였던 점이 주요하게 작용했다.

또한 2008년 쓰촨성에서 발생한 지진은 리히터 규모 8.0의 대지진으로 사망자 숫자만 약 87,000명, 피해액이 850억 달러에 달한 대지진이었다. 쓰촨성은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중국 최대의 농산물 생산지인 만큼 재해가 발생한 직후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1조 7,000억에 달하는 복구사업과 580억에 달하는 교통인프라 건설, 물가안정 노력을 통해 빠르게 안정화될 수 있었다. (표 2-8 참고)

▲ 표 2-8


자연재해는 아래의 자료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경제성장률을 일시적으로 둔화시킨다. 그러나 정부에서 실시하는 막대한 규모의 복구사업을 통해 회복이 가능하다. 이를 ‘V자형 경제 회복’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GDP(Y)는 소비(C), 정부지출(G), 투자(I), 순수출(NX)의 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GDP(Y)=C+G+I+NX 인데 자연재해가 발생하게 되면 소비, 투자, 순수출이 모두 급감하게 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복구사업, 재난민 원조 등을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지출이 앞선 감소액을 넘어서게 되면 GDP(Y)는 증가하게 되고 ‘V자형’ 회복을 보이게 된다. (그림 2-7 참고)

▲ 그림 2-7


그러나 2011년에 발생했던 동일본 대지진은 위의 사례와는 달랐다. 일본정부는 세 차례에 걸쳐 18조 엔의 추경예산을 편성해 복구사업에 사용했음에도 피해 지역에 제조업 시설이 몰려있던데다 원전사고까지 발생해 쉽사리 경제가 되살아나지 못했다. 오히려 일본은 추경예산을 마련하기 위한 국채 발행과 증세로 인해 재정적자에 시달리게 됐다. 2011년 말 기준 GDP 대비 국가부채가 229%로 세계 1위였으니 말이다.


한반도와 자연재해
2016년 유엔(United Nations)에서 발간한 세계위험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위험지수 4.80%로 전체 171개국 중에서 114위에 해당한다. 하지만 재해 발생 가능성은 ‘높음’이므로 재해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2015년도에는 18건의 재해가 발생했다. 이로 인한 피해액은 319억, 그리고 복구액으로 381억이 들었다. 그러나 최근 10년간 평균 피해액은 5,477억이며, 평균 복구액은 10,835억 원이었다.

한국에서 발생한 가장 대표적인 재해를 꼽자면 태풍 ‘매미’를 떠올릴 수 있다. 2003년에 발생했으며 재산피해 4조 2,225억 원의 피해, 사망자 117명으로 한반도 남해안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이에 따라 2002년도에 7.2%였던 경제성장률은 2003년도에 2.8%가 됐다. 경제성장률이 반토막 이상 깎여나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4, 2005년도 이후 4~5%의 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산업 생산 자체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물류시스템의 피해가 커 복구기간이 길어졌다.

국내에서 발생했던 태풍 매미나 동일본 대지진의 경우에는 일반적 통념대로 경제에 악영향을 끼쳤다. 대부분의 자연재해는 분명히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나 쓰촨성 대지진의 경우처럼 정부의 대응이나 당시 경제 상황, 발생 지역 등에 따라 경제적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도움: 윤가은 기자 gaaee@hanyang.ac.kr
참고 자료: <대규모 외부충격(disasters)이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안지연 外  3명, 2012)>, <자연재해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홍종호 外 2명,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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