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쉼'(休)에 대하여
[장산곶매] '쉼'(休)에 대하여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6.09.04
  • 호수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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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영 <편집국장>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방학을 끝내고 다시 학교로 돌아왔다. 필자는 2학기 신문의 발간을 위해 기자들과 함께 7월을 온전히 신문사에서 보냈다. 그나마 주어졌던 8월 한 달간의 휴가는 토익 공부를 하느라, 또 바쁜 시간을 쪼개서 친구들과 여행을 다니느라 정말 정신없이 흘러갔다. 그렇게 개강을 했다.
1년의 시간 중 자그마치 6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을 ‘방학’이라는 이름으로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내가 진정한 의미의 방학을 보냈나?’하는 의문이 들었다. 방학(放學)은 한자 말 그대로 ‘학문을 놓다’, 다시 말해 잠시 배움을 놓고 쉬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필자를 포함해 방학을 진정한 의미의 방학으로 보낸 대학생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궁금하다. 물론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휴학을 하는 학생들도 많다. 하지만 쉬는 것을 갈망하며 입으로 휴학을 버릇처럼 외치면서도 막상 방학이 되면 마음 편히 쉬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선뜻 휴학을 하지도 못하는 것이 학생들이 많은 것이 실상이다.
인간에게 있어 쉼이 중요한 것은 딱히 근거를 들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공감할 것이라 생각한다. 쉬지 않고 밤을 새워서 일했을 때의 결과물과 피곤할 때 쉬어가며 일했을 때의 결과물이 다르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기에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공식적인 휴가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보장받는 휴가를 왜 대학생들은 마음 편히 즐기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현재 우리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휴학 혹은 방학’은 대학생들이 가장 기피해야할 시간으로 통한다. 쉼 없이 달려가야 하는 사회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남들만큼 무언가를 하지 않고 쉬었다는 것은 미래에 대한 계획이 없는 것이며 의지가 없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생들은 학기 중에도 방학 중에도 정말 쉼 없이 움직이고 있다. 그런 그들에게 사회에 나가기 전, 학생 신분에서 즐길 수 있는 특권인 휴학이나 방학 기간을 꼭 무언가 계획된 일을 하며 보내도록 강요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가 아닐까. 물론 무언가를 하고 안 하고는 개인의 선택이며 그로 인한 책임은 개인이 지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자신이 몸담고 있는 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었던 대학생에게 던지는 시선은 차갑기에 패기 있게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대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다음 침공은 어디?’라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내용을 접했다. 영화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장점을 병렬적으로 제시하고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이탈리아의 ‘일 년에 8주의 유급 휴가, 13번의 월급’이 단연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휴가는 당연한 의무이며, 좀 더 과장해서 말하면 휴가를 위해 일을 한다. 12월에 200%의 월급을 지급하는 이유는 한 달 동안 일했으니 남은 한 달의 급여로 휴가를 즐기라는 것이고, 8월에는 더우니까 3주간의 유급 휴가를 즐긴다. “휴가는 가야 합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요.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직장에 돌아오죠.”
물론 유급휴가나 200%의 월급은 대학생과는 먼 나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의 생각에서 ‘쉼’의 본질적인 의미를 찾자고 말하고 싶다. 대학생들에게도,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게도. 쉼은 결코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시간이 아니다. 더 나은 나중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쉬고 싶어 하는데, 왜 누구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있는가. 쉼은 재충전의 시간이다. 때문에 우리는 쉼에 대해 더욱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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