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끝없는 갈등
층간소음, 끝없는 갈등
  • 윤성환 기자
  • 승인 2016.09.03
  • 호수 14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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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으로 치닫는 갈등, 해결책은 없을까?

지난 7월 2일 오후 6시경, A씨는 자신의 아파트 바로 위층에 거주하는 B씨의 집에 침입했다. A씨는 B씨 부부에게 흉기를 휘둘러 B씨에게 상해를 입히고 그의 부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올해 3월 2차례에 걸쳐 B씨 부부에게 층간소음 문제로 항의했지만, 문제가 개선되지 않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층간소음 문제가 매년 증가하면서 이로 인한 이웃 간 범죄도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환경부에서 2012년에 설립한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 통계자료에 따르면 설립 이후 한 달 평균 상담 건수가 1,453건에 달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상담 원인 1위는 ‘아이들이 뛰는 소리’인데, 이 소음은 40dB에 해당한다. 그런데 주간 소음 기준은 43dB, 야간은 38dB을 넘지 않도록 기준이 정해져 있다. 한편 2005년 6월 이전에 지어진 주택의 경우, 직접충격소음 기준이 5dB 높아져 주간은 48dB, 야간은 43dB이 되어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아지게 된다. 야간의 경우 43dB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뛰는 소리(40dB)가 층간소음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층간소음, 복수만이 정답인가
국가사회경제구조가 1차 산업에서 3차 산업으로 바뀌면서 적은 면적에 많은 가구가 대량 입주하게 됐다. 층간소음이 주로 공동주택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이유에서 층간소음분쟁이 보다 심화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사회 내 개인주의가 만연해지면서 이웃 간 왕래가 없어졌고, 이로 인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사라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층간소음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 복수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천장을 두드리기 위한 망치 사용 △대형 우퍼 스피커 장착 △와이파이 이름을 통한 망신주기(우측 하단 사진) 등이 있다. 망치와 같은 복수용 물품들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것에서도 갈등이 심화됐음을 알 수 있다.
실제 판결 사례에 따르면 △주거침입 △초인종 누르기 △현관문 두드리기는 법적인 금지 처벌을 받았지만, △천장 두드리기 △전화 걸기, 문자메시지 전송 △문제해결을 위한 대화 강요 △고성 지르기 등은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았다. 한국환경공단 생활환경팀 관계자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상담을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기본적으로 이웃 간에 배려와 이해를 바탕으로 한 예절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혹시 칵테일 효과?
2016년 7월 말을 기준으로 한 통계에 따르면, 소음측정 건수 대비 기준을 초과한 경우는 9.5%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해서 ‘칵테일 효과’를 적용해 볼 수 있다. 칵테일 효과란 처음에는 작게 들리던 소음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자꾸만 더 크게 들리는 것을 지칭한다. 층간소음에 시달려 위층 사람들을 미워하기 시작하면 작은 소음에도 예민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는 부정적인 정보에 대해 더 강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열등감이 있는 사람이 자신을 흉보는 소리를 더 잘 듣는 것과 같은 원리다. 이와 같이 스트레스와 분노가 쌓이게 되면 소음으로 피해받는 사람은 ‘나를 무시한다’고 느낄 수 있다. 반면, 소음을 유발하는 사람은 ‘그 정도도 못 참아주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칼 크라이터의 말에 따르면, 소음으로 인한 짜증과 분노는 소음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나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믿을수록 그 소음이 더 크게 들리도록 만든다. 결국 층간소음을 일으키는 것 그 자체도 문제지만, 이웃을 배려하는 것 또한 중요한 것이다.

건축자재가 미치는 영향
현재 건축법상, 바닥 슬래브(Slab)의 두께는 210mm 이상이어야 한다. 이 건축법이 아파트에 적용된 시기는 2005년이지만, 연립주택에 적용된 것은 2014년이다. 즉, 2005년 이전에 지어진 대다수의 건물은 그 기준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물론 바닥이 두꺼워질수록 층간소음 예방에 도움이 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210mm의 두께 자체가 아니라 무엇으로 채워지는가이다. 층간소음 방지를 위해서는 ‘충격저감재’를 채워 넣어야 한다. 가장 널리 쓰이는 충격저감재로는 ‘스티로폼’이 있다. 스티로폼은 가격이 저렴할 뿐만 아니라 정부 기준에도 충족한다. 하지만 스티로폼은 오히려 저주파 소음을 증폭시킨다는 단점이 있다.

전진용<공대 건축공학부> 교수는 “층간소음에는 경량충격음과 중량충격음이 있는데, 스티로폼은 경량충격음에만 탁월하다”고 말했다. 즉, 스티로폼은 층간소음의 가장 큰 원인인 중량충격음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뛰는 소리’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량충격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바닥에 있는 단열재를 건물 외벽에 주로 넣는 ‘외단열’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전 교수는 “외단열 방식이 좋지만, 법을 개정하는 것이 어려우므로 현실적으로는 힘든 방법이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처럼 층간소음에는 △건축 △법 △심리 문제가 뒤엉켜있다. 공동주택에서는 이웃 간의 배려가 중요하다. 그러나 층간소음에 극도로 예민해진 아래층과 여전히 변함없이 소음을 일으키는 위층, 이 둘 사이의 대립 속에 단순히 ‘배려’만을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따라서 무조건적인 배려를 요구하기에 앞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소음의 법적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시공사의 책임을 고려하지 않은 근시안적인 방법에 불과하다. 건설업계의 대다수는 충격저감을 위해 최소한의 법적 기준만을 충족시킴으로써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건설업계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 1조 1,225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므로 정부는 건설업계의 이러한 행태를 눈감아 주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층간소음 갈등을 막기 위해서는 건축에 대한 기준을 강화시켜 해당업계에도 책임을 지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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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7-30 18:53:32
이 글은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 갈등과 범죄에 대해 심각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안에 대해 다양한 측면을 고려한 점이 좋았습니다. 건축, 법, 심리 측면의 문제를 함께 다루어 설득력을 높이고, 층간소음 예방을 위한 건축적인 요소도 소개하여 흥미로웠습니다. 이웃 간 배려와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정부와 건설업계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