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에서 지식창조의 원리를 밝혀내다
생태계에서 지식창조의 원리를 밝혀내다
  • 한소연 기자
  • 승인 2016.09.03
  • 호수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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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

“나도 한때는 흙수저였지.”
다들 공감하겠지만, 요즘 대한민국은 수저열풍이다. 좋은 배경을 갖고 태어난 이들에겐 ‘금수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배경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겐 ‘흙수저’. 이런 신조어에 비유하며 한때는 자신도 흙수저였다고 호기롭게 말하는 이가 있다. 바로 유영만<사범대 교육공학과> 교수(이하 유 교수)다. 70여 권이 넘는 책을 낸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수많은 강연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빨간약을 발라주는 유 교수.
그와의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연구실은 자타공인 지식생태학자로서의 모습을 그대로 형상화해 놓은 것 같았다. 연구실 가운데에 단연 돋보이는 나무 한 그루와 수많은 식물들, 그리고 독서광 작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전공 불문 다양한 책들. 감탄사를 연발하며 그와 대화를 시작했다.

흙수저, 그건 지나간 탄생배경일 뿐
유 교수의 청소년기는 생각보다 편치 않았다. 시골에서 태어나 인문계 고등학교를 갈 형편이 안 돼 공업고등학교를 갔던 그는 ‘대학’이 아닌 평택의 한 발전소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다.
그러던 어느 날 들린 서점에서 그의 눈에 띈 책, 바로 ‘사법고시 수기집’이었다. 공고 출신의 한 보잘 것 없는 학생이 사법고시를 패스하며 남긴 그 수기는 유 교수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눈이 번쩍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 당시 사법고시 합격은 최고로 인정해 주는 것이었거든요. ‘앞으로 내가 인생을 한 방에 반전시키는 법은 이 길밖에 없구나’하는 생각이 든 거죠.”
독학으로 짧은 가방끈을 길게 늘이기 위한 치열한 투쟁이 시작됐고,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운 좋게’도 법학과에 갈 수 있는 성적이 안 나왔다. 그런 상황 속, 그에게 보인 것은 ‘교육공학과’였다. “말했다시피 제가 용접을 하던 공돌이고, 학과 이름에 공학이 들어가길래, 대책 없이 원서를 넣었어요. 그냥 교육 분야 행정고시를 보려고 했죠.”
열정적인 고시생이었던 그는 결국 고시 준비를 포기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대학의 비싼 등록금을 메우기 위해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아야 했어요. 과 1등만 주는 장학금을 타려고 전공 공부를 열심히 하다 보니, 사회학 이나 철학 같은 공부의 재미에 빠진 거죠.” 그 당시 자신의 상황을 유 교수는 이렇게 표현했다. ‘공부를 하면서도 재밌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고.

교육공학자? 아니, 지식생태학자!
필자는 그에게 불길한 예감을 준 학문인 ‘교육공학’이라는 이름이 생소했다.
교육학과는 교과교육이나 교사로서 필요한 덕목을 쌓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면, 교육공학은 ‘어떤 교육을 해야 교육적 효율을 높이고 학습효과를 높일까?’에 초점을 맞춘다고 한다. 즉, 학습에 몰입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교육자료나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개발하는 것이다. 그 중 그는 생태학적인 측면에서 교육을 연구한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지식생태학자’로 불린다.
교육공학보다 더 생소한 그 학문 탐구의 시작이 궁금했다. 기업 인재육성을 위해 모 기업에서 근무한 유 교수는 출장 차 간 캘리포니아에서 조지 포라는 프랑스 대학 교수를 만났다. “조지 포 교수와 전공 분야에 대해 토론을 하다가 설명 불가한 통찰을 얻은 거 같았어요. 지식과 생태학이 만나면 아주 좋은 학문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그렇게 그는 생태학에 관심이 생겼고 자신의 전공 분야에 접목시키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그 노력 중 하나로 ‘학습 생태계 설계방법’이라는 수업을 만들어 대학원생에게 가르친 것이라고 했다. “가령, ‘잡초’라는 식물에게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어요. 아무리 모진 일을 겪으며 뽑히고 또 뽑혀도 계속 자라는 게 잡초죠. 작물에 비해 번식력도 강하며 종자의 수명도 길어요. 이런 장점들을 인간의 삶과 지식에 끌어들여 배우는 겁니다.”
한국의 교육 행태에 대해서도 그는 역시 지식생태학자다운 비판을 했다. “학부모들을 위한 강연에 나갈 때 항상 질문을 던져요. ‘당신은 사육하는 부모입니까, 교육하는 부모입니까?’라고요. 사육은 강제적이고 폭력적이에요. 반면 교육은 있는 그대로의 잠재력과 그것의 성장 가능성을 보는 것을 전제로 하죠”라며 말을 이어갔다. “예를 들어 한양대학교가 동물학교라고 생각해 봅시다. 토끼, 참새, 오리가 입학을 했어요. 교과목은 노래하기, 수영하기, 달리기가 있는 거예요. ‘노래하기’라는 과목은 참새가 좋은 성적을 받을 테고, ‘수영’과목은 오리가 잘 할 테죠. 하지만 ‘노래’, ‘수영’과목 어디에서도 좋은 점수를 못 받은 토끼는 절망할 필요가 없어요. ‘달리기’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거든요. 이렇게 각자 선천적으로 타고난 잠재력은 각기 다르며 그 잠재력이 능력으로 전환돼 성장할 수 있도록, 스스로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게 중요한 거예요.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똑같은 시험을 보고 그 결과를 똑같은 기준에 의해 평가받고 비교당하죠. 이러면 한 개인의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결과를 초래해요. 사육이 아닌 잠재력을 인정하고 성장시키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또한 그는 좋은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한 조건 세 가지를 말하기도 했다. 호기심에 기반한 질문 능력과, 타인의 아픔에 발 벗고 나설 수 있는 공감 능력 그리고 다양한 도전을 통해 습득하는 체험적 상상력이 그것이었다.

나를 체(體), 인(仁), 지(知) 하라!
이런 생각을 가진 지식생태학자 유 교수는 2012년에 「체인지(體仁知)」라는 책을 발간했다. 몸 체(體), 어질 인(仁), 알 지(知)자를 합쳐 만든 유 교수의 단어이다. 그 세 단어에 자신이 주장하는 모든 게 담겨있다고 한다. 첫째, 체(體). 세상을 바꾸는 지식이 나오기까지는 수많은 몸의 부딪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인(仁). 바로 공감능력이다. 어질게 다른 이의 아픔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이 자신만의 지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셋째, 지(知). 자신의 분야에 국한된 인간관계를 맺는 것이 아닌 여러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보고 이야기를 들어야 다양한 사고가 가능하다. 또한 책을 읽어 세상을 내다보는 창을 넓혀야 한다. 그는 이 ‘체인지’ 이야기를 하며 자부했다. “이 세 가지가 바뀌면 자신이 바뀔 것입니다.”

지식생태학을 넘어 지식산부인과학으로!
지식생태학을 넘어 이질적인 분야를 연결시켜 자신만의 학문을 만드는 유 교수는 몇 해 전부터 ‘지식산부인과학’이라는 학문 분야를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건강한 지식이 탄생하기 위한 최적의 조건은 무엇이며 지식 낙태수술 방지법은 무엇인지, 지식 자연분만은 어떻게 유도해야 하는 것인지 등 유 교수만의 통찰이 담긴 독특한 이름의 학문이다. 그는 이와 관련된 책의 발간을 위해 집필 중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유 교수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물었다.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인생을 즐기고 간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비록 처지가 좋지 않을지라도 제 인생을 보며 누군가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져주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성공적이죠.” 내일 뭐가 되든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행복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유 교수. 하루하루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즐기는 그가 교육공학자를 넘어 지식생태학자, 지식산부인과학자가 되는 그날이 오길 응원한다.

다섯 가지 단어의 이니셜을 따서 창조한‘ PITCH(정도, 최고조)’라는 단어를 늘 가슴에 새기고 행동한다는 유영만 교수. 그는 저대로 생각하면 나만의 스토리가 생기고 그것이 히스토리가 된다고 말했다. 그를 나타내는 다섯 글자는 P.I.T.C.H이다.

글 한소연 기자 soyeonee@hanyang.ac.kr

사진 김승선 기자 sunsune2@hanyang.ac.kr

도움 김도엽 기자 j5259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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