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꽃이라면 다시 피어나리라
그대가 꽃이라면 다시 피어나리라
  • 박영빈 기자
  • 승인 2016.05.07
  • 호수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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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도 평범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차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했다. 여느 남자아이가 그렇듯이, 그도 차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였다. 튜닝에 관심이 많았다. 차 안의 부품을 외우고, 자료를 뒤져가며 밤새도록 꿈속에서 자신의 차를 상상했다. 그러나 이내 그는 직접 운전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실제 차를 운전할 나이는 안됐기에, 중학생도 운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렇게 그는 카트를 만났고, 카레이서의 길이 자신의 길이라는 확신을 느꼈다.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까지, 그는 꿈을 위해 쉴 새 없이 달렸다. 학교는 뒷전이었다. 그에게 공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다만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을 뿐이다. 그래서 미친 듯이 노력 했고, 그걸 뒷받침할 재능도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고등학교 1학년, 마카오에서 열린 세계카트그랑프리에서 최상위권의 성적을 거뒀다. 마치 꿈을 향해 박차를 가하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레이싱을 계속하기 위해 그는 돈이 필요했다. 지금까지는 감당할 수 있었지만 그가 바라는 꿈의 무대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의 가족은 그럴 여건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더 스폰서가 간절했다. 스폰서에게 제의를 받기 위해서 하던 것 이상으로 노력했다. 이젠 간절한 마음을 품은 채 페달에 발을 올렸다. 하지만 간절한 마음과는 달리 그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까지 어떤 스폰서에게서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포기해야했다. 포기하고 싶지 않지만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무엇보다도, 가족들에게 더 이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말은 그에게 허상에 불가했다. 이상(理想)의 말로 현실의 장벽은 넘을 수 없었다. 도와달라고 아무리 소리쳐 봐도 소리 없는 메아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졸업을 눈앞에 두고, 그는 더 이상 레이싱 카의 페달에 발을 올려놓지 못했다.

이것은 이제 더 이상 그에게 돈의 문제가 되지 못했다. 꿈을 잃은 분노는 곧 자신의 환경을 문제 삼았다. 부자가 아닌 부모님을 탓했다. 그의 꿈을 지탱해주지 못하는 그들이 미웠다. 나를 위해 아무것도 못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더 나아가 동료에 대한 질투심이 생겨났다. 부자인 그들에게 분노했다. 계속 꿈을 쫒는 그들을 질투했다. 더 이상 동료의 얼굴을 보는 것조차 싫었다. 그리고 이 생각의 끝에서 그는 좌절했다. 미워하는 자신의 모습이, 분노하는 자신의 모습이 다른 무엇보다도 역겹게 느껴졌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확신을 자존감이라고 부른다면 그는 “밑바닥에 다가섰다”고 표현했다. 그는 스스로의 능력에 대한 확신도, 행복해질 것이라는 자신도 없었다. 꿈을 잃었기에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어떤 위로해주는 말도 그의 마음에 닿지 못했다. 부모님의 말도, 친구의 말도, 그리고 동료의 말도 모두 그에게 있어서는 허상이었다. 이 모든 위로가 배부른 소리처럼 생각됐다.

시간이 흐르면 상처에 딱지가 생겨나듯이 시간이 흘러 그의 상처에도 딱지가 앉았다. 더 이상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자신을 포함해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이 결코 상처의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픔에 무뎌지는 것”이 그에겐 자존감의 회복이라고 말했다. 계속된 좌절이 자신에게 상처를 준다면, 그 좌절에 무뎌지면 된다. 그렇게 그는 아픔을 품은 채 일어섰다.

그는 다시 삶을 시작할 방법을 찾았다. 공부를 하자고 마음먹었고, 직장을 갖기로 마음먹었다. 돈이 있으면 언제라도 다시 서킷에 발을 들일 수 있다. “비록 취미일지라도 좋다”고 그는 털어놨다. 아픔에 무뎌지는 것은 어떻게 보면 현실과 타협하는 것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이 됐다.

끝으로 그는 “모두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행복을 찾아간다”라며 자신의 이야기의 매듭을 지었다. 그는 큰 좌절을 겪었지만 시간이란 이름의 마취제로 일어섰다. 다시 아파도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란 걸 믿으며 그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고 다시 꽃은 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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