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버티는 힘, ‘자존감’
우리가 버티는 힘, ‘자존감’
  • 윤가은 기자
  • 승인 2016.05.07
  • 호수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②건강한 자존감 일궈내기

본 기사는 2부작이며, 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브랜드 상품과 스마트폰 등의 외적인 물건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여보려는 사람들. 이들에겐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자신의 가치를 외적인 잣대로 측정하려 드는 것이 첫 번째 문제고,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는 것이 두 번째 문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속이 비어 있어 외적인 것으로 그 공(空)을 채우려 한다. 조세핀<하버드대학교> 교수는 “속이 비어 있을 때 외적인 것으로 채우려는 욕심”을 자존감 낮은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봤다.
의미 없는 동작이란 없다. 우리의 행동은 내면이 반영돼 나온 결과물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겉으로 드러나는 모든 행위는 내면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내면을 돌보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이 내면을 건강하게 일궈내는 것이 바로 자존감을 키우는 일이다. 지난 기사에서 자존감이란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고 자신이 가치 있는, 행복 받아 마땅한 존재라고 인지하는 것이며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살펴봤다. 그렇다면 ‘건강한’ 자존감을 기르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너새니얼 브랜든은 저서 「자존감의 여섯 기둥」에서 위 질문에 대한 여섯 가지 해답을 제시한다. 제목에서 브랜든이 말하는 ‘여섯 기둥’이란, 건강한 자존감을 떠받치고 있는 여섯 요소들이다. 각 요소는 의식, 자기 수용, 책임, 자기주장, 목적, 그리고 통합으로 설명될 수 있다. 그 첫 번째 요소는 ‘의식’을 통해서 이뤄진다. 의식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현실을 ‘인식’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을 ‘의식’하는 것은 그 현실로부터 특정 감정이 유발되기 전의 객관적인 상태이다. 의식하는 삶이란 자신이 처한 현실을 그 자체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실을 부정하지 않고 그를 바탕으로 행동해나가는 삶을 의미한다. 인간은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기 때문에 의식적인 삶을 살든 그렇지 못한 삶을 살든 그 방향은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 현실을 부정하는 행동은 의식하기를 배반하는 행위이고 이는 자존감에 큰 상처를 미친다. 물론 의식하는 삶을 산다고 해서 매 순간 의식을 하며 쓸데없이 에너지를 낭비하라는 소리는 아니다. 상황마다 적합하게, 유동성 있게 의식해야 한다.

자존감을 떠받치는 두 번째 요소는 ‘자기 수용’ 개념으로 구성된다. 브랜든은 자기 수용을 가리켜 “가장 고결한 의미의 이기심”이라 불렀다. 자기 수용이란 자신의 현실을 온 힘을 다해 살아냄을 의미한다. 자신에게 닥친 현실에서, 그 순간에 느끼는 불편한 감정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온 몸으로 감각의 문을 열어두는 상태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듯 자기 수용은 자신이 발전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필요한 단계이다. 자신의 감정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떤 문제를 발견할 수도, 어떤 해결책도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브랜든은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이 치유될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봤다.

세 번째 요소는 ‘책임’으로 설명된다. 자존감을 받드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이 ‘책임’인데, 책임을 지기 위해선 삶이 자신의 통제 안에 들어와야 한다. 사람은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얻게 되기 때문에 목표를 설정하는 것과 그 목표를 자신의 통제 아래 두는 것, 그리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중요하다. 브랜든은 “자신의 행복을 책임진다는 것은 곧 자신에게 권한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책임지는 것이 곧 자신의 통제 아래 삶을 두는 것이라는 말이다. 우리는 선택의 자유가 주어진 만큼 이런 ‘책임’에 있어서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

네 번째 요소는 ‘자기주장’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외부에 드러내는 것을 자기주장이라 한다. 그러나 자기주장은 그저 가치관을 지니고 외부로 발설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이것이 진정한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 허울뿐인 말은 자기주장의 범주에 들 수 없는 것이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그 가치관대로 행동하는 것이 자기주장이며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외부로 발현되지 못한 자기주장은 결국 자신의 자존감을 깎아내린다. 행동을 수반하는 자기주장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다행인 것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자기주장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자존감은 높아진다. 그래서 브랜든은 “더 넓은 우주로 자기 자신을 떠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섯 번째 요소는 ‘목적’이다. 삶에 있어서 목적을 세우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목적이 없는 삶이란 그야말로 바람 부는 대로 파도가 치는 대로 바다에 몸을 맡긴 종이배와 다를 것이 없다. 브랜든은 ‘생산성’을 강조한다. 이 때 생산성은 인간을 생산을 위한 도구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더욱 굳게 하는 성취로서의 생산을 의미한다. 생산으로 표현되는 결과가 한 사람에게 있어 자존감을 높여주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여섯 번째 요소는 자아의 ‘통합’이다. 말 그대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과 자신의 행동이 모순되지 않고 일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아가 통합되는 것은 건강한 자존감의 형성에 있어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말과 행동이 따로 존재하는 자기기만은 자신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자존감이 높은 부모님, 풍족한 집안, 좋은 사람들 사이에서 자라난 사람은 자존감이 높을 확률이 높지만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또 반대로 그와는 전혀 다른 외부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이라 해서 자존감이 심각하게 낮은 것도 아니다. 집안 배경과 교육, 가족 등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이자 자신의 ‘내면’이다. 외부환경은 어쩔 수 없이 주어지지만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내면이다.
이성원<한양심리센터> 박사는 “상담을 하러 오는 학생들이 도리어 자존감이 높은 학생들”이라고 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그로부터 자신을 구해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쓰는 학생들이라는 것이다. 현실을 직시하는 작은 발걸음에서부터 모든 변화가 시작된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외부에 내 기준을 맡기지 말고 내 현실에서 시작해보자. 그 작은 발걸음, 지금 한 발짝 떼어 보는 건 어떨까.

도움: 이성원<한양상담센터> 박사
참고 자료: 도서 「자존감의 여섯 기둥」
(너새니얼 브랜든 지음, 김세진 옮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