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낭 메고 이색 역을 찾아서
베낭 메고 이색 역을 찾아서
  • 정예림 기자, 김승선 수습기자, 이태성 수습기자
  • 승인 2016.05.07
  • 호수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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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듯한 그 곳, 6호선 화랑대역

▲ 6호선 화랑대역

화랑대라는 이름이 낯설다면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떠올려 보자. 화랑대는 드라마 속 유시진 대위가 졸업한 육군사관학교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이 화랑대에는 원래 전철역과 기차역이 있었다. 화랑대 전철역은 지금 이 시간에도 시민의 발이 되어주고 있지만 화랑대 기차역에는 더 이상 승객이 몰리지도, 기차가 오지도 않는다.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2010년 폐선돼 과거의 흔적과 추억만 남아있을 뿐이다.
기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남겼을, 누군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킬 화랑대 기차역을 찾았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 역이 운영됐던 72년간의 따뜻한 추억을 엿볼 수 있었다.
6호선 화랑대역에 내려 1번 출구로 나오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도심에서 벗어난 한적함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곧 기차역 철길의 시작점이 보였다. 한적한 이곳이 과거에는 설레는 여행의 시작 혹은 통학의 과정이었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길게 이어지는 철길에는 폐선 후 그동안의 시간을 일러주듯 풀이 무성하게 자라있었고 철길은 쓸쓸하다는 듯이 녹슬어있었다.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걷자 노란 건물이 하나 보였다. 아무도 없는 대합실이었다. 대합실에 들어서니 평소 흔히 보던 기차역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가득했다. 긴 나무의자에는 먼지가 소복히 쌓여있었고 가끔 누군가가 잠시 쉬었다 간 흔적이 보일 뿐이었다. 담당 역무원을 알려주는 안내와 철로를 통제하던 선로전환기를 보니 지금 당장에라도 기차를 타고 떠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결국 기차는 오지 않았다.
이날 기자는 화랑대역에 찾아온 몇몇 가족과 연인들, 친구들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이제는 기차가 오지 않는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철길을 걸으며 또 다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중이었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곳이었지만 화랑대역의 시간은 멈춰있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추억을 선사하며 화랑대역만의 방식으로  흔적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정예림 기자 flxmf741@hanyang.ac.kr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꿈마을, 8호선 몽촌토성역

▲ 8호선 목촌토성역

기자는 이 역으로 향하기 전, 인터넷에 몽촌토성을 검색해봤다. 가장 눈에 띄는 연관검색어는 단연 올림픽공원, 나홀로나무였다. 많은 이들이 나들이를 떠나 사진을 남기는 그 나무가 있는 곳이 바로 몽촌토성역이었다.
몽촌토성역에 내리자 숨은 단풍 명소로 소문난 위례성길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푸르른 5월의 위례성길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궁금증이 머릿속을 스쳤다. 단풍이 들지 않은 탓일까. 호기심에 찾은 위례성길은 사진에서 접한 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푸른 나무들이 나란히 서있는 길게 뻗은 길은 기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을 마주하니 자연을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 후 자연에서 얻은 편안함을 안고 올림픽공원 내에 위치한 몽촌토성으로 향했다. 몽촌토성으로 가기 위해서는 ‘곰말다리’를 건너야 했다. 곰말을 우리말로 하면 꿈마을이 되는데 이 꿈마을이 한자로 표기되며 이 토성은 몽촌(夢村)으로 불리게 됐다고 한다. 즉 곰말과 꿈마을, 몽촌은 모두 같은 말이다.
이 곰말다리를 건너 오르막길을 오르니 나홀로나무가 보였다. 나홀로나무 곁에는 봄기운이 가득한 잔디밭이 함께 있었다. 나무는 나홀로 있었지만 몽촌의 자연은 전혀 외롭거나 허전해 보이지 않았다. 자유롭게 뛰어다니는 토끼들도 그 분위기를 한층 더 밝게 만들고 있었다. 밝게 뛰노는 아이들, 나들이를 온 사람들, 그리고 달리는 토끼까지 모두가 자연과 어울려 함께 하고 있었다. 이곳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진정한 꿈 같은 ‘곰말’이었다. 정예림 기자

항동철길 따라 느리게 걷기, 7호선 천왕역
항동철길은 서울 구로구 오류동과 옥길동 구간 11.8km를 잇는 단선으로 과거 화물 운반에 사용됐던 길이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고 철길만 그대로 남아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다.
항동철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7호선 천왕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걷자 철길이 보였다.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곳이지만 이 길에 들어서면 환상적인 공간을 마주할 수 있다. 철길을 따라 걷다 보니 주변의 신축빌라는 점점 푸른 나무로 바뀌고 어느새 방금 지나온 도시의 소음은 사라져 있었다. 철길은 답답한 도시에서 오아시스 같은 푸른 자연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자연과 철길이 어우러져 도시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 가득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인생사진’을 찍기 위해 철길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하지만 항동철길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일까?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 덕분에 여유 있게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항동철길에서 산책도 하고 인생사진도 찍었다면, 이제 철길 바로 옆 푸른수목원과 항동저수지를 찾아가 보자.  수목원은 생태계 유지를 위한 종 확보, 식물전시 및 교육이 이뤄지고 기존의 지형과 연못을 살려 다양한 식물과 동물이 공존하고 있었다.  햇빛에 반짝이는 넓은 저수지는 마치 멀리 여행을 온 기분이 들게 했다. 연꽃 개화 시기인 7월 초 여름에 다시 찾으면 저수지 위 활짝 핀 연꽃의 장관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철길을 걷고 천천히 수목원을 둘러보니 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노을을 뒤로 한 채 다시 수목원을 지나 철길을 따라 걸어 나왔다. 철길 옆으로 우거진 나무는 다시 신축빌라로 바뀌고, 희미한 자동차 소리가 점차 선명하게 들려왔다. 멀리 떠날 수 없는 바쁜 일상 속, 그 사거리로 다시 돌아와 있었다.
김승선 수습기자 sunsune2@hanyang.ac.kr

플랫폼에서 찾은 쉼표, 2호선 신답역
시원한 바람과 화창한 햇볕이 나들이를 가라고 재촉하던 지난 4일, 기자는 지하철 여행을 계획했다. 화려하지 않은 곳,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쁜 길을 재촉하느라 지나쳐버리는 곳, 그런 곳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2호선 신답역이다. 신답역은 서울캠퍼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2호선은 보통 많은 사람들로 붐빌 것이라 생각하지만, 신답역까지 가는 여정은 그렇지 않았다. 기자는 사람이 없어 텅 빈 자리에 앉아 여유를 만끽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신답역은 바로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역이다.
신답역 내부를 보니 지붕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진 플랫폼을 따사로운 햇볕이 밝혀주고 있었다. 지하에 위치한 대부분의 역들이 형광등 불빛에 의존한 단조로운 모습인데 반해 지상에 위치한 신답역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빛과 그림자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전철을 기다리는 승객도 모두 여유로워 보였다.
무엇보다 신답역의 가장 큰 매력은 플랫폼에 공원이 조성돼 있다는 것이다. 역의 규모가 크지 않아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기자는 그 공원이 목적지를 향해 분주하게 움직여야만 하는 시민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처럼 느껴졌다.
신답역의 유일한 출구인 1번 출구를 통해 역사 밖으로 나가면 바로 앞에 공원이 있다. 공원의 이름은 ‘용답근린공원’. 배드민턴장, 운동기구 등이 있는 익숙한 공원의 모습이다. 두 개의 공원뿐만 아니라 신답역은 청계천 산책로와도 인접해있다. 거리는 불과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신답역과 주변의 모습을 보니 자연스레 산책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신답역은 겉은 소박하지만 먹고 나면 든든한 한 끼 밥상과 같은 여행지였다. 역 안팎으로 조성된 작은 공원,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청계천까지. 어딜 가나 북적이는 서울 도심에서 조용하고 차분한 여행지를 찾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이태성 수습기자 taesung1211@hanyang.ac.kr

지하철 너머 만난 남산, 6호선 버티고개역
6호선을 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은 버티고개역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특이한 이름이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기자가 버티고개역으로 목적지를 정한 것은 우연히 역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서였다. 이 역은 조금 특이한 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서울시 지하철역 중 가장 긴 에스컬레이터가 운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거대한 반구형 천장의 모습이 일반적인 플랫폼의 모습은 아니었다. 기대하던 에스컬레이터를 마주한 순간, 조금 전 지나쳐온 플랫폼의 모습이 떠오르며 지하 갱도에 온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2분 가까이 걸리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본 경험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그 길이와 깊이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버티고개역의 진정한 매력은 역 밖에 있었다. 기자는 1번 출구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서 우연히 남산공원 진입로를 발견했다. 경사는 꽤 높았는데 별생각 없이 들어간 그곳이 버티고개역 여행의 핵심이었다.
계단을 오르다 보면 서울성곽길이 나오는데 성곽 너머로 서울 도심을 내려다볼 수 있다. 그중 백미는 단연 다산팔각정이었다. 정자에 앉아 탁 트인 하늘과 우거진 나무를 바라보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팔각정은 서울성곽길과 남산탐방로가 만나는 지점 부근에 위치해있는데 곳곳에 이정표와 지도가 있어 찾아가기 쉽다.
버티고개역 여행을 마친 기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서울의 모습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뜻하지 않은 발견의 기쁨이 있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는 것이 생각만큼 어렵거나, 거창한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독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이태성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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