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한복, 꽃길 걸을 수 있을까
생활한복, 꽃길 걸을 수 있을까
  • 오현아 기자
  • 승인 2016.05.07
  • 호수 14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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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트렌드이자 일상의 문화로 도약 위해선 발판 마련해야

핸드폰을 하고 있는 중 페이스북 게시물에 친구가 나를 태그했다는 알림이 울린다. 뭔가 싶어서 열어봤더니 예쁜 생활한복을 차려 입고 사진을 찍은 사람들의 글이다. 친구는 ‘우리도 여름에 생활한복 맞춰 입고 사진찍자!’라는 댓글을 달았다. 옷이 예뻐서 ‘그럴까?’ 싶은 마음에 생활한복의 가격을 찾아보는데, 생각한 것보다 너무 가격이 비싸다. 아래 위로 맞춰서 사려면 10만 원 돈이 넘어간다. 결국 나는 친구의 댓글에 ‘예쁜데 너무 비싸’라는 댓글만 달고 아쉽지만 구입을 포기한다.



개량한복? 생활한복!
많은 사람들은 개량한복과 생활한복이라는 용어에 대해서 헷갈려 한다. 개량한복이라는 용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스님들이나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입는 투박하고 단조로운 느낌의 한복을 떠오르게 하는 반면, 생활한복은 사진처럼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한 색, 패턴 등으로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사실 두 용어는 ‘일상생활에 입을 수 있게 변형된 한복’을 의미하는 동의어이다. 그렇다면 왜 다른 이름으로 불리게 됐을까?

생활한복이 처음으로 인기를 끌었던 1990년대에는 개량한복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불렸다. 그러나 개량한복의 ‘개량’이라는 단어는 ‘나쁜 점을 보완해 더 좋게 고침’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로 인해 개량한복은 한복의 나쁜 점을 보완한 의류라는 의미를 가지게 됐었다. 그러나 의류학계와 한복업계에서는 변형된 한복은 현재 생활에 맞게 변형된 것이라며, 한복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개량한복이라는 용어 대신 생활한복이라는 용어를 쓰자고 주장했다. 그로 인해 예전에 부르던 잘못된 명칭과 개선된 명칭이 혼재되기 시작했고 마치 다른 종류의 한복처럼 인식돼 온 것이다.

두 용어가 다른 한복을 지칭한다고 오해받는 이유는 변화된 모습에도 있다. 생활한복이 처음 유행했던 90년대에 주로 쓰이던 원단은 면이었다. 그로 인해 생활한복도 면으로 만들어져 투박한 느낌을 갖게 됐다. 반면에 요즘에 쓰이는 원단은 린넨, 나이론 등 훨씬 다양해져서 여러 가지의 느낌을 낼 수 있고, 이에 옛날 생활한복과는 모든 면에서 달라져 다른 종류의 한복처럼 보이는 것이다.


여전히 ‘생활’이 아닌 ‘특별’한 의복
그러나 ‘일상생활’에 맞게 변형된 한복이라는 뜻의 생활한복을 평소에 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본지에서 한양대학교 학생 515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생활한복을 한 번도 입어보지 않은 학생은 94.7%인 488명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그 중 57.6%가 관심은 있지만 비싸거나 일상생활에서 입을 일이 전혀 없어 구입을 꺼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생활한복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학생의 대다수가 사진을 찍거나 여행을 가기 위해 생활한복을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 설문조사의 결과를 미뤄 볼 때 20대들에게 있어 생활한복은 일상복의 의미가 아닌 ‘특별한 날’에만 입는 복장으로 정의 내릴 수 있다.

이주연<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4> 양은 “생활한복의 디자인은 정말 예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고 평소에 입고 다니기에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밝혀 비싼 가격과 타인의 시선이 생활한복의 일상화를 막고 있는 요소임을 강조했다. 이에 김경미<서울중부기술교육원 한국의상학과> 교수는 “한복의 전통적인 바느질 기법은 기계로 구현할 수 없는 부분이 있어 기성복처럼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비싼 생활한복의 가격은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활한복의 가격이 높은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주변 시선의 문제 또한 대량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생활한복이 대중화되는 속도가 더디며 그로 인해 생활한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이 적어서 생긴 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도 생활한복의 대중화를 막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 이명지<국문대 한국언어문학과 14> 양은 “생활한복은 관리도 어렵고 함께 입을 수 있는 옷의 종류가 적어 선뜻 구입하기 꺼려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한복원단도 다른 원단의 옷처럼 세탁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기성복과 입어도 충분히 잘 어울리는 디자인과 소재들이 많다”며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생활한복과 전통한복의 특징을 혼동해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해 선입견으로 생활한복이 대중화되지 못하는 모습에 아쉬움을 표했다.


생활한복, 전통의 계승 혹은 파괴?
최근 SNS에는 생활한복과 관련한 게시글이 증가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생활한복과 관련한 게시글이 4만 건을 뛰어넘었으며 페이스북에서는 생활한복에 관한 게시글에 댓글이 매우 활발히 달리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생활한복이 아직 일상복으로 자리잡지는 못해도 생활한복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음을 방증한다.

이렇게 생활한복에 대해 커져가는 관심을 바라보는 의류계의 입장은 둘로 극명하게 나뉜다. 한 측에서는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전통한복의 요소들을 배제하는 등 한복이 발전해나가는 하나의 움직임으로 생각해 생활한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반면, 다른 한 측에서는 생활한복이 디자인이나 소재 등에서 고유한 한복의 특징을 버리고 서양화 됐다는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양측의 의견이 모두 일리가 있기 때문에 시비를 가리기 어렵다. 지금 등장하는 생활한복의 일부는 과거 전통한복의 디자인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원피스형 한복은 ‘철릭’이라는 과거 군관들이 입던 복장에서 따온 것이다. 과거에는 남자의 의상이었지만 의복의 앞부분에 주름이 잡혀있는 것과 전체적인 모양이 원피스와 비슷한 것을 특징으로 삼아 지금의 여자 생활한복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이와 같은 예를 보면 생활한복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로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평면적인 옷’이라는 전통한복의 특징이나 특유의 바느질 기법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생활한복으로 변형되는 과정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로 인해 생활한복은 전통한복의 고유한 특징을 해치고 있다는 주장에도 어느 정도 힘이 실린다. 이에 김 교수는 “그 두 의견의 우열을 따지기보다는 각각의 특성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생활한복, 문화가 되기 위해선?
앞으로 생활한복 시장은 가격과 전통 사이의 타협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미 생활한복은 90년대에 그 전통을 버리고 서양화를 추구하다 대중에게 외면 받은 경험이 있다. 하지만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량생산을 포기해야하고 그로 인해 가격이 인상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야만 대중화될 수 있다는 것이 생활한복의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이 의류업계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도움: 김경미<서울중부기술교육원 한국의상학과> 교수
사진 출처: 생활한복 브랜드 제비연
웨이유 캐주얼 생활한복 트위터
퓨전한복 모란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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