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버티는 힘, ‘자존감’
우리가 버티는 힘, ‘자존감’
  • 윤가은 기자
  • 승인 2016.04.30
  • 호수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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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너새니얼 브랜든이 말하는 자존감

본 기사는 2부작이며, 다음 호에서 이어집니다.

‘자존감’의 개념이 정립되는 데 이바지한 세계적인 심리학자 너새니얼 브랜든은 현대만큼 자존감이 절박한 시대가 없다고 했다. 끝없이 펼쳐지는 경쟁과 촘촘히 묶여 있는 사람들 속에서 진정한 ‘나’를 찾는 것. 그것은 곧 브랜든이 강조한 ‘자존감’을 찾는 일과 깊은 관련이 있다. 누군가는 의아할 수 있다. ‘자존감은 왜 중요한가?’ 이에 대한 답을 브랜든의 저서 「자존감의 여섯 기둥」에서 찾아봤다.

자존감이란 무엇인가
숨 막히는 경쟁시대, 지칠 줄 모르는 남들과의 비교가 일반화된 사회에서 우리의 자존감은 어느 곳에 위치하고 있을까. 먼저 자존감이란 무엇인가? 브랜든은 자존감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내 능력에 대한 확신, 내가 행복해질 권리와 자격이 있는 존재라는 확신. 이 두 요소는 행동을 이끌어내는 동기가 되며, 그 행동의 결과가 자존감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일종의 순환 관계이다. 이렇듯 자존감은 자신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그 행동에 영향을 받기도 하고, 또 유년 시절의 경험이나 환경의 영향도 받는, 자아의 내부와 외부를 넘나드는 복합적 총체다.

과시나 오만을 ‘지나친 자존감’과 같은 의미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브랜든은 ‘지나친 자존감’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과시와 오만은 오히려 자존감의 결핍이라고 봤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이 타인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존감은 ‘비교’를 통해서 생겨나는 개념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존감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더 커진 이유는 현대인들에게 전에 없던 자유가 주어졌다는 데 있다. 이전 사회에는 개인을 통제하는 엄격한 기제가 존재했다. 종교, 사상, 계급 등은 개인의 주체적 의지로 선택할 수 없었으며 사회 체제는 개인에게 강제적으로 주입됐다. 그러나 현대는 다르다. 현대에 이르러 개인은 계급의 족쇄에서 풀려났고 원하는 종교, 원하는 사상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은 곧 모든 것을 개인이 선택해야 하는 위치에 놓이게 됐음을 의미한다. 항해의 키를 넘겨받은 개인은 이제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를 스스로 탐구해야 한다. 삶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자신의 내면에 대한 연구가 필요했고 이 연구가 바로 ‘자존감’에 관한 것이다.

자존감의 두 요소, 자기효능감과 자기존중
위에서 정의한 자존감의 두 요소를 각각 자기효능감과 자기존중이라고 일컫는다. 건강한 자존감을 위해선 어느 하나에 치우치지 않는 둘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자기효능감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으로, 삶에서 도전과 맞닥뜨렸을 때 그것을 뚫고 지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자신에게 있다고 믿는 것이다. 자기존중은 자신이 행복해질 권리가 있는 존재라는 확신으로,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고 믿는 것을 의미한다.
높은 자기효능감을 지닌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확신한다고 해서 그가 어떤 일이든 다 해낸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실수를 할 때도, 극복하기 힘들어 보이는 상황에 직면할 때도 있다. 브랜든에 따르면, 자기효능감이 높은 사람은 실수를 한 상황에선 실수를 교정해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도전을 요구하는 낯선 상황에선 빠른 적응과 기술 습득에 대한 자신감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자기존중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 산다고 해서 자신을 타인과 비교했을 때 우월하다고 느끼거나 흠 없이 완벽한 존재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존감의 어떤 요소도 특정 대상 간의 비교를 끌어들이지 않는다. 자신이, 자신의 삶이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 자기존중은, 타인으로부터 존중받은 경험에서 기인한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앞서 살펴본 자기효능감과 자기존중이 균형을 이루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가치 있는 목표를 세우고서 그 일을 밀어붙이는 것에 능숙하다. 새로운 도전도 두려워하지 않으며 추진력이 강하고 대처능력이 뛰어나 성취도가 높다. 실제로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일을 지속적으로 공들여 한다는 연구 결과도 밝혀진 바 있다. 또한 자존감이 높을수록 새롭고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적어 다양한 감각적 경험을 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고 타인과 순조롭고 선의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자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려는 이들과는 달리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자신을 망각하려 하고, 도전을 멀리하며 무난하고 안전한 일만을 성취하고자 한다. 대부분은 현재의 감정에 상관없이 결국엔 자신이 불행할 것이라 믿는다. 지금 행복함을 느끼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어차피 자신은 불행할 것이기에 현재의 행복을 부정하고 그로부터 도피하려는 ‘자기파괴’ 행위를 하는 것이다. 브랜든은 이처럼 “자신의 운명을 ‘아는’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과 현실이 일치하게 행동한다”며 “자신이 ‘아는 것’에는 의심이나 의문의 여지가 없으므로 ‘아는 것’이 다른 경우에는 현실을 ‘아는 것’에 맞추게 된다”고 했다. 결과는 행복을 무너뜨려 불행으로 회귀하는 자기파괴다.

그러나 자존감이 낮다고 해서 실제 성취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일을 하는 데 필요한 동기를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예컨대 누군가를 이기고 싶은 마음을 기름 삼아 일의 추진력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브랜든은 그 한계를 지적한다. 그런 사람은 설사 성과를 일궈낸다 하더라도, 애초에 그 동력이 비교에 있었기 때문에 그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는 자신이 이룬 성취를 기뻐할 수 있는 여유를 박탈당한다.

자존감의 중요성
브랜든은 자존감을 칼슘에 비유했다. 칼슘은 우리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건강하게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양소다. 자존감도 마찬가지다. 자존감이 낮다고 해서 당장 죽는 것은 아니지만, 자존감이 높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삶의 질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주체적이고 의식적인 ‘나’는 중요하다. 그런 ‘나’를 대변하는 자존감은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필수적인 영양소인 것이다.

자존감은 자신의 행동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동시에 자신의 행동과 그에 따른 결과를 지배하기도 한다. 낮은 자존감 탓에 못하리라 생각했던 일이 실제로도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그러하다. 이를 자기 충족적 예언(Self-Fulfilling Prophecy)이라고 한다. 기대했던 바가 현실이 되는 것이다. 이때 행동의 결과인 ‘현실’은 자존감에 또 영향을 주게 되고 본래 낮았던 자존감은 더 낮아지는 상황이 벌어진다. 브랜든이 폴 로렌스의 말을 인용했듯, “한 사람이 미래에 거둘 성과를 예측하는 데는 그가 과거에 거둔 성과보다 그가 지닌 미래상이 더 나은 변수”인 것이다.

자존감이 더 가치 있는 삶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또한 자존감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므로 삶의 긴 시간을 통과하는 동안 수없이 요동친다. 그럼에도 브랜든은 회복 탄력성이라는 개념을 사용해 자존감의 역할을 강조했다. 자존감이 높을수록, 힘든 일에 부딪혀도 회복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이다.

여전히, “자존감은 삶을 지탱하는 동시에 고양시킨다.”

참고 자료: 도서 「자존감의 여섯 기둥」 (너새니얼 브랜든 지음, 김세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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