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스포츠학부 ‘똥 군기’ 논란, 5일 간의 기록
생활스포츠학부 ‘똥 군기’ 논란, 5일 간의 기록
  • 이주비, 한지연 기자
  • 승인 2016.04.30
  • 호수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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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오전 12시경 페이스북 ‘한양대 에리카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하나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게시글에서는 예체능대 생활스포츠학부의 MT에 대한 강제성과 AT(Animal Training), 폭언과 같은 소위 ‘똥 군기’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게시글은 ‘좋아요’ 491개와 70여 개의 댓글을 받으며 학생 사회에서 큰 논란이 됐다. 다음날 서울신문 등의 기성 언론에까지 보도되며 논란은 가중됐다. 이에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예체능대 학생회가 사실관계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직접 조사에 나섰다. 생활스포츠학부는 입학 정원에서 입시 체육 출신 학생(이하 입시생)의 비중을 선수 출신 학생의 비중보다 늘리는 추세다. 이에 따라 다른 환경에서 교육받은 학생들 간의 문화적 충돌에서 논란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즉, 선수 출신 학생들은 소위 ‘똥 군기’에 익숙한 반면 입시생들은 그렇지 않았다. 3, 4학년에는 선수 출신 학생들의 비중이 높아 체대 내 군기 문화는 당연한 것이며 질서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하지만 1, 2학년에는 이러한 군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입시생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고학번과 갈등을 빚었다는 점이 이번 논란의 배경이다. 본지는 이번 논란을 △MT와 △AT, 폭언 등의 군기 두 가지 쟁점으로 나눠 정리했다. 예체능대 연합 MT는 오는 6, 7일로 예정돼 있었다. MT와 관련해서는 △참석 강요 △과도한 비용 △MT로 인한 수업휴강 문제 등이 제기됐다. 제보자는 학생들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MT에 무조건 참석하게 하고, 참석하지 않으면 MT로 인해 결강된 전공 수업에 결석처리를 하는 등 강제성을 띤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A 군은 “학생회는 강제가 아니라고 말하지만, 사정을 고려해 주지 않는 상황과 혼자 빠진다고 말하는 것이 어려운 분위기상의 압박이 있다”며 강제성이 충분히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페이스북 ‘한양대 ERICA 총학생회’ 페이지에 생활스포츠학부 주장단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사과문에 따르면 주장단은 학생들에게 MT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강제성을 더했다. 그 과정에서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 단어와 강한 어투를 사용했고 이 때문에 학생들에게 MT가 강제성을 띤 활동으로 비춰진 것이다. 또한 MT 비용의 경우 평균적으로 3만 원 안팎인 데 비해 예체능대는 5만 원대로 약 2만 원이 더 비싸다는 점을 일부에서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총학이 사실관계를 확인한 결과 “예체능대 MT는 타 단과대학과 달리 연합 MT라는 특성상 인원수용과 안전 등을 고려해 기획사에 진행을 맡긴다”며 타 단과대학보다 더 큰 비용이 드는 원인을 밝혔다. 한편 일각에서는 MT를 이유로 수업을 휴강하는 것은 자신들의 수업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불만을 제기했다. 예체능대 학생회에서 MT 당일 수업 휴강을 계획한 것은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에 예체능대 학장 임태성<예체능대 생활스포츠학부> 교수는 “MT 참석과 관련해 수업 휴강을 허가해준 적이 없고 학교에서도 MT를 위한 수업 휴강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제보를 통해 MT뿐만 아니라 AT, 폭언 등의 군기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AT’는 Animal Training의 약자로 짐승을 다루듯이 훈련을 시킨다는 뜻으로 대학에서 벌어지는 폭력 행위를 일컫는다. A 군은 “보통 선·후배간의 인사문제나, 전공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행위를 할 경우 주장에 의해 AT가 시작된다”라며 집단 문화를 기본으로 하는 체대의 특성상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A 군은 “AT가 가혹 행위라기보다는 체력훈련이 변질된 것이라, 힘들지는 않지만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며 생활스포츠학부 내에 AT가 만연해 있는 사실을 지적했다. 현재 생활스포츠학부의 △수영부 △육상부 △태권도부 △테니스부 4개 전공이 AT 행위를 인정한 상황이다. 총학은 “AT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예체능대 학생회도 이에 공감하고 있지만 전공별로 암암리에 행해져 미처 제재할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1에는 사석에서 예체능대 학생회를 비방한 학생에게 예체능대 부회장이 퍼부은 폭언이 담겨있다. 해당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는 생활스포츠학부의 모든 학부생이 속해있다. 280여 명이 있는 곳에서 거친 언어를 사용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다. 이에 총학은 “상상할 수도 없고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부회장 본인도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깨달았고, 서로가 오해를 푼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논란이 확산되자 현재 부회장은 사퇴했다. 한편, 이번 논란의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총학은 생활스포츠학부 15·16학번을 대상으로 지난달 25일과 26일 양일에 걸쳐 익명으로 자유롭게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마음의 편지’를 실시했다. 총학은 “현재 상황에서 가장 빠르게 시행할 수 있는 방법이었고 또 다른 문제를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해 실시했다”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를 통해 총학은 이번에 공론화되지 않은 또 다른 부조리와 사건들에 대해 알 수 있었다고 밝혔으며 마음의 편지는 교수위원회에 징계 참고자료로 회부됐다. 총학은 이번 논란과 관련된 사실 이외에 추가로 파악된 문제들에 대해서도 사실관계에 대해 파악해줄 것을 교수위원회에 요청했다. 이후 지난달 28일 진행된 1차 징계위원회에서는 AT 행위를 인정한 △수영부 △육상부 △태권도부 △테니스부 4개 전공의 주장 및 학생회 간부, 대면식 군기 관련자 등을 포함한 12명이 사회봉사 이수 등의 징계를 받았다. 추후에 이러한 일이 또 발생할 경우에는 가중 처벌될 방침이다. 또한 MT 문제와 관련해 임 교수는 “이번 학기의 MT는 취소된 상황이고 앞으로의 예체능대 연합 MT 또한 폐지할 것”이라며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 밝혔다. A 군은 “이번 제보가 강압적인 군기 문화의 해결에 물꼬를 터준 것 같다”며 제보자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덧붙여 A 군은 “이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만큼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엇보다 강압적인 문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학생 차원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총학은 “앞으로 예체능대의 상황과 문제 처리 과정들을 지속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라며 “예체능대뿐만 아니라 모든 단과대 내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운영위원회 차원에서 권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총학은 지난달 4일부터 지난 1일까지 ‘폭력·군기 근절 캠페인 공모전’을 진행했고 그 외에 학생 인식 개선을 위한 또 다른 캠페인도 준비 중이다. 군기문화 문제는 비단 생활스포츠학부만의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이 대학 곳곳에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잘못된 관행과 전통이 만연해있다. 익숙한 것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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