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청년, 사회 속 위치는 어디인가
[장산곶매]청년, 사회 속 위치는 어디인가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6.04.12
  • 호수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4일 국회 제1 소회의실에서 이뤄진 “4당 초청 청년 정책토론회”에 참가했다. 시간을 내서 각 정당의 청년 정책을 직접 비교·분석해 보는 것이 사실상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은 매우 반가운 상황이었다. 취재차 갔지만 13일에 있을 총선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과연 정치권에서는 청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걸까?’하는 의문만 남긴 채 돌아오고 말았다.
이번 선거 들어 청년 정치인 후보들이 눈에 많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청년’ 정치인의 기준연령이 몇 살인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필자는 30대 중후반의 나이를 가진 정치인 후보가 ‘청년’으로 불리는 것을 보고 약간의 의아함을 느꼈었다. 거의 40에 가까운 나이를 가진 정치인이 어째서 ‘청년’이라 불리며 청년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말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갔다. 그러나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규정한 청년당원의 연령기준은 만 45세 이하였고, 국민의당은 만 40세, 정의당은 그나마 만 35세였다. 부모님 세대의 연령과 비슷한 정치인들이 ‘청년’ 소리를 듣고 있다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네 당 평균 청년당원의 연령기준을 만 41.3세 이하로 잡아놓고 그 ‘청년’들이 ‘진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내겠다고 공약을 내걸고 있으니 얼마나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들이 만들어졌을지는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나마 몇 있지도 않은 청년 정치인들은 비례대표 후보에서도 번호가 20번대 이후로 주어지는 등 청년 정치인들을 위한 자리는 전혀 마련돼 있지 않았다.
한 가지 다행스러웠던 점은 토론회에 참가했던 각 정당의 청년대표들이 그래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나이를 가진 사람들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토론회가 진행되면서 각 정당 청년대표들의 입에서 나온 이상적인 고등교육의 모습은 정말 ‘이상’에 불과했다. 물론 모든 정책들이 허황되고 현실성 없어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실제로 정책이 시행된다면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법한 것들도 있었다. 그렇지만 현재 고등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며 대학을 가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는 사회로의 변모가 필요하다는 둥, 부모세대에서 못 이룬 대학의 꿈을 자식에게서 이루려다 보니 나타난 기형적인 대학 진학률이라는 둥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진 말들만 해대니 시간이 지날수록 허망함만 커졌다. 물론 당의 청년대표로 나온 그 개인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청년’이랍시고 나와 있는 사람들이 사회를 현실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청년의 위치가 이 정도다. 이 정도밖에 안 된다. 기성세대들은 청년층이 정치에 참여하지 않아서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라고 핀잔주지만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결국은 또 기성세대가 아닌가. 실제 청년의 관점에서 사회를 바라보지 못하고 부족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 정도 해주면 괜찮겠지’하는 식으로 만들어낸 정책에서 진심을 느끼길 바란다면 큰 오산이다. 청년층을 혜택을 구걸하고 취업시켜달라고 떼쓰는 어린애들로 바라보고 밀린 숙제하듯이 정책을 만들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년에게 죄가 있다면 살기 어려운 세상에 태어나 치열한 경쟁을 하도록 교육을 받았다는 것밖에는 없다. 정치권은 청년들이 징징거린다고 꾸짖기에 앞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먼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손석희 앵커는 “여러분의 미래를 장년층과 노년층에게만 맡기지 말라”며 청년층의 투표를 독려했다. 부디 최선도, 차선도 없다고 느껴 투표장을 가지 않고 선거일을 그들만의 공휴일로 즐기는 청년들이 생겨나지 않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