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혁신적인 남자다
나는 혁신적인 남자다
  • 한소연 기자
  • 승인 2016.04.09
  • 호수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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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초 TV'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진경환을 만나다
“새벽 6시 혼자 사는 남자의 아침은…” 샤워가운, 토스트, 룽고 스타일의 에스프레소, 영자신문. 허세 가득한 행동은 빠른 나레이션과 함께 지나간다. 하지만 ‘리얼한’ 싱글남의 냉장고 두 번째 칸에는 먹다 남은 김밥만이 남아있다. 이는 지난해 첫 선을 보인 72초 드라마 ‘나는 혼자 사는 남자다’ 속의 모습이다. 영상이 공개된 이후 72초 드라마는 많은 인지도를 얻었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돌 그룹 멤버나 유명 배우도 안 나오는 이 드라마가 시선을 끄는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했을 것이다. 드디어 이런 궁금증을 풀 수 있게 됐다. ‘72초 드라마’를 제작하고 직접 출연까지 한 장본인이 바로 한양대학교에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바로 한양대학교 프랑스언어문화학과의 부교수이자 ‘72초 TV’의 디렉터로 활동 중인 진경환씨 (이하 진 디렉터)이다. 새로운 것을 접하면 가슴이 뜨거워진다는 그를 만나 그 궁금증을 풀어보기로 하자.

Creative 72초 TV!
봄기운이 완연한 날, 진 디렉터의 사무실이 있는 삼성동을 찾았다. ‘72’라고 쓰인 사무실 문을 열자 보인 모습은 질서정연한 사무실의  일반적인 풍경과는 정반대였다. 오히려 질서정연하지 않은 모습이 창의적인 활동을 하는 회사답게 자유로워보였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 진 디렉터는 생각보다 피곤한 모습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느라 밤을 샜다고 했다. 피곤해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갑자기 예술가의 아우라가 느껴지기 시작한 이유는 왜 일까? 호기심을 가득 안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기자가 처음 72초 드라마를 접했을 때 가장 궁금한 것이 있었다. 바로 '왜 72초인가?'이다.  동영상은 제목과는 달리 72초를 훨씬 넘겨 재생되기 때문이다. “72라는 숫자가 입에 잘 붙어서요.” 궁금함을 가득 담은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 허무했다. 신선한 컨셉인 만큼 독특한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기자의 끊임없는 의심에 그는 ‘사실 영상에 소소한 비밀이 있다’고 했다. “영상의 비밀은 사실 리듬이에요.” 그는 4분 남짓한 음악을 지루해하지 않고 듣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고 했다. “우리가 약 4분 가량의 시간동안 공사장의 포크레인 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4분의 시간동안 하나의 음악, 소리를 지루하지 않게 들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 리듬이 특별한 규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라는 그는 사람이 가장 집중할 수 있으며, 듣기에도 익숙한 4/4박자의 리듬을 영상과 접목시키는 것을 생각했다고 한다. 이는 영상을 지루하지 않게 해 끝까지 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72초 드라마도 다 그런 계산 아래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영상을 만들 때 리듬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가 제작한 콘텐츠가 대중들에게 더욱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건 리듬을 지켜나갔기 때문인 것 같아요”

기자가 단순하게 내용적인 흥미 위주로 접했던 72초 드라마가 사실은 철저한 수학적 계산 아래 설계된 것이라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리고 영상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그 분야를 둘러싼 외부적 환경에 대한 분석이 필요함을 느꼈다.

이런 철저한 설계 속에서 영상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았다. 제작 과정에서 힘들었던 경험을 물었다. “초반에는 저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들이 영상학적 지식이 부족했어요. 영상을 만드는 데에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도 없었죠”라며 영상 콘텐츠를 처음 만들기 시작한 때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영상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작, 특히 편집에 대해서는 인터넷을 찾아보고 책도 보면서 지식을 채워나갔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일단 무작정 시작했고,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추가적으로 자료를 찾아가며 공부한 것이 지금의 진 디렉터를 만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비전문적인 것이 마냥 부정적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그는 오히려 아마추어 같은 재기발랄함이 있었기 때문에 필요한 것들은 취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취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창작하는 부분에서 탄력이 생겼다고 했다. “정석적이지 않은 과정이 신선함을 부각시켰고 보는 사람도 그 신선함을 그대로 느낀 것 같아요”라는 그는 힘들었던 부분이 결과적으론 장점이 된 것에 대해 큰 안도를 했다.
▲ 연출에 대해 배우 및 제작진과 의논하고 있는 진 디렉터

지금의 그를 만든 것은 무엇인가
72초 드라마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 말고 진짜 ‘진경환’의 모습이 문득 궁금해 졌다. 그는 “도전적인 걸 굉장히 좋아해요. 그래서 새롭고 혁신적인 시도들를 보면 가슴이 뛰어요”라며 평소의 성격을 말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성격 탓에 몇 년 동안 비슷한 포맷으로 반복되는 지상파 프로그램들을 보면 안타깝게 느껴져요. 더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고 다양화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죠”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의 말을 빌려 낯설게 보자면, 어떤 프로그램이 인기가 많아서 시청률이 30%가 넘게 나왔다는 사실은 무서운 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전 국민의 30%가 하나의 콘텐츠를 본다는 것은 그만큼 취향이 획일화 됐다는 것의 방증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소수의 사람들도 각자 좋아하는 것이 확실히 존재할 것이고, 그런 소수의 취향들도 다양한 콘텐츠를 선택할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 20대는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틀에 편승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 저는 더 고군분투할 생각입니다”라는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항상 새로운 걸 추구하는 그의 학창시절은 어땠을까. 진 디렉터의 대학생 시절은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공부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유독 프랑스 영화에는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그는 “프랑스의 영화 기법들이 굉장히 난해해서 불편했는데 그 이유는 기존의 사고방식과 다르기 때문인 부분이 컸죠. 그런 경험들이 ‘불편함은 역으로 아주 흥미로운 것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했던 것 같아요”라며 ‘재미’라는 카테고리의 범주가 넓어진 것이 지금의 창작 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또 흑인 음악 동아리에서 활동을 했어요. 그 당시에 한국 사회에 흑인 음악이 지금처럼 보편화 되지 않았을 때라서 그런지 흥미가 생겼죠”라는 마지막 말에서 늘 새로운 것의 추구를 중요시 여기는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과거에 그랬던 그가 이제는 자신이 전공한 학과의 교수가 됐다. 창조적인 그의 수업방식 역시 남달랐다. 그는 ‘유럽 공연 예술’과 ‘현대 프랑스 연극’을 1, 2학기에 걸쳐서 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겪는 일상은 특별하지 않은데, 낯설게 보면 항상 특별함을 품고 있다는 것이 현대 프랑스 연극의 기본 테마예요.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일상을 낯설게 보게 하고 그것을 직접 해보며 프랑스 예술을 이해하도록 돕고 있어요”라는 그는 실제로 조용함이 일종의 룰로 적용되는 도서관에 가서 말을 하지 않고 몸으로 보여주는 연극을 하는 것을 컨셉으로 실습을 했다고 한다. 그렇게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교수님과 함께 하는 프랑스언어문화학과 학생들이 너무 부러워졌다.  
▲ 두 여배우와 함께 연기를 하고있는 진디렉터의 모습

혁신적인 72초 TV의 미래
아직까지 우리는 지상파 방송국에서 배급되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익숙하다. 하지만  머지않아 이동성있는 장치(mobility device)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가 보편화 된다는 것은 관련 업계에서도 확실시 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72초 TV'는 선구자적인 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디렉터 진경환과 그의 팀 ‘72초 TV’의 행보가 궁금하다는 기자의 질문에 “일단 늘 그랬듯 특정한 형식에 전혀 예상치 못한 분야를 접목시키는 것에 주안점을 둘 거예요. 지금은 짤막하게 녹화된 영상을 만들지만, 녹화된 게 아니라 생방송을 하고 싶어요. 물론 무엇을 생방송으로 진행할지는 비밀이죠”라는 그의 말을 들으니 앞서 소수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그의 모습이 함께 떠올랐다. 나중에는 항상 재미를 추구하던 무겁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진 디렉터의 미래 모습이 기대된다.
▲ 촬영에 앞서 리허설을 하고 있는 진 디렉터

▲ 직접 연기도 하며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진디렉터

 

 

 

 

 

 

 

 


사진 제공: 진경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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