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사설] 투표 권하지 않는 사회
[기자사설] 투표 권하지 않는 사회
  • 한대신문
  • 승인 2016.04.03
  • 호수 14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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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오빠), 에센스(스마트폰) 하나도 이렇게 꼼꼼하게 고르면서…” 최근 선거관리위원회가 내놓은 투표 독려 광고가 논란의 중심에 있다. 광고에서 청년은 소비에 관심이 많지만, 투표에 무관심하다는 인상을 줘 청년을 비하하는 의도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뿐 아니라 선거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기성세대는 청년에게 “20대가 투표를 하지 않아서 정치에 문제가 생기고 있다”라는 말을 한다. 20대의 낮은 투표율이 그 발언의 근거이다. 지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이하 총선) 투표율을 살펴보면 60대는 68%가 투표한 반면, 20대는 41.5%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20대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기성세대의 꾸지람은 정치적 무관심에 대해 청년들의 공감도, 각성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그 이유는 기성세대의 꾸지람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듣는 청년에게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만 키울 뿐이다.
청년이 정치에 무관심한 이유는 정부와 정치권의 문제에 있다. 우리나라 청년들은 투표한다고 해서 무언가가 바뀔 것이라는 느낌, 즉 정치 효능감이 부족하다. 이번 총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부족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3대 정당 모두 공천 후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치인 개인의 역량이 아닌 ‘친박’과 ‘비박’의 편을 갈라 공천 여부를 결정해 국민의 질타를 받았다. 야당도 마찬가지였다. 더불어민주당은 당 대표가 자신을 공천하는, 이른바 ‘셀프공천’으로 사리사욕을 채우는 모습을 보였으며, 국민의당도 공천에서 떨어진 후보가 도끼를 들고 항의하는 추태를 부렸다. 정치권은 국민의 4년을 책임져야 할 대표를 뽑는 자리에서도 실망스러운 모습만 보여줬다. 그런 모습은 각 정당에서 출마한 후보들이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개인의 권력획득을 위해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청년들에게 각인시켰다. 이런 추태를 보이는 정치권은 청년들이 희망을 잃게 만들었고, 누구에게 표를 던져도 똑같을 것이라는 회의감을 가지게 했다. 20대의 저조한 투표율은 예상된 결과인 것이다.
청년을 향한 꾸지람은 인과관계에 오류가 있다는 점에서 타당하지 않다. 오히려 사회가 정치혐오를 조장하고 정치권은 정치에서 청년을 배제해왔다. 기성세대가 기득권의 문제를 청년의 적은 투표율에서 기인한 것으로 호도하는 행위는 정치권의 무능력을 가리려는 위선적인 태도이다. 청년은 잘못이 없다. 청년에게 투표를 권하지 않는 것은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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