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설]대학생의 자유, 어른들의 오지랖
[교수사설]대학생의 자유, 어른들의 오지랖
  • 한대신문
  • 승인 2016.03.20
  • 호수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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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대학생이 주목받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생이 입는 옷과 부르는 노래가 유행을 선도하고 그들이 읽는 책들이 일반인을 위한 추천도서 (혹은 금서) 목록에 오르기도 했다. 그때의 대학생들은 정치와 경제, 사회 전반에 대한 독자적인 생각을 가졌고 직접 사회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무전여행을 가도 대학생이라는 이유로 저렴하게 혹은 무료로 식사와 잠자리를 제공받기도 했고, 통기타 하나 메고 산과 들을 다니며 낭만을 만끽했다. 최근 큰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시리즈에서 볼 수 있듯이 당시의 대학생들은 한마디로 선택받은 사람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로부터 30여 년이 흘러 20대의 낭만을 만끽하던 세대가 기성세대가 되어 우울한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생들을 책망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모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학생들이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게임을 하자 곧이어 갈수록 퇴폐화되는 대학문화를 걱정하는 기사부터 학생들의 외부활동 위험에 대한 지적까지 뉴스 보도가 쏟아졌고 결국 모 대학 본부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엠티를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패턴은 사실 매우 낯익다. 일단 대학 행사에서 사고나 사건이 발생하면 미디어 보도가 이어지며 학교나 정부가 대책을 마련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결국 정부 부처에서 학생 자치 행사에 대한 지침이 대학으로 내려온다. 전방위로 나서는 오지랖 넓은 어른들 때문에 오늘날 대학생들은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고 반성하며 책임질 여유도 박탈된 듯하다.
이렇게 지난 수년간 반복된 패턴의 결과로 대학은 더 안전하고 풍요로운 곳이 되었을까? 안타깝지만 내년에도, 그 후에도 각종 문제는 일어날 것이고 우리 사회는 전과 같이 대응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종국에 그 결과로 남는 것은 황폐화된 대학문화 뿐일 것이다. 과거 대학에는 퇴폐적인 성문화나 사고 발생의 위험이 없었고 그래서 지금이 더 많은 문제에 노출되어 있다고 믿는다면 과거 기억은 항상 장밋빛으로 윤색되기 마련임을 기억하자. 사실 그때의 대학은 지금보다 훨씬 더 위험하고 퇴폐적인 곳이었다. 어디를 가나 지저분하게 술판이 벌어졌고 여학생에 대한 성희롱은 지금에 비할 바가 아니었으며 선배의 후배에 대한 권위적인 폭력도 일상화되어있던 곳이 바로 과거의 대학이었다.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게임이 문제가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좋지 않은 문화는 개선되어야 마땅하다. 다만 외부의 미디어나 어른들이 아닌 대학생 스스로가 사유와 개선의 주체가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대학은 스스로 생각하고 실수로부터 배우며 문제를 해결해내는 경험을 얻는 곳이며 대학문화에 대한 치열한 성찰은 대학생의 몫이 되어야 마땅하다. 대체 언제까지 고등학교 4, 5, 6학년을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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