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우리는 독립된 언론기관입니다
[장산곶매]우리는 독립된 언론기관입니다
  • 정진영 기자
  • 승인 2016.03.20
  • 호수 14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진영 기자
지난주 월요일 발행된 1436호의 1면은 ERICA캠퍼스의 프라임 사업에 대해 다룬 기사가 가장 윗 부분을 차지했다. 그간 ERICA캠퍼스 학생들은 프라임 사업의 진행 상황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프라임 사업의 기획안을 제출하기까지의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학교 측에서 이번 사안에 대해 매우 민감해 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학생들을 대변하는 신문으로서 당연히 다뤄야 한다고 생각했고 평소대로 취재를 진행했다. 그런데 지난 9일, 담당 기자가 ERICA캠퍼스에서 있었던 프라임 사업 설명회에 참석한 이후 취재 상황에 변동이 생겼다. 원래 인터뷰를 하기로 했던 학교 측 담당자의 수가 늘어나고 부총장까지 참석하면서 인터뷰가 면담 아닌 면담이 돼버린 것이다. 또 학교 측은 담당 기자의 개인 번호로 연락을 취했고 필자에게도 학교 측의 이야기가 전달됐다. 학교의 ‘전략적인 부분’이 노출되면 좋지 않으니 유의해서 기사를 써달라는 요청이었다.
요청사항을 고려해 작성된 기사를 확인한 후 담당 기자로부터 당황스러운 말을 들었다. 학교 측이 작성한 기사의 초안을 먼저 보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사 초안을 보여주자니 확인의 탈을 쓴 검열이 이뤄질 것 같아 꺼림칙한 마음이 들었다. 결국, 고민 끝에 조판 날 아침 기사를 보냈고, 다행히 돌아온 원고에는 변경 사항이 거의 없어 기사의 초안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학교 측에 보낸 뒤 돌아온 기사의 초안에서 변경 사항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다행스러워해야 하는 상황이 우리로서는 불쾌함이 듦과 동시에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지난주 취재 과정에서 나타난 학교 측의 태도는 흔히들 말하는 ‘언론 검열’의 표상이다. 학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학보사 기자들은 ‘기자’이기에 앞서 학교에 속한 ‘학생’일 것이다. 하지만 학보사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해 신문을 만들어내는 동안은 ‘학생’이기에 앞서 ‘기자’다. 또한 ‘기자’이기에 앞서 성숙한 ‘성인’이다. 학교 측에서 요청을 한 만큼 기자들이 알아서 어느 정도의 게이트키핑을 할 텐데, 학교는 기자들을 ‘어린애’라고 생각해서 기사를 확인하고 검사하는 호의를 베풀어준 것인가.
학생 신문이라고 해도 한대신문의 콘텐츠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고민과 사전조사, 회의 끝에 내놓는 기사들이고 기사 하나하나를 만들어내기까지 많은 고생이 깃들어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기사일지라도 그 기사 하나를 위해 한대신문의 기자들은 오늘도 바쁘게 취재를 하고, 잠도 줄여가며 기사를 만들어낸다. 비록 한대신문을 우리나라의 메이저 신문들과 견줄 수는 없겠지만, 과거 한국사회의 민주화 견인에 한대신문이 수행했던 의미 있는 역할을 고려한다면 한대신문은 ‘학보’ 그 이상의 존재다. 그러니까 ‘대학신문이라 무시해도 괜찮겠지’하는 생각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한대신문은 학교의 홍보기관이 아닌 독립된 언론기관이며 그 누구도 자신의 입맛에 맞게 기사 내용에 변경을 요구하거나 압력을 가할 수는 없다. 학생이기는 해도 ‘기자’로서의 소명 의식과 윤리 의식을 가지고 있는 학보사 기자들을 선생님이 학생을 다루는 것처럼 대하지 말라. 직업 기자들처럼 대우해주는 것까지는 바라지도 않지만, 적어도 학보사 기자들이 ‘을’의 위치에 있다는 생각을 기저에 두고 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