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담 없이 저도주 한 잔?
오늘은 부담 없이 저도주 한 잔?
  • 이승진 기자
  • 승인 2016.03.19
  • 호수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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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도수 앞세워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급부상


3월이 되면 대학가는 항상 활기가 넘친다. 신입생 환영회부터 개강총회, 동아리, 수많은 MT 등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밤이 되면 대학에 첫발을 디딘 ‘새내기’들과 이들을 환영하는 ‘정든내기’들이 함께 어울리는 술자리가 끊이질 않는다. ‘술은 처음 만난 사람도 십년지기 친구로 만든다’는 말처럼 술은 서먹서먹한 사람들을 연결하는 고리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항상 술자리에 가면 조용히 손을 들고 “저... 저는 술을 잘 못 마시는 데요”하며 조심스럽게 커밍아웃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그들에게 “저... 이거는 마셔도 별 부담 없을 거예요”하면서 ‘저도주’를 한 잔 권해보자.


저도주, 주류 트렌드를 이끌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의 ‘2014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여성의 월간 음주율은 2007년 41.5%에서 2014년 46.4%로 상승했다. 이처럼 여성의 음주율이 증가함에 따라 많은 주류 업체들이 여성들을 공략해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은 저도주를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작년 상반기엔 과일주를, 하반기엔 탄산주를 연달아 출시했다. 과거에는 소주나 맥주가 주류 시장의 대세였다면 이제는 스파클링 와인, 탄산주 등 다양한 저도주의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무알코올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도 느는 추세다. 저도주가 출시되고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신제품은 끊임없이 개발되고 있으며 해당 제품의 마케팅 활동 역시 활발하다.

그렇다면 단지 여성의 음주율 상승만이 저도주 열풍의 원인일까? 이에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는 “주류 문화 자체가 무턱대고 술을 마시던 과거와 달리,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여러 사람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로 변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술이 인간관계를 좀 더 원활하게 하는 부수적인 역할을 수행함에 따라, 젊은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저도주에 열광하고 있다.

저도주, 명함 한번 내밀어 봐

흔히 알려진 저도주로는 과일 소주가 있다. 과일 소주는 도수가 높은 소주에 달콤한 과일의 풍미를 더한 것으로 저도주 제품 중에서도 높은 선호도를 보인다. 대표적인 상품으로 예를 들면 ‘처음처럼 순하리 복숭아’는 복숭아 과즙이 첨가돼 복숭아 특유의 달콤한 맛이 특징인 제품이다. 최근에는 14%에서 12%로 알코올 도수를 더욱 낮춘 페트병 제품으로 출시됐다. 개성을 중시하면서도 가볍고 휴대가 간편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의 음용 트렌드를 반영해 페트병 소재를 선택하고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패키지를 도입해 젊은 층을 공략하고 있다.

또한 최근 과일 소주를 제치고 새롭게 떠오르는 저도주로는 ‘탄산주’가 있다. 탄산주는 5도가 채 안 될 정도로 도수가 낮고, 달콤한 맛에 톡 쏘는 탄산까지 들어있어 음료수처럼 마실 수 있는 신개념 주류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부라더 시리즈’가 있다. 특히나 보해양조에서 처음 시도한 ‘부라더#소다’는 이미 국내 시장에서 탄산주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부라더#소다’는 탄산과 소다맛을 한꺼번에 살린 제품으로 알코올 도수가 3도 밖에 되지 않아 그 맛을 밀크소다로 착각할 정도라고 한다. 또 ‘부라더#소다’는 최근 믹싱주의 재료로도 인기가 많은데, ‘부라더#소다’와 소주를 섞은 일명 ‘소소’는 소주의 쓴맛이 더해져 소주만으로는 부담스럽다거나 ‘부라더#소다’만으로는 가볍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이에 더해 ‘부라더#소다’는 SNS를 자주 사용하는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해 제품명에서부터 #(해시태그)를 사용할 정도로 젊은이들과의 교감을 추구하고 있다.

이같은 저도주 열풍은 위스키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9년 국내 최초로 출시된 36.5도 ‘골든블루’는 ‘정통 위스키 알코올 농도는 40%이고 위스키는 연산 표기가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고 있다. 작년 40도 위스키 시장은 23% 감소하였으나, ‘골든블루’를 필두로 한 저도 위스키시장은 67% 성장한 것으로 보아 저도 위스키는 저물어가는 위스키 시장에서 사실상 구세주나 다름없다. 그 중에서도 ‘골든블루 The summit’은 부드러운 첫맛과 달콤한 중간맛 그리고 스모키한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이 특징으로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저도주, 그림자는?
저도주는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한꺼번에 아울러 단점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나씩 살펴보면, 과일소주의 단점은 ‘고열량’이다. 한국소비자원에서 리큐르(Liqueur·과일맛 소주 등), 소주, 맥주, 기타주류(과일맛 맥주 등) 제품 25종을 조사한 결과, 과일맛 소주·보드카의 평균 열량이 1병당 349㎉로 가장 높았다. 이에 따르면 과일맛 소주를 1병(각각 360㎖기준)만 마셔도 밥 한 공기(200g,272㎉)의 1.3배에 이르는 열량을 섭취하게 되기 때문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저도 위스키는 기존 스카치 위스키에 비해 원액 함량이 적은데다 무연산(위스키 원액 숙성기간을 표기하지 않는)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부라더#소다’와 같은 저도 탄산주는 쉽게 취하지 않기 때문에 자칫 과음으로 이어질 수가 있다. 이에 대해 문화평론가 김 씨는 “술은 알코올성분을 포함하고 있고 알코올은 중독성이 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며 “특히 저도주는 과음하기 쉽기 때문에 자칫 술에 대한 대중들의 경각심을 둔화시킬 수 있다”면서 소비자들의 적당한 음주를 강조했다. 즐거운 술자리도 좋지만 건강을 생각하는 건전한 음주 문화가 정착돼야 할 것이다.

이승진 기자 wsy2578@hanyang.ac.kr
도움: 문화평론가 김헌식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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