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사로]사람 냄새나는 대학
[진사로]사람 냄새나는 대학
  • 임경석<철학과 외래교수>
  • 승인 2016.03.12
  • 호수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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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석<철학과 외래교수>
대학이 새 학기를 맞아 분주하다. 개강 첫 주가 되면 방학 동안 한산했던 캠퍼스가 학우들로 북적거리고 도서관과 텅 비었던 강의실도 며칠 만에 많은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백년지대계’의 산실이자, 인류 번영에 기여할 진리의 탐구와 소통, 공유와 돌봄의 전당, 나아가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 냄새나는 대학 본연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의 개강 풍속도는 한 차례의 떠들썩하고 스펙터클한 영화의 예고편처럼 변모하였다. 기숙사와 대학 주변에 진열된 다양한 가격대의 숙소들은 막바지 이사의 분주함 속에서 새 식구를 맞이하느라 방세와 함께 요동치며 들썩인다. 소수 취업자들의 함박웃음 뒤에는 취업을 위해 졸업을 미룬 씁쓸한 취준생들의 불안뿐만 아니라 과거에 비해 다수가 불참하는 썰렁한 분위기의 학위수여식이 공존한다. 반면 이와는 상반되는 들뜬 입학식 행사로 대학가는 일시적으로 방문객들의 왕래가 더해지며 마치 사람 냄새나는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장소인 듯한 인상을 준다.
동시에 이런 착시 현상은 인파의 소용돌이 속에서 교통마비나 장사꾼들의 상술로부터 빨리 캠퍼스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하게 하기도 한다. 또 다른 예고편은 수강신청의 눈치 경쟁과 학점 경쟁이다. 이른바 금수저는 고사하고 은수저마저 갖고 태어나지 못한 수많은 학우들의 일상은 진지하고 치열한 만큼 피로하고 불안하다. 방학 기간 중 등록금 마련을 위해 알바천국에 봉사하느라, 박카스를 아무리 마셔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학우들은 학기 중 생활비와 학습비의 부담과 이에 대한 고민으로 사람 냄새를 맡거나 발산하기가 더욱 어렵다. 졸업 후 취업 시장의 문턱은 점점 더 좁아진다고 하니 예정된 신용불량자의 미래를 생각하면 지성의 전당이자 사람 냄새나는 대학생활의 주체로서 희망의 끈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처럼 수상한 시절에 사람 냄새나는 대학의 희망은 한 여름 밤의 꿈일까? 최소한 새 학기를 맞아 나는 왜 한양인이 되었으며, 현재 나의 삶의 태도가 능동적인 선택을 실행하고 있는지도 고민해 보고, 장래에 무엇을 희망하는지 나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질문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물론 누군가는 백세인생을 안락하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 증명서가 필요해 대학에 진학했고, 이러한 현실적 꿈 이외에 혹독한 경쟁사회에서 무슨 고민이 더 필요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순응주의적 삶의 태도는 진리의 탐구에 용기 있게 임하고, 이를 통해 배우고 경험한 것을 나 자신의 성공은 물론 사회와 인류의 번영을 위해 공유하고 이를 실천하려는 대학의 사명과 본분에 배치되고 결국은 자신마저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 것이다. 대학은 무한경쟁과 일등만 대접받는 배제의 공간으로 전락해선 안된다. 아무리 시대가 변해도 대학은 가족공동체와 더불어 사람 냄새가 남아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남아야 한다. ‘지금 이곳’에서 한양인 스스로 무엇이 대학을 대학답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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