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히 쉬고 싶어요…엎드려 자는 남학생들
편히 쉬고 싶어요…엎드려 자는 남학생들
  • 정예림 기자
  • 승인 2016.03.12
  • 호수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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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 남학생, 휴게공간 부족하다고 느껴

지난해 5월, 페이스북 페이지 한양대학교 대나무숲(이하 한대숲)에는 자신만의 교내 취침 공간을 소개하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경영대 남학생으로 소개한 그는 ‘경영대 지하 1층 계단 없는 통로’, ‘인터넷 강의실 벽에 붙어있는 의자’ 등을 자기 좋은 곳으로 꼽았다. 그는 예의를 지키기 위해 사람이 없을 때만 잘 것, 자다 깨어 다른 사람과 눈이 마주쳐도 놀라지 말 것 등의 소소한 팁도 덧붙였다. 웃고 넘길 수도 있는 글이지만 이 글은 큰 호응을 얻었다. 교내에 남학생이 이용할 휴식 공간이 없다는 점을 잘 짚어줬기 때문이다. 댓글은 교내에 남학생이 쉴 공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고, 남학생을 위한 휴게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여럿 나타났다. 이후 ‘남학생 휴게실의 미비’는 한동안 한대숲 내의 토론 주제로 반향을 일으켰고 많은 학생들이 ‘좋아요’를 누르며 남학생 휴게실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했다.
서울캠퍼스에는 학생의 편의를 고려한 시설로 △남녀 모두가 이용 가능한 공용 휴게실 △남학생 휴게실 △여학생 휴게실 등 몇몇 휴게실이 존재한다. 남학생 휴게실은 제1 법학관 7층에 위치해 있으며 여학생 휴게실의 경우 인문대, 자연대 등을 포함한 대부분의 단과대학(이하 단과대)과 학생회관에 위치해 있다.
여학생 휴게실은 몸이 아픈 여학우들이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으로 침대 또는 이불이 갖춰져 있어 편히 휴식을 취하기 좋다. 또한 일부 여학생 휴게실에는 책상, 컴퓨터, 파우더룸 등도 있어 휴식 외 다른 목적으로도 휴게실을 이용할 수 있다. 과거 총학생회, 총여학생회의 주요 공약으로 제시돼온 여학생 휴게실은 안전 문제, 관리 소홀 등으로 폐지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휴게실 내 환경 개선, 보안 및 관리 강화 등의 공약 이행과 함께 학교 측의 지원, 각 단과대의 협조를 거치며 오늘날 여학생들의 ‘편안한’ 휴게실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남학생을 위한 휴게실은 사실상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1 법학관의 남학생 휴게실은 타 단과대 학생들이 접근하기에는 조금 먼 곳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또 이 휴게실마저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


이런 불만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본지 1338호 ‘캠퍼스 복병, 공간 문제’ 기사에 따르면 2011년 당시 설문조사에서 남학생의 60.3%, 여학생의 32.8%가 남학생 휴게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한 한대숲에서는 2014년부터 남학생 휴식 공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처럼 휴게 공간을 원하는 학생들의 의견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그에 맞는 휴식 공간은 여전히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남학생들은 휴식이 필요할 때 어디로 갈까. 본지에서 서울캠퍼스 남학생 2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101명은 휴식을 위해 PC방, 교외 카페 등 캠퍼스 밖으로, 61명은 교내 카페로 향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한 학생은 “휴식을 위해 자주 카페를 찾다 보니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고 테이블에서 엎드려 자는 것도 힘이 든다”며 휴식을 취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응답자 중 62명이 과방 또는 동아리방을 찾는다고 답했다. 과방은 같은 과 학생들 간의 친목도모 뿐만 아니라 휴식공간의 역할도 하고 있다. 하지만 과생활,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는 남학생의 경우에는 쉴 곳이 마땅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남녀 구분 없이 모두 이용 가능한 휴게실도 교내 곳곳에 있지만, 이 역시 휴식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학생은 “공용 휴게실은 주로 건물 문 앞이나 개방적인 공간에 있어 보통 조별과제 모임 공간으로 쓰인다”며 불편함을 호소했다.
남학생 휴게실의 적합한 위치를 묻는 질문에서는 응답자 중 46%에 해당하는 129명이 각 단과대마다 설치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휴게실 이용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요구였다. 그러나 휴게실 이용을 희망하는 학생이 많은 한편 일부에서는 남학생 휴게실에 대한 우려도 나타났다. 학생들의 가장 큰 우려는 휴게실 관리 문제였다. 설문조사에 응한 한 남학생은 “청소 및 외부인 출입 제한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남자 휴게실 이용률이 저조해질 것”이라며 후에 남학생 휴게실이 마련된다면 학생과 학생회 차원에서의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서울캠퍼스 학생지원팀은 “남학생 휴게실을 만들자는 건의를 들은 바가 없어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측은 “학생들의 의견이 구체적인 데이터로 모인다면 그 후 시설팀과 논의하며 타당성 검토를 해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정예림 기자 flxmf74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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