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법 시행령 개정안, 언론 검열을 위한 악법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 언론 검열을 위한 악법
  • 이재하 기자
  • 승인 2016.02.29
  • 호수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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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의 2015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터넷 신문은 86.0%, 종이 신문은 43.1%로 인터넷 신문 구독자가 종이 신문 구독자에 비해 2배 가량 많다. 주요 언론사들이 기존 신문을 웹상에 게재하기도 하지만 종이신문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서만 배포되는 신문사도 존재한다. 이는 지면이 아닌 웹페이지에서 발행?배포되는 인터넷 신문이다. 인터넷 보급의 확산과 PC, 스마트 기기의 발전에 따라 인터넷 신문에 대한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현대 사회에서 누구나 부담없이 접근할 수 있고 실시간 정보 제공 및 독자 의견 표출이 편리한 인터넷 신문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져가고 있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이하 신문법 시행령)에 따라 국내에서 인터넷 신문사를 설립하기 위해서는 독자적 기사 생산과 지속적인 발행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을 충족해야 했다. 그에 따라 현재까지 약 6000여 개의 인터넷 신문이 허가돼 있다. 지금까지는 취재 및 편집 인력을 상시 고용하고 그 명부만 제출함으로써 인터넷 신문 등록이 가능했다. 하지만 지난 해 11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정부)가 사이비 언론의 퇴출과 저널리즘 품질 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함으로써 인터넷 신문 등록 요건이 강화됐다. 시행령의 조항에는 △취재 및 편집 인력 5인 이상 상시 고용 △상시 고용 증명서류(취재 및 편집 담당자의 국민연금 국민건강보험 또는 산업재해보상보험 가입확인서) 제출 △모든 인터넷 신문과 인터넷뉴스서비스 사업자가 시행일부터 청소년보호책임자를 지정 및 공개하는 의무가 포함돼 현재 1년 간의 유예 기간을 두고 시행되고 있다.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취재 및 편집 인력에 대한 상시 고용 조항이 강화됐을 뿐만 아니라 기존에는 일일 평균 이용자가 10만 명 이상 혹은 전년도 매출액이 10억 원 이상인 사업자만 법적으로 청소년 보호의무가 있었던 것과는 달리 기준이 상당히 엄격해졌다.
실제 인터넷 신문은 선정적인 기사와 광고뿐만 아니라 단순히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같은 기사를 제목이나 내용만 조금 바꿔 전송하는 ‘어뷰징’과 언론사로서 지위를 이용해 특정 대상을 비난하는 기사를 게재하지 않는 것으로 광고나 금전적 대가를 요구하는 ‘유사 언론 행위’ 등으로 비판받았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는 비단 일부 인터넷 신문사 뿐만 아니라 기존에 있던 주요 언론사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충격 고로케 어워드 2013년’에 따르면 전체 인터넷 신문사 중 어뷰징을 가장 많이 악용한 언론사가 △동아일보 △한국경제 △매일경제 순으로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시행령으로 인해 악영향을 받는 대상은 신생 언론?소규모 언론에만 국한된다. 이어진<미스핏츠> 편집의원은 “갖은 추측성 보도 혹은 선정적인 보도를 일삼는 기존 언론사들의 문제는 외면하고 오로지 소규모 언론사에 책임을 떠넘기는 꼴” 이라며 비판했다.
또한 신문법 시행령 개정으로 인해  3분의 1이상의 인터넷 신문 등록이 취소되고 앞으로 약 85%의 인터넷 신문이 없어질 것이다. 민주주의 실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미디어 다양성이나 다원성의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광고 수익만을 위해서나 유사언론행위를 위해서 설립된 사이비 언론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규제의 근거로 이용하는 것은 언론에 대한 과잉 규제로 인식된다. 이재진<사회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역시 “시행령 개정이 과잉규제금지원칙에 어긋나 위헌 심판 청구에서 위헌이 될 수 있는 조항”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서는 위헌 법률 심판을 추진하고 있다.
대부분의 소규모 인터넷 신문은 명확한 수익 구조가 없어 내?외부 필진의 자유기고 혹은 기부로 운영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시행령에서 밝히는 5인 이상 상시 고용은 소규모 신문사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인건비가 지출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신문사 설립의 출발선 자체를 없애버릴 위험이 있는 조항이 될 수 있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에 따르면 5인 이상을 상시 고용하는데 드는 비용은 최소 연간 1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인터넷 신문사 가운데 연간 1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곳은 매우 드물고 따라서 개정 시행령에 따르면 대부분의 인터넷 신문사가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신문사의 성향에 따라 적정 고용인원의 수는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문지를 추구하는 인터넷 신문사의 경우 5인의 상시 고용인력은 필요치 않을 수 있다. 또 오마이 뉴스와 같이 시민기자 제도를 시행하는 신문사는 직접적인 고용이 불필요하다. 이에 이 교수는 “5인이니 3인이니 하는 취재 및 편집 인력수를 법령으로 규정하고 있는 자체가 문제”라며 “인터넷 신문이 언론으로서 독자들의 인정을 받으면 곧 언론이 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이 교수는 “시행령 강화보다는 인터넷 신문들의 자율적인 자정작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시행령 개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실효성이 있냐는 것이다. 이수련 <미스핏츠> 편집장은 “상시 고용인원의 수가 실제로 저널리즘 품질에 영향을 주는 요인인지 모르겠다”라며 “오히려 신념이 있는 기자들과 함께 할 때 좋은 기사가 완성된다” 라고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저널리즘 품질은 소규모 인터넷 신문사의 문제라기보다는 신문 업계 전반에 걸친 문제다. 대부분의 기성 신문사들 역시 광고 수익에 운영을 의존하고 있고 기업논리에 영향을 받게 된다. 즉 콘텐츠 자체로 대결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 누가 더 비싼 광고를 게재할 수 있냐가 중요한 왜곡된 시장이다. 또 권력이나 돈의 영향을 받는 게이트 키핑 역시 저널리즘 품질을 저하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시행령 개정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소규모 인터넷 신문사 중에는 이런 병폐를 개선하기 위해 실험적인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기자에게 직접 후원하거나 애독자들의 자발적인 기부, 혹은 구독을 통해서 운영비를 충당하기도 하고 시민 기자들의 자유 기고로 조금 더 다양한 시각을 반영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이처럼 소규모 인터넷 신문사들은 오히려 시장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정부의 시행령 개정의 큰 허점으로 ‘인터넷 신문 검열’, ‘주요 언론사 밀어주기’ 의혹이 일고 있다.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 발표가 당사자들과 협의가 없는 일방적인 통보였고 자율적인 심의보다는 법에 따라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규제였다는 것에 심각한 문제점이 존재한다. 한국인터넷기자협회는 “언론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시행령에는 타협점이 없다” 고 강조했고 이 편집의원은 “시행령의 존속에 대해서 장기적으로는 폐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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