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야
[취재일기]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건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야
  • 이승진 기자
  • 승인 2016.02.29
  • 호수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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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너무나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다. 누군가 나에게 그 사람을 좋아했던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아무 이유 없어라고 대답할 것이다.’

작년 9, ‘옜다, 펜이다라고 쓰여있는 수습기자 모집 포스터를 본 순간 한대신문에 꼭 지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이 신청마감 전 날이었는데 수습기자 지원서 다운이 안 돼서 당시 편집국장이었던 전예목 기자에게 직접 연락해 이메일로 지원서를 받았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면접에서는 지원동기로 준비한 형식상의 이유인 의미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입니다라고 답했지만, 사실 내가 지원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렇게 무작정 신문기자 일을 시작한 지 어느덧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기간을 돌아보면 우선 첫 번째와 두 번째 기사 때가 생각이 난다. 두 번 다 인터뷰이와의 컨택에서 애를 많이 먹었었다. 전화를 30통 넘게 하기도 했었고 총학생회실 앞에서 3시간 동안 기다려 본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예전 군대에서 상관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방법이 없는데 어떡하냐고? 그걸 찾아서 해내는 게 니 능력이야.” 때문에 위기 때마다 다른 선배기자들이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을 보며 감탄하기도 했었다. 이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해온 많은 인터뷰들도 생각이 난다. 처음 시도한 거리의 리포터부터 이번 주에 한 중고서점 인터뷰까지 짧은 기간 동안 남녀노소, 교내 · 교외를 불문하고 다수의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 와중에 수없이 거절당하기도 했지만 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에게 자연스레 접근하는 감각을 익힌 것 같다.

또 이번 겨울에 한 기획회의가 생각이 난다. 그때에 난 이게 신문기사일까?” 라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많은 시도를 했었다. 그 과정에서 의견충돌도 많이 있었고 다른 기자들을 힘들게도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한 결과, 다른 기자들의 여러 의견을 들으며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기획안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나는 살면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라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의 가치관에 더해, 세상을 살면서 쌓아올린 삶의 흔적들이 모여 감각을 형성하고 이는 곧 무의식적으로 매 순간의 선택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열린 마음으로 이 기간 동안의 많은 경험들을 받아들이려 한다. 그것이 무의식 중에 나에게 쌓일 감각이라는 것을 믿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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