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칼럼]한반도의 봄은 언제 오려나...
[교수칼럼]한반도의 봄은 언제 오려나...
  • 문흥호, 국제학대학원장
  • 승인 2016.02.29
  • 호수 14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해 벽두부터 북한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온 나라가 어수선하다. 연일 관련 부처들이 경쟁하듯 강경 입장을 쏟아내고 급기야 남북 경협의 희망이던 개성공단마저 폐쇄시켰다. 종편의 탄생으로 모처럼 인생의 황금기를 맞은 각양각색의 보수 논객들은 숨넘어가는 거친 대북 성토로 국민의 분노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북한의 비상식과 무도함에 누군들 편하겠냐만 감정적 대응만으론 이 상황을 결코 타개할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역대 정권은 남북관계와 통일에 대한 숱한 정책을 양산했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진보, 보수 진영 모두 만족스런 결과를 얻지 못했다. 두 차례의 진보정권은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지속 가능한평화 구축에 실패했고 뒤를 이은 두 보수정권은 이미 실패했거나 실패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남은 것은 각 정권이 서로를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일 뿐이다. 대선 때마다 수십, 수백 명의 정치지망생들이 후보자의 주문에 따라 창조한 대북정책이 무용지물이 되고 남북관계를 퇴보시키는 이유가 무엇일까.

지난 30여년 중국의 외교·안보 특히 북·중관계를 공부해 온 필자의 견해로는 북한 변수 이외에 대북정책의 반복적 실패를 초래한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대부분의 대북정책과 통일정책이 남북관계 현실의 객관적 분석에 의거하기보다는 최고 지도자의 이념적 지향과 통일관, 국내 정치적 고려에 억지로 짜 맞추는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정책이 5년 임기의 정권차원에 머물렀고 결국 용도폐기 될 수밖에 없었다. 민족의 운명을 결정할 중차대한 정책이 근시안적으로 급조되는 한심한 관행을 깨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 한반도 문제에 깊숙이 관여하는 주변 강국의 역학관계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미흡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전략과 대북정책 기조, 동아시아 패권 경쟁에 대한 냉철한 이해가 턱없이 부족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자기 희망적인 사고에 함몰되어 그들의 속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했다.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동시에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우리 외교부 수장의 허세는 자기 착각의 절정이다. 더 이상 중국의 협력을 기대하지 말라는 대통령의 감정적 대응도 그런 참모들의 러브콜관리 능력을 과신한 때문이다. 미국의 대 중국 견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의 미래에 대한 미·중의 합의는 불가능하다. 셋째, 상호신뢰에 기반한 상생·공영의 남북관계를 구축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관계발전의 핵심 요인은 상호신뢰다. 남북한 신뢰의 출발점은 체제의 상호인정이며 이는 상생·공영의 공감대에서 나온다. 소련과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이 맥없이 무너지자 우리는 북한체제와 통일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접근했다. 평화·안정에 기반한 남북교류와 민족공동체 복원보다는 일방적인 체제통합의 꿈을 한껏 부풀려왔다. 한민족 구성원으로서 통일이 간절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통일은 우리의 결기와 애국심만으로 오지 않는다. 좀 더 긴 안목으로 정권차원이 아닌 국가, 민족 차원에서 평화적,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행복한한반도의 봄은 결코 오지 않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