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사설]‘금수저론’과 ‘취준생’ 대학사회
[교수사설]‘금수저론’과 ‘취준생’ 대학사회
  • 한대신문
  • 승인 2016.02.29
  • 호수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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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수저론이 대세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자식의 사회적 성패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새로운 통찰은 아니다. 최근 세계적 경제성장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무역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도 이러한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금수저론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나라는 독립 이후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비약적인 경제성장과 높은 수준의 민주화를 이룩한 기적의 국가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계층 간 사회이동을 실제로 경험한 바 있다. 최근 경제성장 둔화와 계층구조 고착화 추세 속에서 금수저론이 주목받는 것은 어쩌면 과거에 대한 집단적 향수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때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현상일지 모른다.

오늘날 경제성장의 둔화 추세는 우리 대학사회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일자리를 두고 벌이는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취업준비생혹은 취준생이라는 새로운 이름의 집단도 생겨났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집단은 이제 하나의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한 듯하다. 이제는 대학 울타리 안에서뿐만 아니라 그 밖에서도 더 이상 취준생이라는 사회적 위치가 낯선 직함이 아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가 높은 불확실성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는 거시적 맥락이 존재한다. 사회의 변화 속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빠르다는 것이다. 노동시장에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도 일자리 자체가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기보다 확실한일자리가 줄어들었다는 의미에 더 가깝다.

그렇다면,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우리 대학사회 구성원들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대학사회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정면으로 직시해야 한다. 대학교육은 지적 유연성과 창의성을 갖춘 능동적 평생학습자를 길러내는데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대학생을 취업준비에 올인하도록 부추기는 대학과 사회의 분위기 또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일 것은 아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확실해 보이는것만 쫒도록 하는 모순을 포함하고 있다. 단기적 취업률 통계로 대학사회를 손쉽게 평가하려는 시도는, 교육의 본질이라는 이슈를 차치하고라도, 높은 불확실성의 시대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국가와 사회는 학생들이 취업준비가 아닌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이것이야 말로 불확실성의 시대를 함께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그리고 그 공부는 결국 생각하는 힘과 내공을 키우는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금수저론대신 공부론이 주목받는 사회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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