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 팔아 읽을 책 사자!
읽은 책 팔아 읽을 책 사자!
  • 이승진 기자
  • 승인 2016.02.27
  • 호수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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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흔적을 찾아가다

‘이번 학기 끝나면 이제 이 책도 안 보겠구나...’ 이럴 때마다 새 책이 아닌 중고책을 사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 흔히 중고책하면 옛날 헌 책방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더욱 세련되고 정형화된 중고서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한 중고서점은 실제로 어떤 분위기를 띠고 있으며 어떤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이를 직접 알아보기 위해 강남역에 위치한 한 대형 중고서점에 찾아가 봤다.


매장 밖에서 보니 ‘오늘 들어온 책 0000권’이라는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하루에도 수천 권의 책이 매입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해당 중고서점의 규모가 꽤 크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매장 내에는 경쾌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었고 이와 함께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매장 직원들이 전부 ‘Not busy’라는 문구가 쓰여있는 후드티를 입고 있는 것이 다소 웃음을 유발했다. 또 와이파이는 ‘Why not?’으로, 애완동물은 ‘책 읽는 개만’ 등의 문구로 배치해 재치와 유머가 돋보였다. 입구의 오른편엔 고객이 방금 팔고 간 책이, 계산대를 지나 좀 더 안쪽에는 오늘 들어온 책이 진열돼 있었다. 그리고 책뿐만 아니라 CD, DVD 블루레이 등 일반 서점에서 판매하는 것들도 오늘 들어온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해 판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더욱 안쪽으로 들어서니 아이들이 여럿 모여 낮은 독서대 위에 책을 놓고 읽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곳은 아마 아이들을 위한 공간인 듯 했다. 키 작은 독서대와 함께 책도 키 작은 책과 키 큰 책을 구분해 놓은 것에서 아이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가 엿보였다.

발걸음을 옮겨 곳곳을 천천히 둘러보니 대부분의 책들은 일반 서점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항목으로 나눠 배치돼 있었다. 단, 어떤 구간의 책들은 스티커를 붙여 노란색은 5백 원, 빨간색은 1천 원, 파란색은 2천 원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좌측 편 끝 쪽에서는 프로그래밍과 관련된 책들을 읽고 있는 여러 학생이 보였다. 그 중 한 명에게 중고서점을 찾는 이유를 물었다. 이에 정욱준<동서울대 시각디자인학과 12> 군은 “일단 가격이 저렴한 점이 가장 매력적이다”라며 “학기마다 바뀌는 책들이 많아서 굳이 새 책을 살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급하지 않다면 일반 서점을 먼저 들러 책을 확인한 뒤 중고서점에 와서 책을 구매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에게 중고서적의 활용이 좀 더 보편화 됐음을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가다보면 나오는 만화 코너에는 일반 서점처럼 해당 만화의 전편이 다 있는 것이 아니라 띄엄띄엄 몇 권의 책이 빠져 있어 중고서점만의 어수룩하면서도 묘한 매력이 느껴져 인상 깊었다. 이제 한 바퀴를 돌아 다시 카운터로 갈 때쯤 ‘최상품질 중고가격’이라는 코너가 눈에 띄었다. 실제로 책을 꺼내보니 그 상태가 시중에서 판매하는 새 책과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아주 깨끗했다. 이런 중고책들을 구분하는 방법을 직원에게 물어봤다. 이에 류차승<알라딘 중고서점> 매니저는 “고객들이 가져온 중고책은 각각 최상, 상, 중의 등급으로 구분해 판매하며 가격은 책의 정가, 판매량, 재고량, 상태 등을 함수의 형태로 체계적으로 계산해 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류 매니저는 중고서점만이 갖는 강점이나 의의로 “일반 서점처럼 신간을 위주로 다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품절되거나 절판된 책을 포함해 더욱 다양한 책을 볼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경제적으로도 문화의 문턱을 낮춰 대중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책을 접하게 도와준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지금, 책을 사야하지만 비용이 다소 부담된다면 한 번쯤 중고책을 사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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