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준 노동조합위원장 축사]
[엄태준 노동조합위원장 축사]
  • 엄태준 노동조합위원장
  • 승인 2015.12.29
  • 호수 14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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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한양 가족 여러분.
올 한 해 우리나라에는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메르스 사태, 성완종 리스트, 해외 자원 비리, 열정 페이, 노동법 개악,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참으로 다사다난 했습니다. 교수신문 선정 올 해의 사자성어가 20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로 이어지고 있듯, 사회는 아직도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의 와중에 우리 한양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금년 우리 대학에는 유독 좋은 소식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국내외 평가에서 괄목할만한 상승을 보였습니다. 이는 여러 해 동안 모든 구성원이 고통을 감내하고 노력한 결과이며, 교직원, 학생, 동문 모두에게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화려한 2015년을 뒤로 하고 2016년을 맞는 이 시점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경영진이 인정하고 각종 지표에서 나타나듯 재정이 한계를 드러낸 상황에서, 우리의 성장 동력은 사람이 되어야만 합니다. 문제는 연이어 강요된 희생으로 구성원 전체의 피로도가 무척이나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닙니다. 저마다 감정이 있고, 생각이 다릅니다. 지나친 성과 강요는 교원에게는 열정을, 직원에게는 협동심을, 학생에게는 교육서비스를 앗아갔습니다. 한양의 색이 없어지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한양의 역사를 돌아보면, ‘사농공상’의 전근대적 의식에서 벗어나 공학의 미래에 과감히 헌신하여 한양의 터전을 세운 이래, ‘사랑의 실천’을 기치로 나라의 성장 동력(The Engine of Korea)인 한양인을 양성해 왔습니다. 불의에 맞서 언제나 중심에 선 우리의 선후배들이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이며 자랑스런 한양의 역사 입니다. 우리에게 배움은 실천이었고, 현장에서 한양은 성장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한양은 어떻습니까?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캠퍼스 내 현수막이 외롭습니다. ‘노동법 개악’은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열정 페이’가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성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또 한양인으로서 부끄럽습니다.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대기업 일변도의 성장 위주 국가 정책이 지금의 혼란스런 사회를 만들었듯, 밀실에서 만들어진 발전 전략은 ‘실천’하는 지성으로서 ‘한양’의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습니다.  구성원 대부분이 지적하듯 현재 나라의 정책이나, 학교의 정책은 무척이나 일방적입니다. 교수의 주장, 직원의 소리, 학생의 요구, 동문의 희망까지 모두가 한양입니다. 구성원의 뜻을 묵살해서는 정상적인 발전을 이루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한양인의 ‘참여’를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실천’은 한양의 가치이자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역량 있는 총장께서 불철주야 노력하며 학교 발전의 기틀을 마련하고 계십니다. 구성원 모두의 열망을 열린 공간에서 수렴하고 실질적으로 정책에 반영하여, 더욱 더 발전하는 한양의 앞날을 설계하는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울러 역사에 부끄럽지 않을 ‘안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한양인의 ’실천’ 또한 뜨겁게 이어지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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