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과 CORE의 뜻은 ‘중요한’, 그렇다면 우리는 중요하지 않나요?
PRIME과 CORE의 뜻은 ‘중요한’, 그렇다면 우리는 중요하지 않나요?
  • 오현지 기자
  • 승인 2015.11.28
  • 호수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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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캠퍼스 - 코어사업, ERICA캠퍼스 - 프라임사업 참여 준비 중에 있어

지난달 교육부는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의 기본계획(시안)을 발표했다. 이 사업은 일자리 수요와 공급 간의 미스매치 해소와 산업 수요에 적합한 다양한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에는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육성사업(이하 프라임사업), 대학 인문역량 강화사업(이하 코어사업), 평생교육 단과대학 육성사업 총 3가지의 세부 사업이 존재한다.

ERICA캠퍼스는 이 중 프라임사업 선정을 목적으로 현재 준비 중에 있다. 프라임사업은 산업인력의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학과·계열별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대학당 평균 50~150억 원에서 최대 300억 원까지 지원되는 사업으로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타 사업에 비해 규모가 굉장히 크다.하지만 문제는 이 사업에 선정될 시 대규모 구조조정 및 학사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프라임사업은 대형과 소형으로 나뉘며 대형 사업은 입학정원 10%(최소 100명 이상) 또는 200명 이상의 정원이동이, 소형 사업은 입학정원 5%(최소 50명 이상) 또는 100명 이상의 정원이동이 참여조건이다.

이수연<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교육부가 곧 제공될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 정보를 참고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인원을 조정하라고 하지만 이는 결국 교육부에서 조정 대상 학과를 지정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구조조정의 대상은 취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인문‧사회 계열이나 예체능 계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9일 인천 소재의 인하대학교에서는 프라임사업 선정을 위해 철학과와 프랑스언어문화학과를 교양학으로 돌려 폐지하고 영어영문학과와 일본언어문화학과의 정원을 대폭 감축하는 개편안을 제시했다. 이 연구원은 “그렇지 않아도 기초학문 학과들이 통폐합되거나 폐과되는 상황인데 이 사업이 시행되면 이런 경향이 훨씬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ERICA캠퍼스가 프라임사업을 준비하는 것은 맞지만 아직 교육부에서 사업 계획을 확정 짓지 않았기에 세부 사항을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양대학교 A 교수는 “감축 대상은 주로 인문‧사회 분야가 되고 증원 대상은 공학계열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처럼 ERICA캠퍼스 또한 그 범위에서 감원과 증원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A 교수는 “학문적 자존심이 걸려있는 문제로서 일부 반발이 있지만 학령인구의 자연적인 감소, 사회의 변화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구조조정도 필연적인 것”이라며 프라임사업에 일정한 의미가 있음을 시사했다.

프라임사업의 3대 원칙에는 학내 구성원들과의 합의가 있다. 즉 사업 선정에 있어 중요한 평가 기준 중 하나가 '학내 구성원들과 원만한 합의를 도출해냈느냐'는 것이다.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은 12월 중 각 사업별 기본계획을 확정하고 내년 3월 내로 선정대학을 발표하는 빠듯한 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사업 일정 상 대학 입장에서는 늦어도 12월까지는 계획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 내에서 민주적인 논의 과정을 거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라며 “일방적으로 정해지고 통보돼 학생들이 반발하는 상황이 더욱 극심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학교 측이 어떤 방식으로 학내 구성원과의 합의를 도출해낼지 빠른 시일 내로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학교의 해당 사업 참여 소문을 SNS로 접한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일방 행정이 아니냐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문대 학생 B양은 “학과의 구조조정이 걸린 만큼 이는 학생들에게도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며 “비록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이에 관한 사실 여부 확인 과정은 속히 진행돼야 하며 계획이 수립되는 즉시 이를 공개해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야한다”라고 말했다. 

서울캠퍼스는 인문대를 중심으로 해 코어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코어사업은 기초학문으로서 인문학의 역량을 강화하고 사회수요에 부합하는 인문학을 육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사업에 참여할 대학은 교육부가 제시한 △기초교양대학 △기초학문심화 △글로벌 지역학 △인문 기반 융합전공 총 4가지의 발전유형 예시안을 참고한 자체적인 인문학 발전계획을 수립해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서울캠퍼스 인문대 학생회 측은 이 사업이 결국 학과 간의 통폐합으로 직결될 수 있음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인문대 부학생회장 한인규<인문대 국어국문학과 10> 군은 “교육부가 제시한 예시를 보면 인문대 내의 과끼리 혹은 타 단대의 과와 합치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를 권장하고 있다”라며 “이는 대학 내 기초 학문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김연산<기획처 기획평가팀> 팀장은 “코어사업은 인문학을 진흥시키고 융합전공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석‧박사생과 같은 인문학 후속세대를 양성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해명했다. 즉 코어사업은 특정 학과의 구조조정을 겨냥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코어사업이 진정으로 대학의 인문역량 강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당초 교육부가 코어사업의 예산으로 1,200억 원을 요구했으나 344억 원으로 대폭 축소 편성됐고 이는 인문학을 육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지원이다. 또한 이 연구원은 “교육부가 제시한 예시안을 보면 돈이 되는, 창조경제를 뒷받침할 수 있는 인문학을 강화시키려고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한 군은 "밀실에서 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그대로 강행한다면 아무리 좋은 계획이라도 학생들은 부당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학교 측에 소통을 요구했다. 이에 김 팀장은 “참여 가능성은 세 가지 사업에 모두 열어두고 있지만 최종 참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정원 조정이 요구되는 프라임사업을 신청하게 될 경우엔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통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렇듯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 사업의 기본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대학을 대상으로 한 국비 재정지원 사업 가운데서는 최대 규모이기에 그 경쟁이 계속해서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도움 정예림 수습기자 flxmf741@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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