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크레딧, 그 속에 숨겨진 그들의 노고를 경험하다
엔딩크레딧, 그 속에 숨겨진 그들의 노고를 경험하다
  • 한대신문
  • 승인 2015.11.28
  • 호수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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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어느날, 단편영화 '어떤선물' 제작진이 한가람고등학교 앞에서 촬영을 하고 있다

모두가 숨죽인 촬영현장에서 주연배우가 전화로 친구에게 화내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관에 가서 관람료를 낸 후, 영화의 최종 결과물만을 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적게는 몇 달에서, 길게는 몇 년에 걸리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합쳐진 고단한 제작과정이 있다. 영화제작에는 배우와 스태프를 비롯해 참여하는 사람들도 많고, 고가의 장비도 필요하다. 어떠한 과정을 통해 영화가 만들어지는지 알아보기 위해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의 수업 ‘영화제작준비실습’에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영화제작은 크게 프리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학생들 같은 경우, 촬영 날짜로부터 약 2주에서 한 달 전부터 프리프로덕션을 시작한다. 프리프로덕션은 본격적으로 제작에 착수하면서 준비해야 할 일들을 말한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연출자는 본인의 시나리오를 계속해서 탈고하고 스태프를 꾸린다. 스태프는 크게 △기술부(촬영·조명·사운드) △연출부 △제작부로 나뉜다. 연출부가 화면 안에 담기는 모든 것을 담당하는 부서라면, 제작부는 화면 외적인 것을 담당한다. 연출부에는 연출을 돕는 조연출, 현장에서 슬레이트를 치는 슬레이터, 촬영의 모든 정보를 적는 스크립터 등이 있으며 그들은 배우와 소품 등을 관리한다. 제작부는 예산, 식사, 장소 섭외, 현장통제와 같은 일들을 담당한다. 스태프가 확정되면 그들은 프리프로덕션 기간 동안 여러 차례 회의를 거친다. 회의에서 연출부는 배우를 정하기 위해 같은 학과 연기 전공 친구를 섭외하기도 하고 외부에서 소속사를 통해 알아보기도 한다.
프리프로덕션 단계를 마치면 본격적인 촬영인 프로덕션 단계에 돌입한다. 주말을 이용하여 촬영을 한다는 소식을 접한 기자는 현장을 통제하는 제작 부원으로 참여해보기로 했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로 모두가 집에 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던 어느 겨울날,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학생들은 검은 점퍼를 입고 핫 팩을 몸에 붙힌 뒤 무거운 촬영 장비를 차에 싣고 있었다. 그들은 본인의 워크샵 작품을 준비하며, 동시에  동기 선후배의 스태프로도 참여해 굉장히 바빠 보였다. 시간을 재촉하는 현장 PD의 말에 다들 서둘러 콜 밴을 타고 촬영 장소로 이동했다. 30분을 달려 도착한 그곳에서의 첫 장면은 골목길에서 배우가 걸어가는 밤 씬이었다. 걸어가는 장면이니 금방 끝나겠다고 생각했던 예상은 정확하게 빗나갔다. 밤이었기 때문에 조명을 설치해야 했으며, 주변 가정집에 전기를 쓰게 해달라고 부탁해야했다. 또한 조명이라는 것이 표 나지 않게 가로등처럼 보이게 해야 했다. 그러면서도 배우 얼굴에 빛을 비춰 얼굴이 잘 보이게 하기 위해 섬세한 조명 설치 작업이 필요했다. 조명 설치 작업이 끝나자, 카메라 감독은 배우를 세워서 카메라 앵글을 잡았다. 그 후에는 제작부가 골목을 통제했고 그제서야 감독은 액션을 외칠 수 있었다. 그때 저 멀리 지나가는 오토바이 소리로 인해 사운드 NG가 났고, 두세 번 더 촬영 한 후에야 OK 싸인이 떨어졌다. 쉬울 줄만 알았던 골목길 걸어가는 장면은 1시간 이상 소요됐다.
그들은 바쁜 촬영 스케줄로 인하여 화장실도 틈틈이 가고 김밥으로 급하게 끼니를 때우는 등 쉬지 않고 촬영에 임했다. 춥고 졸린 와중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촬영을 계속해나갔다. 열정으로 가득 찬 그들은 밤을 새며 촬영을 하고 두 시간 가량 눈을 붙인 후 촬영을 재개했다. 꼬박 이틀을 촬영한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학교로 돌아와 장비를 반납한 뒤 각자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수척해진 얼굴이었지만 열정으로 가득 찬 그들의 표정에서는 행복이 묻어났다.
이렇게 촬영을 모두 마치게 되면 편집, 색 보정과 같은 후반작업인 포스트프로덕션을 거치고 상영에 이르게 된다.
영화의 연출자 이준구<예체대 연극영화학과 14> 군은 “영화를 제작할 때 고려해야 할 것이 수 천 개인데, 중요한 것들을 우선순위 매겨야 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 며 “영화는 공동 작업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분과 컨디션, 시간까지 고려해야 영화를 찍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또한 “영화를 찍을 때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말 힘들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지만 완성작품을 보게 되면 뿌듯함은 배가 되는데 그 뿌듯함이 다음 작품을 또 만들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덧붙여 이 군은 “아무리 재미없는 영화라도 그 뒤에 숨겨진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수고를 알아주는 너그러운 관객이 되길 바란다”라는 말로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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