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문제에 ‘트랜스내셔널 패러다임’ 필요해
난민문제에 ‘트랜스내셔널 패러다임’ 필요해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5.11.28
  • 호수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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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한 해변에 세 살밖에 되지 않은 시리아 난민 아일란 쿠르디가 익사한 채로 발견됐다. 이 모습은 세계 여러 나라 사람에게 큰 반향을 불렀고 시리아 난민 문제의 심각성을 알렸다. 이 장면은 어린 아이가 겪는 피란의 아픔을 표현한 「기억속의 들꽃」이란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이 소설에서는 6.25 전쟁고아인 ‘명선’이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분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당시의 아픔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결국 명선도 아일란처럼 죽고 마는데 6.25 때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죽어가는 아이들은 이외에도 많았을 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이후에 큰 난리가 없었기에 난민이 발생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시선을 세계로 돌리면 난민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시리아 난민 문제는 국제적인 문제로 커졌고 이에 난민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그렇지만 난민 문제가 빠른 시일 내에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이에 가장 큰 원인은 대부분의 나라가 갖고 있는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에 있다고 본다. 국가주의적 사고방식은 기본적으로 자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이는 국가가 난민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소극적인 모습을 띠게 한다. 따라서 국가 간 칸막이와 경계에서 탈피해 세계 시민 의식을 가져야 한다. 특히 민족주의, 혹은 국가주의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트랜스내셔널 패러다임이 요청된다. 난민과 같은 문제는 단순히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되기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독일의 메르켈 총리가 있다. 메르켈 총리는 모든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통 큰 면모를 보여줬다. 난민들은 메르켈 총리를 ‘마더 메르켈’이라고 부르고 총리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에도 거론됐다. 하지만 국내 여론은 싸늘했다. 난민이 독일에 불러일으킬 혼란이나 일자리 부족 현상에 대한 우려가 높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메르켈 총리의 높았던 지지율은 급감했고 정치인인 메르켈 총리도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독일도 예전만큼 강한 난민 포용 정책을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난민 문제가 일국적 차원에서 담당하기엔 부담이 상당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그러므로 트랜스내셔널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세계 여러 나라가 십시일반으로 난민을 구해야 한다. 이때 기존의 국제기구인 유엔난민기구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일종의 공공부조 형식으로 난민을 돕기 위해 각 국가가 매년 난민 분담금을 내어 난민 문제가 발생할 때 그 기금을 사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한 가지 이점이 있다. 바로 새터민을 수용해 본 경험이다. 어떤 면에서 난민이라고 볼 수 있는 새터민을 도와주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난민 정책에 힘을 실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가난하고 아픈 사람이 많은데 왜 다른 나라에서 발생하는 문제까지 우리가 관여해야 하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난민은 언젠가 우리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운 좋게 내가 태어난 ‘지금 이곳’에 난민이 생기지 않은 것일 뿐, 앞으로도 난민이 절대 생기지 않을 것이라 단언할 순 없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반복되는 것이므로 어느 국가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난민 문제다. 특히 우리나라는 난민이 발생할 확률이 다른 나라보다 높다. 우리나라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만약 전쟁이 발발하면 우리나라는 예전처럼 수많은 난민이 발생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접국이 우리를 받아주지 않는 상황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난민을 받아주는 나라가 없어 통킹만이나 지중해 보트 피플이 바다에서 유명을 달리한 것처럼 현해탄의 보트 피플이 생겨나 많은 국민이 죽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일국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난민 문제가 우리의 생존과 직접 결부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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