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산곶매] 국정교과서 논란, 그들만의 밥그릇 투쟁인가?
[장산곶매] 국정교과서 논란, 그들만의 밥그릇 투쟁인가?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5.11.28
  • 호수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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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추진 문제로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이번 교과서 분쟁은 이전과는 다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대통령이 나서니 교과서 분쟁을 넘어정치 분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수가 너무 뻔하다. ‘전제 군주 시절에나나올 법한’이라는 말이 딱 맞다. 전근대 시절의 군주는 노골적으로 힘을 과시한다.하지만 판옵티콘의 간수처럼 근대 이후의권력은 은밀하고 조용하다. 적극성은 오히려 권력에 대한 강한 반발심만 키운다.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이 특정 의도를 갖고 역사 교과서를 바꾸려고 했으면 조금더 교묘한 수단을 사용하는 편이 현명했다. 일본의 예로 보듯이 우파 성향이 강하거나 왜곡이 가미된 교과서는 검인정 제도 하에서도 충분히 보급 가능하다.
실제로 대통령의 적극적인 행보는 야권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이 점이 의문이다. 여권이 국정화를 했을 때 야권과 역사학계의 강한 반대를 예측 못 했을 리가 없다. 학계의 흐름도 국정화가 아닌 검인정제도나 자유발행제임을 알았을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정화를 주장한다는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마치국론을 분열시키기 위해서 국정화 교과서를 고수하는 것처럼 보인다.사실 더욱 이상한 점은 여권과 야권의상호 비판 내용이다. 서로를 향한 비판 공세는 사실 관계에 있다기보다는 친일·독재나 종북·좌파라는 색깔 논쟁으로 얼룩져있다. 예를 들어 보수 세력은 현재 한국사 교과서는 주체 사상을 가르치고 있다고 하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진보 진영이 국정화를 반대하는 논리도 원색적이다. 국정화된 역사교과서는 친일파와 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를 만들 것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보수 세력의 말처럼 현재 한국사 교과서는 주체사상을 가르치고 있지도 않고 진보 진영의 말처럼 이전의 국정 교과서를 비춰봤을 때 독재 체제를 찬양하고 친일파를 옹호하는 국정 교과서가 나오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지점에서 정치권이 진정으로 교육적 의미를 위해 논쟁하는지 의심이 가는 동시에 논쟁에는 다른 무언가가숨겨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의문의 실마리는 국정교과서의 찬반을묻는 여론 조사에서 보인다. 국정교과서논쟁이 각 진영을 응집하려는 목적에서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최근에 진행된 국정화 교과서 찬반 여론 조사 결과는 신기하게도 혹은 당연하게도 ‘국정 교과서 찬성=보수 세력’, ‘반대=진보 세력’으로 나타났다. 국정교과서 찬반의 양상이 전통적인 보수 진보 양상과 일치한다는 점은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정교과서 논쟁이정치 술수에 이용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논쟁이 한창일 때 보궐선거가 있었고결과는 새누리당의 압승이었다. 내년은총선이 있다. 총선을 위해 각각 좌우 진영을 결집하기 위한 수단으로 국정교과서를이용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역사교과서 논쟁이 있기 전 여권은 공천 문제로청와대와 여당의 갈등이 있었고 야당도집안싸움이 심했다. 그러나 교과서 쟁점이후 각 진영을 서로 똘똘 뭉쳐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 겉으로는 적이지만서로의 생존을 위해 상대방을 이용하는적대적 공범 관계인 것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워 살기 힘든 요즘, 대통령이 나서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정국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런 행보는 정치 혐오증을 야기하는데 최근의 낮은 재보궐 선거 투표율이 이를 암시한다.
지금 국정 교과서 TF가 있는 방송통신대에는 보수와 진보 세력이 시위하고 있다. 자세히 보면 의경이 밤낮으로 주변을지킨다. 그들의 기득권 다툼에 엉뚱한 의경만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그림이 바로 우리나라 정치상황이다. 고래 다툼에애꿎은 새우 등만 터지고 있다. 역사 기록은 과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적용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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