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트럭 탑승기
푸드트럭 탑승기
  • 이재하 수습기자
  • 승인 2015.11.07
  • 호수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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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시대를 달려온 ‘콜럼버스 스넥카’, 지금 만나러 갑니다

70년대 당시 부족한 식당 부족 문제를 해소하고자 일반 버스를 개조한 '콜롬버스 스넥카'의 외관이다.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진 복고풍의 내부이다.

 

 

 

 

 

 

 

 

 

 

 

 

푸드트럭 열풍이 시작된 지 1년여가 흐른 지금, 푸드트럭은 대중으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어 하나의 문화로 정착했다. 낯설고 생소한 단어처럼 들리는 ‘푸드트럭’. 하지만 푸드트럭은 40여년 전부터 국내에 존재해왔다.
 1972년 강남, 여의도 개발 붐이 일었을 당시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인부들의 끼니 해결 문제가 심각했다. 삼시세끼를 해결해야 하는 음식 문화 풍조가 자리잡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국군 상이용사들에게 13대의 푸드트럭 개조를 허가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세월이 흘러 당시에 허가를 받은 13대의 푸드트럭 중 10대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남은 3대는 주인이 바뀌고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되는 등 여러 일을 거치며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중에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콜럼버스 스넥카’를 찾아갔다.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 내려 5515번 버스로 환승해 도착한 관악산주차장엔 ‘콜럼버스 스넥카’를 가리키는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안내판을 따라가보니, 1986년 아시안 게임을 기념하는 의미로 ‘8668’이라는 번호판을 단, 낡은 아시아자동차 버스 한 대가 서 있었다. 인테리어에서는 복고적인 느낌이 물씬 풍겼다.
 30여 년 간 항상 같은 자리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는 ‘콜럼버스 스넥카’는 옛 추억을 그리워하는 어르신들뿐만 아니라 친구를 데리고 찾아오는 학생들까지 방문객의 연령대가 매우 넓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 장소다. 본 기자도 추억을 느껴보기위해 가게 안으로 들어가 국수를 한 그릇 시켰다.

 스낵카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하태광<콜럼버스 스넥카> 주인(이하 하):
처음에는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스낵카를 시작하게 됐어요. 나이가 60에 들어서면서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스낵카에서는 큰 욕심을 내지 않아도 됐고, 혼자 조용히 시간을 가질 수 있었죠.

스낵카를 거의 40년 간 운영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하:
예전에는 음식 문화가 많이 발달하지 않아 식당도 많이 없었고,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적었죠. 때문에 당시엔 꾸준히 장사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시대가 변하면서 위기가 왔어요. 좋은 시설에서 장사하는 음식점들에게 밀리면서 13대의 푸드트럭 중 10대의 푸드트럭은 사라졌죠. 하지만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는 없기에 저희는 젊은 세대의 취향에 맞춰 시설 정비를 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30여년 된 단골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만들었죠.

 어떤 손님들이 찾아오나요?
하:
아기 엄마들이 아기들을 데리고 와서 아이들한테 추억을 이야기해주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가곤 해요. 또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못했던 가정사를 이야기하는 손님도 있었어요. 가끔은 스낵카를 빌려 프러포즈 장소로 쓰는 학생들도 있어요.

사라져 가는 옛 문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하:
옛 문화들이 보존되지 않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파요. 우리는 오래 전부터 관악산 입구에 있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추억을 회상하면서 동네 주민들, 졸업한 학생들이 꾸준히 찾아와요.
스낵카도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어요. 원래 주인이 돌아가시고 장사할 사람이 없어서 한 번 위기를 맞았죠. 아직은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멀어지면 언젠가는 사라질 거에요. 스낵카는 단순히 푸드트럭이 아니라 서울의 역사와 함께한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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