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NCS로 가능한가?
창조경제, NCS로 가능한가?
  • 전예목 기자
  • 승인 2015.10.11
  • 호수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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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박근혜 전부의 중점 정책 중 하나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이하 NCS)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NCS의 목적은 한국의 산업현장 풍토를 학벌이나 어학성적 같은 스펙 중심에서 능력 중심으로 바꾸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한 근로자가 자신의 직업에서 요구되는 능력(지식, 기술, 태도)을 국가 차원에서 표준화를 했다. 그래서 24개의 대분류로 업종을 분리해서 각 영역에 맞는 능력과 구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지침을 적시해 놓았다. 이런 NCS의 취지는 좋다. 기업과 구직자 사이의 미스매치를 줄이고자 미리 각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각 직능 별로 표준화한다는 말은 우리나라처럼 스펙 위주의 취업 문화에 적절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대학생이 맹목적으로 스펙을 쌓아 올리는 이유도 기업에서 구직자의 어떤 점을 눈여겨보는지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표준화’라는 말의 무서움이다. 먼저 ‘표준화’라는 것은 사실 사람에게 쓰는 말로 보기에 적절하다고 느끼기 힘들다. 모든 사람은 특정 규격에 맞추어서 적재적소에 배치한다는 말은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야기다. 보통 우리는 ‘공산품의 규격을 표준화한다’나 ‘경영방식을 표준화한다’와 같은 식으로 ‘표준화’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그러면 노동력을 표준화한다는 것은 인간을 감정 없는 객체로 본다는 것으로도 생각할 수 있다. 이렇게 사람, 사물 할 것 없이 모두 규격화하고 상품화 하는 것은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에서는 환영할 만할 일이다. 테일러주의와 포드주의가 역설했던 것이 바로 생산의 표준화였다. NCS를 제시한 정책입안자들에게 산업노동자는 감정 없는 객체, 기계의 부속품 중에 하나, 규격화되어 자본 투입 대비 최고 효율 을 보여 주여야 할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다음으로 현재처럼 산업화 시대가 아닌 정보화 시대에 NCS를 바탕으로 표준화된 인력이 얼마나 효용이 있느냐 하는 문제다. NCS가 2차 산업에 있어서는 큰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른다. 제조업과 같은 2차 산업에서는 어떤 매뉴얼 같은 것이 일반적으로 존재하기에 그것에 따라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해내기만 하면 된다. 그렇지만 3차 산업에도 NCS가 유효할 수 있을까. 창의성이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중요한 덕목인 3차 산업에서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인간이 능력을 발휘할 것은 나중 문제라 하더라도 잘 적응할 수 있는지부터 의문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하자면 컴퓨터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하면서 표준화된 인재의 한계를 많이 느꼈다. ‘컴퓨터그래픽스운용기능사’나 ‘워드프로세서’ 같은 자격증만 있으면 멋진 디자인을 할 수 있고 훌륭하고 남들에게 감동을 주는 글을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격증은 근로자의 해당 업무의 최소한의 기계적이고 수동적인 능력만을 보장해준다. 창의적인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말해주는 것은 절대 아니다. NCS도 이런 자격증과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이 NCS 체제 하에서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창조경제가 NCS에서 활성화될지도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두 개의 목표가 서로 상극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NCS가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는 점에서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본 능력을 배양해 준다는 측면도 있다. 따라서 NCS를 기본으로 하고 이에 더하여 국가가 개개인의 창의력을 개발할 수 있는 프로그램까지 갖춘다면 NCS는 IT 산업이나 다른 3차 산업에서도 좋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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